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수평화·열린경영, ‘꿀단지 기업’ 변신

‘내 장비’ 캠페인·경영실적 공개, 품질향상·의욕고취 한몫 … 신제품 개발로 중국 시장 개척

포스텍전자(www.postec.co.kr)는 국내 종업원기업인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매출과 수익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연간 수십억원대의 만성적자 사업부를 인수 2년만에 연매출 3백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기적’을 보인 것이다.포스텍전자는 지난 99년 3월 LG C&D(현 LG이노텍)의 SV(스위치·가변저항기)사업부를 소속 직원들이 인수해 세운 기업이다. 현재 1백80명의 직원 중 1백60여명이 주주다.경남 양산시 산막동에 위치한 이 회사는 이동통신을 비롯해 음향·영상·가전·산업용 기기 등 각종 전자기기에 쓰이는 스위치와 가변저항기, 힌지(HINGE) 등을 생산한다. 지금은 어엿한 자사 소유의 공장도 갖고 신제품을 개발해낼 만큼 기반도 다졌다.SV제품은 과거 금성알프스에서 LG전자부품(LG C&D의 전신)으로 이어지는 동안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아이템. 그러나 95년 30억원, 98년 79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지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이 사업 때문에 98년 정부로부터 LG전자부품은 퇴출기업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LG전자부품은 LG포스타와 합병해 LG C&D로 출범하기 전 SV사업부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 때 SV사업부 직원들이 회사측에 인수 의사를 밝히고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포스텍전자’를 설립했다.직원들 모두 경영이 정상화되기 전까진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등 고통분담을 달게 받았다. 부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경영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는 제품의 품질향상과 빠른 고객대응을 가능케 해 고수익 신제품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창업 10개월만에 매출 2백52억원, 순이익 1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애물단지’에서 ‘꿀단지’로 환골탈태한 것이다.경영 정상화까지 급여 삭감 등 고통분담이처럼 수십억원의 적자사업이 단기간 내 흑자로 전환하게 된 데는 그만한 비결이 있다. 무엇보다 팀제로 조직을 수평화해 담당자의 업무재량권을 최대로 보장했다. 그 결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이 한층 높아졌다. ‘내 장비(My Machine)’ 운동 같은 캠페인을 벌여 직원 전원이 생산설비에 주인의식을 갖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또 정기적으로 개인업적을 평가해 성과에 따라 월 급여의 2백%에서 최고 1천%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하는 등 업무수행 능력과 근무의욕을 고취시켰다.이런 동기부여가 품질향상을 가져와 지난해 1월 한국품질인증센터로부터 ISO9001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주문·생산·납품에 이르는 전 절차를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으로 바꾸는 등 혁신을 거듭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 정보화 시범인증 대상기업, ‘혁신사업(INNO-BIZ) 우수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열린 경영체제를 확립한 것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종업원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경영실적을 공개해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했다.단기간 급성장한 만큼 그 과정에 난항도 많았다. 생산량이 늘면서 설립초기에 1백명이었던 직원수가 차츰 늘기 시작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불거졌다. 주식을 소유한 창업사원과 이후 입사한 신규사원 간의 눈에 안 보이는 갈등과 문화적인 이질감이 생긴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사원에게도 자사주식 매입기회를 적극 권장했다.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구성원들간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이익분배 문제가 해소되는가 싶더니 다음엔 공장이전 문제가 또 한번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 LG이노텍 소유의 공장 임대기간이 만료됐던 것이다. 새 공장으로 이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이 때에도 역시 전사원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듭했다. 성과급을 공장이전비용으로 충당하기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사업을 내다본 전직원의 단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최근 포스텍전자는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SV제품이 내수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중장기적으로 사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제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이동통신 기기부품인 힌지, 메탈모드, 5방향 택트(TACT)스위치, SMD 택트스위치 등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해 놓은 상태다.중장기적으로 사업전환 추진지난해 매출이 3백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3백15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본다. 경상이익도 매년 15억원 이상을 유지해 국내외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엔 3백50억원 매출에 20억원 이익을 목표로 잡았다. 창업당시 설비 도입과 신공장 매입 등으로 한때 3백50% 수준이던 부채비율도 올해 1백50%, 내년엔 1백% 이하까지 낮출 계획이다. 내년엔 중국 광동성 혜주지역에 현지 법인도 설립한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시장과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인터뷰최영득 사장신속한 고객 대응, 재기에 큰 힘포스텍전자 최영득(44) 사장은 81년 금성알프스전자에 입사해 18년 넘게 전자부품 설계와 제조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연구개발자다. 99년 LG C&D SV사업부를 이끌 당시에도 부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리더였다. 본사에서 사업부를 접으려 할 때 ‘우리가 한번 해 보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던 것도 바로 그였다.SV사업은 이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사업이었지만 독립적으로 끌고 가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걸 확신했던 것이다.“회사설립 후 결재라인이 짧아진 만큼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 재기에 큰 힘이 됐습니다.”대기업에서의 오랜 제조현장 경험으로 무엇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들과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최근엔 각 직급별로 대표자를 정해 회사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각종 복리 후생 및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해 간다.“직급이 부장에서 사장이 됐다고 해도 직원 대부분이 주주이기 때문에 모두 동등한 관계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구성원 모두가 모여 민주적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매달 경영실적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도 이런 수평적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그는 그간 회사를 꾸려 오면서 현재는 중소 전자부품업체인 만큼 제품과 시장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된다고 생각한다. 분사전 시장 흐름을 잘못 판단해 큰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회사가 더 커지면 경영혁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조직 운영 등에 부분적으로는 약간의 한계를 느끼고는 있습니다. 외자 유치나 기업 공개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전문경영인 영입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일선으로 되돌아가 업무를 수행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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