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재직시 위생환경에 관심 … 손수 청소도구 개발, 토털서비스로 성공시대 열어
추석연휴인 10월2일 경부고속도로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휴게소 역시 진입로부터 막히기 시작해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화장실도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 와중에 차례가 돌아온 한 중년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했다. 이 남자는 뭐 때문에 화장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했을까.고속도로를 탈 때마다 항상 사진기와 필기도구를 차에 싣고 다니는 이 남자는 화장실 청소대행업체인 크린코리아(www.clean-kr.co.kr)를 운영하는 이창국(55) 사장. 이 날도 귀경길에 여지없이 셔터를 누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청결 상태를 취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를 스크랩해 문화관광부에 보낼 생각이다.“전에 비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놀라울 만큼 깨끗해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손 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화장실 청소를 ‘업’으로 삼고 있는 탓에 이런 실태조사를 통해 화장실 청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시장도 넓혀 보겠다는 게 이사장의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화장실 청소대행전문 업체로 나선 지 1년도 안 돼 직영점을 포함해 전국에 22개 가맹점을 확보한 것만 봐도 그의 공격 경영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고객 화장실’ 수도 적지 않다. 우선 주유소 화장실만 60개가 넘고 초·중·고교 화장실과 병원을 비롯해 일반 상가도 수십개에 이른다. 최근엔 가정집에서도 심심찮게 주문이 들어온다.1주일에 1~2회만 청소해 줘도 화장실 한 곳에서 월 15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3D업종 중에서도 그야말로 가장 더러운(?) 일을 하면서도 월 매출 6~7천만원을 족히 넘길 정도니 그의 사업을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스케일제거기 등 개발 … 아이디어 돋보여천성이 꼼꼼한 성격인 데다 뭐든지 만드는 일에 취미가 있어 청소도구를 직접 개발해 내기도 했다. 변기에 낀 스케일(요소 때)을 제거하는 장비를 비롯해 짜임새와 쓰임새가 돋보여 실용신안 등록까지 마친 청소도구함도 모두 그의 발명품들이다. 최근 개발한 입식 소변기 앞에 설치하는 ‘안전라인’도 기발한 작품. 턱에 올라 서서 볼 일을 봐야 해 뒤로 물러날 수 없어 소변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그가 제공하는 화장실 청소 서비스는 단순히 더러운 것을 씻고 닦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씻고 닦아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구조적 결함이 있기 때문. 오래된 문짝이나 천장, 깨진 타일, 잘못된 바닥 기울기, 전기배선이나 배관 불량 등이 발견되면 청소 차원이 아니라 아예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으면 화장실 자체를 다시 짓는 큰 공사로 확대한다. 그밖에 소독 후 악취차단기를 설치하고 역류방지장치를 달아 놓는 것을 비롯해 화장지, 기본 세제, 방향제 등 소모품 비치는 물론이고 에어타올기, 장애인 편의시설까지 설치한다. 화분 커튼 선팅 액자 등 인테리어와 음악까지 모두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지침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화장실 청결 관리를 위한 컨설팅까지 해 준다니 이쯤 되면 화장실에 관한 한 A부터 Z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그가 잘 나가는 ‘화장실 청소부’가 된 인연은 13년 공직생활에서 얻어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78년부터 서울시청 연료행정과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시내 곳곳의 주유소를 점검하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특히 그가 주목했던 곳이 바로 ‘화장실’이었던 것.건물청소업에서 화장실 청소로 특화“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볼 정도로 불결하기 짝이 없었죠. 오가는 사람들의 ‘내 집 아니’란 생각도 문제였지만 주유소측의 ‘나 몰라라’하는 식의 관리 소홀 탓이 더 컸습니다.”90년 시청에서 나와 차린 주유소용 소화기 수입오퍼상이 부도를 맞고 입사한 정유회사에서도 그의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주유소 관리 담당 과장인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역시 변함없이 불결한 화장실이었기 때문.95년 창업을 결심했을 때 생활환경 분야로 아이템을 정한 것도 ‘화장실 청소’를 염두에 둔 것. 처음엔 건물 청소로 시작하다 차츰 화장실 청소부문을 특화해 나갔다. 당시 화장실 청소만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가 없어 시장 진입이 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정유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주유소들을 공략했던 게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IMF 경제위기 때 정유업체들의 경비절감 조치에 따라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2002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화장실청결운동이 일면서 사업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그에 힘입어 본격적인 화장실 청소대행 전문업체로 탈바꿈시킨 게 크린코리아다. 화장실 청소대행업이 유망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프랜차이즈로 영업망을 확장한 결과 급성장할 수 있었다.이사장은 내년 6월까지 가맹점을 3백개로 늘리겠다고 목표를 높게 잡고 있다. 또 병원 재래시장 등으로 시장도 넓혀나갈 참이다. 11월부턴 관광지 주변 공중화장실을 특별 관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운영중인 한국화장실유지관리 연구소를 통해 국내 화장실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점을 찾아 해당기관에 건의하는 활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최근엔 소비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찾아냈다. 볏짚으로 엮은 심이지탈을 비롯해 제주도 씨오쟁이, 유제등잔, 닭둥우리, 짚독 등 우리 전통 공예품을 소개한 광고포스터를 화장실 벽면에 게재, 여기서 나오는 광고수익의 일부를 청소용역비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턴 화장실용 청소도구를 제작,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02)2635-7777창업 길라잡이“속때까지 닦는 프로정신 필요”화장실 유지관리에 관한 법안이 곧 통과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 관공서 유흥업소 등에서 전문 용역업체에 화장실 관리를 맡기게 되면 화장실 청소대행업은 ‘돈 되는’ 사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이사장의 얘기다. 창업비용은 가맹비 장비구입비 초도물품비 차량구입비를 포함해 1천6백만원 정도가 든다. 직원 1명을 두어도 좋고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무실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재택사업어서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그만이다.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배수구·변기 클리닝, 살균소독, 바닥 건조와 소변기 센서 AS 등 전반적인 기술과 지식을 본사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2인 기준 월 매출 7백만~1천만원 정도의 매출은 보장되며 여기서 재료비 인건비 차량유지비 유류비 등을 빼면 3백5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이사장은 말한다.화장실 청소는 겉보기에만 깔끔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말끔하게 닦아내는 것은 물론 특히 악취와 세균번식을 막는 ‘위생’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 트랩 배수관 뚜껑을 열어 밑면까지 솔로 닦아내고 소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청소도구함을 설치해 도구들을 정리정돈해야만 작업 능률울 높이고 청결 상태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본사에서 시장개척을 해줘 일감이 달리는 문제도 적은 편이다. 주유소 은행 증권사 등 전국적으로 지점망을 갖춘 기업과 계약이 이뤄지면 가맹점이 해당 지역의 지점에 나가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