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식보다 업무 효율 높아 '득'…가전·자동차·백화점업계 동갑끼리 경쟁
라이벌들간 혈전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경쟁 당사자들에게도 가끔 득이 되곤 한다. 독불장군식으로 혼자 일하는 것보다 경쟁상대가 있을 때 업무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벌들간 승부가 팽팽할수록 기업연령 또한 젊고 비슷해졌다. 가전 자동차 백화점업계의 라이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경쟁이 둔화되면 라이벌들간 연령차이가 크게 날뿐아니라 대체로 경쟁자들 모두 노화도 빨라졌다. 주요 업종별 라이벌들의 연령을 살펴봤다.가전 / 삼성전자 vs LG전자그동안 TV 냉장고 등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 싸웠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초 서로 자사에서 만든 제품에 경쟁사 브랜드를 붙여 납품하기로 손을 잡았다. 삼성은 LG에 LG전자 상표를 붙인 캠코더를 만들어 납품하고 LG는 삼성에 삼성전자 상표를 단 가스오븐 레인지와 식기세척기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엄청난 사고의 전환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지난해 삼성과 LG는 40대 중반을 넘어 완숙기에 들어섰다. 이젠 서로 표준화된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보다 신제품 개발과 업종다각화 등 재생전략이 절실함을 느낀 것이다. 따라서 서로 타사의 기존제품을 인정하고 새로운 제품에서 승부를 가려보자는 얘기다.삼성은 46.69세, LG는 46.07세로 동갑이다. 지난 96년엔 삼성(41.20세)이 LG(38.51세)보다 2.69세가 많은 연장자였다. 삼성은 경영자평균연령과 설비연령에서 LG보다 각 0.3세, 0.025세가 많았지만 회춘의 주요변수인 매출액증가율에서 3.34% 포인트 앞섰기 때문이다.한편 가전 3인방 멤버였던 대우전자는 애석하게도 워크아웃으로 이번 연령조사에 빠졌다.백화점 / 현대백화점 vs 신세계가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백화점업계의 라이벌 현대백화점(39.58세)과 신세계(39.34세)는 동갑내기다. 이들은 96년에도 각 38.23세, 38.04세로 동갑이었다. 두 회사 모두 4년전보다 한 살밖에 먹지 않았다. 4년이라는 세월을 1년으로 잡아둔 셈이다.현대와 신세계가 젊음을 유지한 공통비결은 설비연령을 각 0.539세, 0.502세에서 0.164세, 0.192세로 대폭 낮췄다는 데 있다.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차별화된 신규 점포들을 여러 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다.이들은 올들어 ‘e쇼핑몰’에서도 한바탕 붙었다. 신세계는 5월 백화점 홈페이지와 쇼핑몰, 이마트를 통합한 ‘신세계닷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먼저 불을 붙였고 현대는 11월 방송을 시작할 현대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도 e현대에 통합할 계획이어서 이제 온라인 승부가 볼거리다.제과 / 롯데제과 vs 동양제과자동차와 가전업계가 40대 초중반의 싸움터라면 제과업계는 60대 노장과 40대 중반이 펼치는 승부처다. 60대 노장은 업계 1위인 롯데제과(65.02세). 롯데는 지난 96년 48.05세의 장년층이었지만 4년새 16.97세나 늙었다. 반면 동양제과는 지난 96년 39.90세에서 지난해 45.72세로 5.82세만 먹었다.롯데는 매출증가율이 96년 8.8%에서 지난해 2.53%로 줄었고 설비연령도 신규시설투자가 거의 없어 지난해(0.65세)와 96년(0.678세) 별 차이가 없었다. 경영자 평균연령 또한 96년 55세에서 57.9세로 늙어 노화현상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동양은 매출액 증가율이 줄었지만 설비연령과 경영자 평균연령이 낮아져 노화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다. 동양은 올해 동양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향후 회춘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맥주 / 두산 vs 하이트맥주맥주시장은 두산(옛 동양맥주)과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간 경쟁이 어느 업종의 라이벌들 보다 치열하다. 하이트는 지난 33년 설립돼 맥주시장 1위를 지키다 66년 경영난으로 두산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하이트는 30년만인 96년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올해는 두산이 한때 정상의 자리를 되찾는 등 그야말로 하이트와 뜨거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하이트가 정상을 되찾았던 지난 96년 23.82%라는 폭발적인 매출증가율과 0.169세라는 낮은 설비연령으로 기업연령이 성장과 안정을 겸비한 33.95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이 16.15%로 떨어지고 경영자 평균연령이 96년 53세에서 65세로 크게 늘어나면서 4년만에 17.7세나 먹었다.하이트에 고지를 탈환당한 두산은 96년 39.49세로 하이트보다 5.54세가 늙어졌다. 10% 매출감소라는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맹공격을 퍼부어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이 39.32%라는 큰 성장을 보였고 설비연령도 0.515세에서 0.274세로 크게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4년 동안 거의 나이를 먹지 않은 39.99세를 보였다.두산은 지난 6월 OB맥주 지분 45%를 네덜란드계 투자사인 홉스사에 팔면서 맥주사업에서 손을 뗐다. 두산은 구조조정에 따른 사업다각화로 회춘이 기대된다. 하지만 하이트로선 경쟁상대가 이제 국내업체에서 외국업체로 바뀌었다.자동차 / 현대차 vs 기아차영원한 1위 현대자동차와 그뒤를 맹추격했던 2위 기아자동차는 지난 99년 형제의 연을 맺었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후 현대는 자사제품인 승합차 카스타를 기아에서 판매토록 한 데 이어 기아 화성공장에 EF 쏘나타 라인을 설치해 이란성 쌍둥이 옵티마 중형승용차를 탄생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양사는 서로 피를 나눠 본격적인 형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지난 96년 현대는 50대(51.25세), 기아는 30대(38.03세)였다. 현대가 기아보다 13.22년이 많아 큰 형이나 다름없었다. 4년 뒤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형제애를 발휘한 현대는 40.29세로 10년 이상 젊어진 반면 기아(41.54세)는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다. 졸지에 기아가 형이 된 것이다.형제들간에도 선의의 경쟁은 있는 법. 현대와 기아는 미니밴시장과 중형차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격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