“날 지켜줘”… 보디가드 “바쁘다 바뻐”

공항부터 밀착 경호, 80여 업체 때아닌 호황 … 에스원·캡스·첩 등 시장확대 총력

코세스 여성경호팀 블루버드미국계 다국적 기업 CEO인 B씨는 요즘 한국지사 방문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번 전세계를 경악케 한 미 테러사태 후부턴 어디를 간다는 게 모험처럼 생각돼서다. 더구나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건 ‘공포’ 그 자체다. 그도 그럴 게 미국 경제 성장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의 표적이 됐던 걸 보면 미국 경제인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한을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 겁은 났지만 강행키로 했다. 대신 자신의 방한 스케줄을 대외비로 붙이는 한편 한국 현지에 있는 유명 민간경호업체에 보호를 요청키로 했다.미국 피랍 여객기 테러사태로 전세계가 전운에 휩싸인 요즘 특히 미국인이라면 언제 어디서 테러를 당할 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경비원과 경호원이 증원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그들에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B씨처럼 우리 나라를 방문하면서 국내 경호업체에 신변의 안전을 맡기는 미국계 사업가 등 VIP급 인사들이 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경호업체들도 때 아닌 특수로 일손이 바쁘다.주로 다국적 기업 인사들의 신변보호를 맡는 경호전문업체 팀원의 경우 미 테러사태 직후 미국계 기업으로부터 전보다 2배 넘는 경호 의뢰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조흥권 기획실장은 “특히 미국계 금융회사나 귀금속을 취급하는 업체들로부터 들어오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40명 정도의 경호원들을 전원 투입해도 손이 모자랄 정도”라고 밝혔다. 3백여명의 경호원을 보유한 경호전문업체인 한국경호경비시스템(코세스)도 테러사태 이후 주문량이 20%나 늘었다. “5개의 미국계 회사를 새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며 추가로 계약중인 업체도 여러 곳”이라는 게 이 회사 임미화 과장의 설명이다.현재 국내엔 80개가 넘는 경호 및 경비업체가 있다. 한국경비협회에 따르면 IMF 이후 외국사들의 국내진출이 늘면서 이들 경비업체 수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경호업체들의 업무는 단순히 VIP를 수행하는 ‘보디가드’ 역할이 전부가 아니다.대상자가 이동하는 도로는 물론 호텔이나 사무실 건물 내에 폭발물 등이 설치됐는 지까지 점검한다. 일반 폭발물 점검은 물론이고 진공 상태의 폭발물과 플라스틱 등 각종 비금속재료의 폭발물까지 탐지견과 첨단장비를 활용해 탐지해낸다. 경호서비스 대가로 받는 수입은 8시간에 20만원 정도. 시설 점검은 10시간에 15만원 정도의 서비스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대상인이 누구냐에 따라 값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기 때문이다.이번 미 테러사태가 아니더러도 각종 돌발사고, 업무방해 등으로 외국인의 피해가 날로 심화되는 실정이라 이들 경호업체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최근 들어 업무의 범위도 확대되고 고객층도 다양해 졌다. 기업가뿐만 아니라 정부 초청으로 국내 방문하는 스타급 인사들도 민간경호업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다. 공항에서부터 호텔, 공연장 등 행사장소까지 모두 경호를 받기를 원한다.최근엔 여성VIP를 보호하거나 주위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여성 경호원을 두는 사례도 있다. 코세스의 여성경호팀인 ‘블루버드’를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행사진행과 경호를 겸하는 여성경호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호도 부쩍 늘고 있다. 구조조정, 하도급 거래 중단, 채권채무 관계 등 경기 침체로 빚어지는 현상들이 늘면서 자신과 가족의 신변 위협 사례가 많아진 탓이다. 주주총회 등 마찰이 예상되는 행사 때 경호업체를 동원, 출입통제 등 질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CEO 사이에선 월 2백여만원으로 경호원을 운전사로 쓸 수 있는 상품이 인기다.외국 톱스타 연예인들의 방한을 비롯해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국제적 행사에도 이들 업체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경찰병력을 동원해 전체적인 경비 업무를 수행하지만 인사들의 각각의 신변보호를 위해선 민간경비업체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천공항 개항 후 경찰을 대신해 경비기능을 수행하는 민간업체도 많다. 이들 요원들은 대부분 무술 유단자인데다가 상당수가 군 특수부대 출신이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들 경비업체들의 시장 확보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월드컵 앞두고 무인경비업체 매년 증가무인경비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나온 경찰청 경찰백서에 따르면 국내 무인경비업체는 매년 30~40% 이상 늘고 있다. 지난해 4천3백억원에 이른 시장규모가 올해 5천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입자수도 올해 45만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내년엔 5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캡스와 에스원(세콤)이 영업망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엔 영국계 보안업체 첩(Chubb)시큐리티가 국내의 지방영세업체들을 인수, 무인경비시장에 뛰어들어 3파전이 예상된다. 캡스는 청원경찰, 경비 등 인력위주의 경비업에서 기계경비 쪽으로 업무를 확장하고 있다. 무선 데이타망 시스템(CS-ICS)을 이용해 예멘 항만청 안전 컨설팅, 인천신공항 외곽감지 시스템설치, 유럽정상회의(ASEM) 시스템 설치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해왔다. 지난 8월 고객이 15만명을 넘어섰다.에스원은 자체 연구시설을 확보하고 선진화된 연수시설을 통해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민간구조대인 3119구조단을 운영, 국내 대형사고와 괌 비행기 추락사고, 대만지진 복구지원 등에서 활약했었다. 세계 2위 보안전문 회사인 첩시큐리티는 이미 15개 국내 군소 보안 회사와 보안관련 제휴, 2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첩시큐리티는 영국 왕실 경비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경비업체로 전세계 1백60개 사업장에 4만여 직원을 거느린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관련 인사들의 경호를 총괄하기도 했다.올해 국내 무인경비 시장 규모 6천억원 정도. 국내 무인전자 경비시장에는 1백20여개사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인터뷰백봉현 코세스 사장“미리미리 테러 대비, 경호시스템 구축해야”“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돼서는 안 됩니다. 미국 사태를 거울 삼아 우리도 미리미리 테러를 대비한 경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백봉현(47) 코세스 사장은 과거 대통령 경호 업무를 수행했을 정도로 실무를 갖춘 경호경비 전문가다. 그는 국제 행사에서 과거의 경호경비 형태보다 더욱 철저한 경호와 경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2002년 월드컵에 대한 경호경비 대책 수립은 ‘급선무’라고 강조한다.“현재는 각국 선수와 임원과 관련 단체와 시설, 인원에 대한 경호경비를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진행하겠지만 지금의 국제 테러 상황으로 봐서는 보다 더 철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합니다.”국내 군경 인력만으로는 완벽한 보안대책을 세우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국내의 많은 경호경비업체와 협력해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드컵과 관련된 민간 부분의 시설, 인원에 대한 상당부분의 경호경비는 민간 업체가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민간경호경비업체간 네트워크는 물론 군경과의 긴밀한 연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난립해 있는 경호경비업체의 요원들 중 우수 인력을 선별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이 선행돼야 합니다.”이와 함께 국가차원의 교육 관리 등 적극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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