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방’속 하이닉스 ‘회생 안간힘’

아남반도체 고객 다변화 추진, 동부전자 11월 신디케이트론 유치 후 본격 가동 … 내년초 고비

국내는 물론 세계 반도체시장의 두강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엘피다, 인피니온+도시바 등 세계적인 경쟁 반도체회사들에도 해당된다. 반도체 가격이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져 반도체회사들이 제품을 생산하든 그렇지 않든 엄청난 적자를 모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 이같은 상황은 내년까지 지속될 예정이어서 반도체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반도체 시황지난 10월31일 현재 64메가D램의 가격은 67센트. 지난해말 6.76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원가(2달러대)에도 못치는 가격이다.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4년만에 처음으로 반도체부문에서 3천8백억원(3분기)의 영업손실을 냈고 하이닉스는 3분기에 5천3백1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해 1조2천7백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6~8월)를 기록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데 있다.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의 주종인 D램가격이 내년 2~3월 중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내년 2분기부터 PC 경기가 살아나 D램가격 회복에 탄력이 붙는다고 해도 64메가D램의 경우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1.1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반도체회사들은 내년까지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시장점유율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으로 20.9%였으나 최근 25%에 육박, 메모리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이크론도 지난해말 18.7%에서 상당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삼성과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은 세계 3위 하이닉스의 퇴보에 있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말 메모리시장에서 17.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주요 거래선들이 최근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으로 옮기면서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삼성전자는 128메가D램에 이어 주력 D램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256메가D램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55%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또 DDR점유율도 50%선으로 올라갔고 램버스D램 점유율은 63%까지 치솟았다.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D램점유율은 30% 선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재편 움직임반도체경기가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이미 합병과 매각 등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세계 5위의 일본 NEC와 6위의 히타치는 올초 메모리부문 합작법인인 ‘엘피다’를 세웠다.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를 합작을 통해 최소화시켜 보겠다는 뜻이었다. 이어 세계 4위의 인피니온이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인수키로 하면서 매출액면에서 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게 됐다.이에 따라 메모리시장은 삼성, 마이크론, 하이닉스 등 ‘3강’ 구도에서 삼성, 마이크론, 하이닉스, 엘피다, 인피니온+도시바의 ‘5강’체제로 바뀌게 됐다.하지만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정상화의 길이 열린 하이닉스가 자구안으로 몇 개 공장을 중국에 파는 등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어서 위치가 다소 불안해 보인다. 더욱이 하이닉스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몇가지 난관을 헤쳐야 한다. 계속되는 반도체 가격하락을 강도 높은 자구안으로 버텨내야 하고 세계 경쟁업체들의 압박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마이크론은 물론 일본 반도체회사들마저 ‘하이닉스를 반덤핑으로 제소하겠다’는 식으로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국내업체들의 생존전략삼성전자는 2005년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을 합쳐 세계 랭킹 2위에 올라선다는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3백mm 웨이퍼 양산과 제품구조의 고부가가치화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은 이미 3백mm 웨이퍼를 이용한 2백56메가 양산에 들어가 주력제품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다.삼성은 내년 초부터 0.12㎛(미크론·1백만분의 m) 공정을 적용해 512메가 등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이와 함께 삼성은 가격변동이 심한 D램의 비중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플래시메모리 S램 등 고가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플래시메모리는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로 최근 정보기술(IT)산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54%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디지털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NAND형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이 이미 도시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삼성은 내년에 인텔 AMD 등이 장악하고 있는 휴대폰용 플래시메모리(NOR형)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이 신규자원지원 등 정상화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일단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에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신규자금지원에 맞춰 올연말까지 8천8백50억원, 내년중 1조7천1백50억원 등 총 2조6천억원의 자구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최근 전임직원에 대해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인력과 조직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전체 해외법인에서도 인력 20% 축소와 비용 30% 절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지난 7월부터 미국 반도체공장(HSMA)의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한시적 가동 중단에 들어갔으며 사업매각 및 분사를 통해 5천명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초 2만2천명이던 인력을 10월 현재 1만4천여명으로 50% 가까이 줄였다.한편 비메모리 파운드리(수탁)업체인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아남은 지난 6월을 바닥으로 7월 이후 주문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상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아남은 고객 다변화, 다양한 기술개발,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우선 중장기 과제로 팹리스(Fabless)를 초점으로 한 국내 영업력을 강화하고 기존에 주력해온 Deep Sub-micron CMOS logic 분야 외에도 IP 및 라이브러리 분야에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지난 4월 웨이퍼 생산을 개시한 동부전자는 내년 1분기 중 웨이퍼 생산능력을 현재 월 5천장에서 월 2만장으로 늘려 흑자기반을 다지고 2003년 하반기에 흑자를 실현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동부는 우선적으로 11월 중 5천8백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도입하고 3억1천만달러의 외자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부전자 관계자는 “비메모리의 가격하락 폭이 7.3%로 메모리의 80.5% 보다 작은 데다 최근 파운드리업체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