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비율 잘 정하면 연봉 2배 ‘거뜬’

외국계 IT기업은 파격적 인센티브로 유명하다.‘인센티브로 먹고 산다’. 정보통신 업계에 몸담고 있는 영업맨들의 얘기다. 특히 인센티브가 파격적이기로 유명한 외국계 IT기업의 영업맨들은 인센티브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불철주야로 뛴다. 잘만 하면 자기 연봉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가족과 함께 환상적인 해외여행 등 다양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외국계 IT기업의 인센티브 제도는 일종의 ‘베팅 시스템’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영업맨들은 연수입 기준으로 연봉을 정한다. 그리고 영업맨들이 소위 말하는 ‘베팅’에 들어간다. 즉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베팅 비율을 정하는 데 실적에 상관없이 받는 금액과 인센티브로 받을 금액을 각각 5대5, 6대4, 7대3, 8대2식으로 만드는 것이다.예를 들어 베팅을 6대4로 했을 경우 연봉 5천만원의 영업맨은 6에 해당하는 3천만원을 실적에 상관없이 받아가고 나머지 4에 대한 2천만원은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이 영업맨이 영업목표치를 1백% 달성하면 자기 연봉의 5천만원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고 달성하지 못하면 3천만원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초과 달성할 경우 소위 말하는 ‘엑셀러레이트’가 적용된다. 엑셀러레이트는 보통 인센티브 금액의 3배수, 5배수로 계산되는 데 3배수일 경우 2천만원의 3배인 6천만원을 더 받아 총 연봉이 1억1천만원이 되는 셈이다.실제로 외국계 IT업계에선 베팅을 잘 해 자기 연봉의 2~3배를 받아가는 ‘알짜’ 영업맨들이 많다. 한국EMC의 영업맨 A씨는 지난해 회사와 3대7로 베팅해 쿼터의 3백50%를 달성하고 세금을 다 내고도 10억원의 연봉을 받아갔다. 또 연봉 7천만원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영업맨 B씨는 6대4로 베팅해 쿼터를 4백50% 달성하고 엑셀러레이트를 3배수로 계산해 자기 연봉의 5배인 3억6천만원을 챙겼다. 이외에도 영업맨의 인센티브는 다양하다. 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외제자동차나 아니면 보너스로 몇천만원씩 주기도 한다.지난해 쿼터의 9백90%를 달성해 최고의 인센티브를 받은 컴팩코리아 금융SI 영업팀 김충기 차장은 “인센티브 비율은 개인 연봉과 관계가 있어 비밀이다. 하지만 쿼터를 1백% 이상을 달성하면 적용되는 비율(엑셀러레이트)이 수직곡선을 그려 1백50%와 2백%는 금액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김광호 한국오라클 유통소비재팀 그룹장도 인센티브로 성공한 케이스. 김그룹장은 1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클럽 엑셀런스’를 IMF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계속 다녀올 정도다. 올 5월에 마감된 2001년도 실적에서도 전년대비 15% 쿼터 초과 달성해 올해도 고액의 연봉과 해외여행을 바라보고 있다.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영업 활동을 고취시키는 회사도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한국CA는 WEP(Welsh Enabling Planing)란 인센티브 제도를 글로벌하게 운영하고 있다. WEP의 핵심 내용은 ‘1(기본급)+2(인센티브)’이다. 즉, 기본급 4천만원의 영업맨이 2백% 쿼터를 달성하면 기본급의 두배인 8천만원을 더해 1억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CA 최고의 영업맨으로 자리잡은 오세민 이사는 “쿼터를 많이 받을수록 또 기본급이 낮을수록 불리한 조건이지만 수익성 높은 제품으로 신규고객을 발굴할 경우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외국계 IT기업에 비해 인센티브 제도가 약한 국내 정보통신 업체에서도 인센티브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사람이 있다. SI(시스템통합) 업체인 LG-EDS시스템의 경우 쿼터 대신 해당 프로젝트의 매출, 수익률 등에 따라 영업맨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LG-EDS시스템 관계자는 “SI 성격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출규모, 수익률 등을 따져 지급하고 있다”며 “많게는 1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영업맨도 있다”고 말했다.인터뷰김충기 컴팩코리아 금융SI영업팀 차장9백90% 목표달성 ‘영업 달인’‘9백90% 목표달성, 1주일간의 부부동반 해외여행’. 컴팩코리아 금융SI영업팀 김충기(38) 차장은 지난해 개인 쿼터의 9백90%를 달성해 전세계 컴팩 영업맨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세일즈맨으로 뽑혔다. 그 대가로 연봉의 5배가 넘는 돈을 받았고 1주일간의 부부동반 해외여행 티켓을 따냈다.컴팩코리아는 분기마다 영업실적을 결산해 영업맨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컴팩코리아는 인센티브 외 해외여행이라는 보상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쿼터를 1백% 달성한 팀은 4박5일의 해외여행이 주어지고 전세계 컴팩 영업맨 가운데 실적 상위 5%에 들면 1주일간의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김차장을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게 한 곳은 제일화재 대한생명 한빛은행 사이트. 올해는 H생명 대한생명 등이 진행되고 있고 계약 규모가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5백억원대에 이른다. 현재 최종 계약을 남기고 있는 H생명 신보험시스템 전산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의 경우 3백50억원짜리다.프로젝트가 클수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김차장은 H생명 프로젝트로 올해 쿼터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의 초인적인 실적을 과시한 김차장의 영업 노하우는 무엇일까. 김차장은 단연 체력을 꼽는다. 그리고 일에 대한 집착과 근성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가 고객에게 철저하게 자신을 맞춘다는 것.“지방의 한 은행을 대상으로 영업한 적이 있어요. 거의 1주일에 2번 출장을 갔습니다. 고객이 너무 자주 온다고 불평도 했지만 결국 고객을 잡았습니다. 영업은 사랑을 하는 것과 같아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삼성SDS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97년 컴팩코리아에 영업맨으로 합류해 98년부터 실력을 발휘한 김차장은 이제 개인 쿼터만이 아니라 팀 쿼터도 책임지는 자리에 앉았다. 김차장이 맡은 금융SI영업팀 영업맨은 모두 3명. 3명이 올해에 달성해야 할 쿼터는 지난해보다 1백% 올라간 1천억원. 김차장은 “지난해는 개인 목표를 채우는 데 노력했다면 올해는 팀 목표를 채우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며 “개인목표는 5백%”라고 말했다.김차장은 일반 영업맨과 달리 장례식장에 가지 않는다. 영업맨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가 예식장과 장례식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장례식장에 간적이 없다”며 “고객의 아픈 모습을 보고 영업하고 싶지 않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인터뷰오세민 한국CA 영업부 이사“후원자 네트워크 구축 … 세일즈 순풍”올해로 11년째 한국CA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오세민(39) 이사는 입사 이후 쿼터를 달성한 영업맨에게 주어지는 해외여행 기회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또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결혼 이후 5번이나 다녀왔다. 오이사는 “1주일 동안 부부동반으로 가는 데 아프리카 브라질 등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 다녀온다”며 자랑한다. 특히 올 4월엔 본사에서 10년 이상 근속자에게 주는 롤렉스 시계를 받기도 했다.오이사는 올 3월 마감한 한국CA 회계연도 결산에서 2백만달러의 쿼터를 채워 자기 연봉의 3배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연봉을 밝히는 것이 금기돼 있는 외국회사에서 연봉의 3배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혹자는 지사장 다음으로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이사가 되기 전인 부장시절이니까 컸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인센티브로 먹고 사는 영업맨들에겐 직급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올해도 쿼터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오이사는 올해 2백50만달러의 쿼터를 받았다. 9월말 현재 이미 1백90만달러를 채운 상태라는 그는 “이대로 가면 개인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가 되면서 팀쿼터인 4백만달러를 채워야 할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오이사의 주 영업무대는 LG카드 LG-EDS시스템 등 LG그룹이다. 올해 금호그룹과 아사이나항공 등의 사이트와 신규 사업팀도 맡았다. 특히 LG카드는 그의 독무대. 오이사는 “메인프레임 신규 투자가 많아 해마다 2번 이상 솔루션 업그레이드를 한다”며 “한번에 최고 16억원까지 계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에 LG화재에 60만달러, LG카드에 85만달러의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11년간 쌓아온 오이사만의 영업노하우는 적을 만들지 않고 우호적인 ‘내사람’을 구축하는 것. “영업은 내 사람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표현으로 멘토(Mentor, 후원자)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사람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사람은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영업맨에게 인센티브는 동기 부여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오이사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의욕이 떨어져 영업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반대로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급이 적다는 것을 말해 다른 부서보다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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