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민원처리 … 정부·주민 ‘윈윈’

호주 대륙 퀸즈스랜드에 ‘전자정부’ 바람이 일고 있다. 호주 6개주 가운데 하나인 퀸즈랜드가 올 초부터 전자정부 또는 이-가번먼트(e-Government)로 알려진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11월 19일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 ‘사파이어2001’에서 퀸즈랜드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나와 주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시스템을 소개해 참가자의 주목을 끌었다.퀸즈랜드는 남한의 17.5배에 달하는 광대한 대륙에 남한 인구의 10%에도 못미치는 약 3백60만명 인구가 분산돼 있는 독특한 지정학적 환경을 갖고 있다.특히 주 수도인 브리스베인을 제외한 지역에 주민들이 분산돼 있다. 1평방km당 2명이 살고 있는 저인구밀도 때문에 공공행정 및 민원업무를 원격처리가 가능한 온라인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전자정부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폴 루카스(Paul Lucas, 사진) 퀸즈랜드 개혁 및 정보통신부 장관은 “효율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온라인에 의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과 협력해 온라인 서비스 체제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퀸즈랜드가 갖고 있는 전자정부 비전은 명확하다. ‘액세스 퀸즈랜드(퀸즈랜드로 가는 길)’라는 프로젝트 이름과 “언제 어디서나 정부를 만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와 관련 퀸즈랜드 정부는 SAP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퀸즈랜드 정부는 액세스 퀸즈랜드 사업 이전인 96년부터 SAP와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퀸즈랜드 장부의 각 부처는 그 해부터 SAP R/3를 도입,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15개 대학 연구소와 연계, 지속적으로 기능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SAP호주 공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로버트 페들러는 “SAP는 퀸즈랜드 정부의 재무 회계 업무를 원활화게 추진할 수 있는 기본 설계와 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며 “퀸즈랜드의 전자정부 프로젝트는 정부내 재정업무의 전산화부터 시작됐으며 대국민 서비스의 출발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민간기업 SAP와 협력호주SAP는 호주 전자정부 프로젝트에 각 국의 베스트 프랙틱스(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정부 업무 전산화에 민간 비즈니스 기업의 모델을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SAP는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독일 만하임 정부 캐나다 네델란드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대국민을 위한 공공업무의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의 경험을 쌓고 있다.일례로 독일SAP의 공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디트마 본부장은 “독일 만하임에 주차 허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초기 담당 공무원은 물론 지역 사용자들은 시스템의 효용성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그러나 만하임 당국과 SAP는 이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한편 시스템 구축과 업무 효율화를 위한 교육을 병행했다. 시스템이 구축되자 담당자와 지역주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업무는 투명해졌고 최종 사용자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손쉽게 주차 허가시스템을 이용할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AP는 이같은 사례를 집적하고 최적화해 각국 공공시스템 구축에 적용하고 있다.5개 과제 정해 전자정부 구축퀸즈랜드는 크게 ‘액세스 퀸즈랜드’를 포함해 5개의 과제를 정해 전자정부를 구축하고 있다.첫 번째로 정부 인트라넷의 일종인 가브넷(GovNet)이다. 가브넷은 개별 부처간의 정보공유를 위해 시작됐으며 이를 통해 원가절감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다음 과제는 서비스로케이터로 모든 국민이 손쉽게 정부 부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민원업무 또는 공무원과 업무를 추진하려고 할 때 소관부서를 즉시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공공기록 및 운영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부문서관리 시스템이다. 단순 문서 뿐만 아니라 8백여 기관, 4만5천여 건의 공공기록을 포함한다.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할 정부 및 공공 분야의 문서, 데이터, 증명 등을 디지털시스템으로 관리 보존하는 프로젝트다.호주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에만 1차적으로 1천6백60만 호주달러(한화 약 2백10억원)의 예산을 인터넷 설계, 컨설팅, 전략 개발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다.루카스 개혁 및 정보통신 장관은 이에 대해 “액세스 퀸즈랜드는 1회 또는 단기성에 그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전 국토에 퍼져 있는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수년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사업이며 서비스 개선에는 결코 중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SAP 사파이어2002’ 한국서 열린다세계 IT종사자 잔치 부산 유치 성공매년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열린 사파이어 행사가 내년에는 부산에서 열린다.국내 진출한 다국적기업이 7천명 규모의 국제행사를 경쟁국인 호주와 싱가포르를 제치고 부산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행사 시기는 2002년 11월. 행사 주최는 SAP코리아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IT종사자 7천여 명이 참가할 예정. 독일 본사 인력을 포함해 유럽 미주의 관련 인사를 포함하면 세계적인 정보기술 및 비즈니스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장소는 부산 벡스코(BEXCO). 행사의 타이틀은 ‘SAP 사파이어2002 부산’이 될 전망이다. 사파이어는 SAP사의 전시회 컨퍼런스로 유럽, 아시아, 북미를 순회하며 열리는 기업행사다. 축제라는 의미의 파이어를 회사명과 결합했다.당초 SAP코리아는 이 행사 유치를 위해 1년 전부터 뛰어왔다. 국제행사는 특성상 다국어 동시 통역, 호텔, 대형 전시장 및 컨퍼런스 시설, 관광, 교통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유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회의 성격상 회의장소로 싱가포르나 호주의 도시가 주로 선택됐으며 우리나라 서울이나 부산은 도외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AP코리아는 앞선 도시와 SAP내 경쟁지사를 물리치고 국내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SAP코리아는 삼성동 코엑스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5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컨퍼런스 시설이 부족한 데다 국제행사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산으로 방향을 틀었다.지역 개발과 관광부흥을 고려한 부산시의 협조를 얻어내고 개관한 지 얼마 안된 벡스코와 손을 잡게 됐다.이와 관련 최승억 SAP코리아 사장은 “사파이어2002 행사 유치를 계기로 SAP 본사 관계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별도 조직으로 운영돼온 일본SAP도 이 행사에 참가한다. 한국의 비즈니스 위상이 한층 올라간 것을 실감한다”며 자부심을 표시했다.이와 관련 국제행사를 대행하려는 이벤트 업계의 관심도 지대하다. 이벤트 대행업체인 인컴브로더가 이 행사를 SAP로부터 수주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차례 전문인력을 해외 행사에 파견, 정보를 수집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SAP 마케팅 담당자는 “이벤트 전문업체의 대행을 고려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국제행사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인터뷰헤닝 카거만 SAP 공동CEO“정부도 경영마인드 가져야 시너지”헤닝 카거만(Henning Kagermann)은 SAP의 공동CEO(최고경영자)다. 사려 깊은 독일계의 학풍을 대변하듯 그의 눈은 빛나면서도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같은 쇼맨십은 다소 없어보인다.그는 독일 뮌헨대학 교수를 했고 82년 경영회계 전문가로 SAP에 입사, 98년부터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각각 수학과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형 경영인. 인터뷰를 거부하지 않지만 답변은 매우 신중하게 하는 스타일. 그의 목소리에는 진지함이 스며있다.영업 및 고객관리 분야를 맡고 있는 카거만은 연구개발 분야를 맡고 있는 하소 플라트너와 공동CEO로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SAP는 삼성그룹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를 추진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그룹의 근간시스템을 SAP에 의존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을 위해 SAP가 진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SAP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과 계약을 성공적으로 확대하고 경영시스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11월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열린 사파이어2001 행사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온 카거만 회장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삼성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합작사업 또는 조인트벤처의 가능성도 있는가.삼성그룹은 SAP와 오랜 기간 e비즈니스를 지속해 왔다. 양사간의 협력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합작사(조인트 컴퍼니)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관계는.양사 비즈니스를 위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만난 적은 한 번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계는 없다.한국에 대해 연구개발 센터를 포함한 투자 전략은 있는가.우리는 모든 국가에 연구개발(R&D)를 둘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한국에도 R&D 센터를 둘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 한국 내에 센터설립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호주의 경우 퀸즈랜드 대학과 협력해 호주 R&D 센터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5명의 인원이 구성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보이스센터와도 협력할 것이다.SAP 고객 중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면.예컨대 호주의 경우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시작이 좋다. 특히 퀸즈랜드는 서두르지 않고 구체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이 매우 앞서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은 이제 시작하고 있고 싱가포르가 효과적인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독일 정부의 경우 현재 부분적으로 SAP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만하임 시의 경우 대표적인 전자정부 구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SAP와 손잡고 공공기관과 기업을 위한 공기업용SAP(mySAP.com for Public)를 개발, 시험 중이다.네덜란드의 경우 70% 이상이, 오스트리아의 경우 거의 모든 업무에 SAP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의사결정은 정책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아시아 지역은 어떤가.각국은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 매우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사례와 유사한 형태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시아의 경우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가 재정 업무에 대해 ERP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자정부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는 전국민을 연결할 수 있는 기간망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효율적인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는 이런 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민간 기업과 같이 협력하는 과정에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효과적인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성공전략은 무엇인가.효율을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각 기관별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통합, 이를 지원하는 모든 IT 시스템 간의 연계를 확보해야 한다.선진국의 경우 정부 기관의 ERP 도입은 재무시스템을 시작으로 물류 등으로 확장해 가는 경향이 있다.특히 산업기관, 유틸리티, 텔레콤 등은 정부에 의해 규제되거나 소유돼 있는 기업이 많아 공기업적 특성을 많이 갖는다. 이럴 경우 정부기관과 해당 기업의 프로세스를 고려해 솔루션이 설계된다.정부와 공공기관의 성공요소는 민간기업의 성공요소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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