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고 줄이고 ‘우왕좌왕’… 벤처만 ‘피멍’

정보화경영원 설립 놓고 “업무 중복·도움 안돼”, 관련 부처·업체 볼멘소리

유사한 과제를 놓고 한쪽은 키우고 한쪽은 줄이고 있는 등 혼선 정책으로 벤처들의 가슴에 상처만 깊어가고 있다.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정보화 전담 기관을 새로 만들려 하고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역삼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문을 닫고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관련 업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정보산업과 기업 육성이라는 유사한 과제를 놓고 한쪽에서는 키우고 다른 한쪽은 줄이고 있는 등 우왕좌왕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벤처들의 가슴에 상처가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운영하는 역삼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벤처들의 입주를 받은지 2년만에 문을 닫는다. 역삼지원센터는 정보통신 인터넷 벤처들의 창업과 인큐베이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관. 진흥원은 역삼 서초구의 충정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포함, 전국 10여 곳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어려울 때 도와줘야” 벤처 후속지원 원해이 가운데 8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한 역삼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임대기간 2년을 끝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것. 지원센터는 입주벤처사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졸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해당벤처들은 내년 2월까지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경기 악화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지원센터의 무성의로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입주기간을 연장하거나 후속 지원을 알선해 주지 않는다면 벤처들은 또 다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벤처 기업들이 진짜 어려울 때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며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반문했다.이에 비해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전담할 별도 법인설립 추진과 관련,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 업계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은 올 12월께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 집행 기관으로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란 재단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하 경영원) 설립은 올 초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중소기업기술촉진혁신법에 근거해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촉진법은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자원협의회 소속 의원들의 발의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관련 재단법인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올 초 국회를 통과해 5월 공표됐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올 12월부터 발효된다. 중기청은 현재 경영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참여 기업, 출연금 규모, 사업내용 등을 짜고 있다.중소기업청 정보화지원과 유지석 서기관은 “법이 발효되는 시점인 12월께 중소기업, 개인 등 민간의 출연금으로 재단법인 형태의 중소기업 정보화 전문기관이 될 것”이라며 “주요 업무는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 진행, 정보화 모델개발, 지원, 교육 등”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중기청의 경영원 설립에 대해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등 기존부터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해왔던 곳은 내심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놓고 시각차이를 보여왔던 산자부 입장에선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 권평오 과장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설립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 상황에서 가타부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신설될 경영원의 업무가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왔던 중진공과 어느 정도 중복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권과장은 또 “확실한 것은 경영원의 업무가 중소기업의 정보화이기 때문에 중진공과의 업무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경영원 설립에 대해 그동안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던 중진공도 불쾌하긴 마찬가지다. 상급기관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중진공 정보화지원과 관계자는 “경영원이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30년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진공 만큼 중소기업 정보화를 위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업계, 공정한 사업 진행될지 우려한편 관련 업계에서도 경영원 설립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관련 부처가 많아 일이 복잡하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기관의 등장은 일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원이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다는 점에 공정성과 객관성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만개 중소기업 IT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민자로 출연돼 설립될 경우 출연회사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출연회사가 되지 못하거나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등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관련 기관들의 정보산업 및 기업육성 정책은 해당기업과 사업에도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역삼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건실한 벤처들이 ‘엄동설한’에 내몰리게 돼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또 중기청의 경영원 설립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 12월 예정돼 있어 업무가 중복되는 중진공과의 조직 통폐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여 부처간 진통이 예상된다.이승재 기자 sj@kbizweek.comSI시장 주도권 ‘전쟁중’LG-EDS시스템 vs EDS코리아 … ‘EDS 대 EDS’?경쟁이냐 협력이냐 ‘갈림길’선의의 경쟁인가 제살 깎기 싸움인가.국내 시스템통합(SI)시장에 한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두 개의 기업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이삭과 이스마엘이라는 이복 형제와 유사한 형세를 이루고 있는 이 두 기업은 LG-EDS시스템과 EDS코리아.LG-EDS시스템은 미국의 최대 시스템통합업체인 EDS와 LG그룹이 합작으로 만든 국내업체. 87년 STM으로 출범, LG그룹의 전산시스템과 국내 공공부문의 시스템통합 사업을 주도했다. 양사의 합작계약은 2000년으로 만료됨에 따라 해마다 관계를 갱신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둘 사이가 갈라진 것은 합작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미 EDS본사가 지난 96년 1백% 현지법인인 EDS코리아를 설립, 서울 한복판에 직접 진출하면서부터. 이 회사는 법인 설립 당시 EDS가 인수한 AT커니사의 정보서비스 업무만 수행한다고 했으나 영향력이 막대해 국내 경쟁업체들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실 미EDS본사의 국내 법인 설립은 합작파트너인 LG의 양해에 따라 성사됐다. 법인 설립 이전 국내 사업은 LG-EDS가 담당하고 해외사업은 미EDS에 넘긴다거나 협력 아래 추진키로 한 것.그러나 현실은 경쟁으로 치달았다. 기술력에 자신감을 얻은 LG-EDS는 해외사업에 눈을 돌리고 동남아 진출을 모색해 왔다. EDS한국지사도 성장하는 국내 사업과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LG-EDS 지분을 놓고 LG그룹과 미EDS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EDS코리아는 국내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일부 금융기관 사업장에서 LG-EDS시스템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불협화음도 보였다.이에 대해 LG-EDS 관계자는 “양사는 국내 해외 구분없이 제 갈길로 가고 있다”며 “경쟁한다면 할 것이고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 남아 있는 현안은 LG-EDS의 지분 문제. 최근의 재계 분위기가 알짜배기 국내 기업을 팔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LG는 돈을 들여 EDS지분을 사려하고 있다. 그만큼 시스템통합 사업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증거다.LG그룹은 전체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EDS 보유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이 최대 목표. 독자적인 시스템 통합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EDS는 보유주식을 LG측에 고가에 넘겨 투자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식의 향방은 일단 정해졌는 데 가격이 문제인 셈이다. 칼텍스 필립스 제니스 IBM 등 해외 기업과 우수한 합작모델을 보여온 LG그룹이 EDS를 둘러싼 주식싸움에서 어떤 묘수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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