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동반 플랜 짜야 노후 ‘넉넉’

P부장-연금 수령 때까지 현역생활 불가피, K사장-은퇴 앞당겨 설계해야 차질 없어

“은퇴 설계를 받아본 적 있으세요?”한창 일할 40대 샐러리맨들에게 은퇴 시기를 물어보면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한다. 일터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은퇴는 없기 때문이다. IMF 이후 정기적인 구조조정이 정착되면서 ‘은퇴는 곧 죽음’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샐러리맨들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은퇴 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지금부터 은퇴 뒤의 삶을 준비하지 않으면 노인이 된 뒤 ‘쓰레기통’을 뒤져서 연명하는 시기가 온다는 점이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고 은퇴시기는 빨라지면서 일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인간의 기대수명을 85세까지만 잡아도 25년 벌어서 30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 셈이다.예컨대 매월 1백만원을 저축하는 중소기업 P부장(45)을 보자. 그는 앞으로 10년 뒤 55세에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61세까지 그는 6년 동안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 이를 국민연금 암흑기라고 한다. 그 뒤 그는 소액의 연금을 받으며 80세까지, 아내는 87세까지 살아야 한다. 만약 지금부터 은퇴 뒤의 생활비를 마련해놓지 않으면 19~26년 동안 두 부부는 근근히 생존할 수밖에 없다.우선 퇴직한 뒤 매월 1백50만원의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P부장이 예상하는 은퇴시기는 55세. 우선 기간별로 필요한 자금과 마련 계획을 세운다. 55세부터 61세까지 그는 아파트 경비원이라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의 나이로는 61세부터 국민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시기도 나이에 따라 다른데 1953년 이후 출생자는 61세부터, 58년 이후 출생자는 62세부터 해서 5년 주기로 1년씩 늦춰진다.P부장은 53년 이후 출생자이기 때문에 61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그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얼마나 될까. P부장은 월 소득이 3백60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61세부터 매월 74만4천2백80원을 받는다. 매월 필요한 1백50만원의 생활비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해보면 죽을 때까지 해마다 9백10만원이 모자란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3%)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P부장은 해마다 1천4백만원이 부족한 셈이다. 따라서 부족한 1천4백만원에 그의 기대수명기간 19년을 곱한 2억원(투자수익률 6% 감안)을 마련해야 한다.이를 위해 P부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월 1백13만원(연간 1천3백55만원, 물가상승률 3%)을 연간 6%의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이때 고려할 점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미달되는 수익이 발생하는 통계상 투자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전액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야 한다. 은퇴설계 전문가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주식에 30%, 채권에 70%를 투자하는 것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연간 7.2%의 수익률을 확보해 목표 생활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의 재무전문가들은 100에서 고객의 나이를 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예컨대 P부장은 100-45(나이)=55, 그러니까 55%를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식투자의 경우 종합주가지수나 개별종목의 등락에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매월 적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중단하지 말고 자금을 넣어야 한다. 이런 투자방법을 ‘정액분할투자(Dollar Cost Averaging)’라고 한다. 이 방법으로 투자할 경우 종목 시가가 1년 전과 후가 같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떨어졌을 때 많이 사고, 올랐을 때 적게 사기 때문에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이익을 내는 것이다. 이는 연금계획의 토대가 되므로 장기투자에 적합하다는 것이 우사장의 분석이다. 국내에는 은행에서 적립형 펀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매월 소액이라도 주식형과 채권형에 투자할 수 있다.퇴직한 뒤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설계를 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본인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자금마련 계획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치매나 뇌졸중 등 중병에 걸렸을 때 수억원짜리 아파트는 고스란히 병원비로 나가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 오랫동안 병자들을 돌봐주는 보험상품(장기개호보험)이 개발되지 않아 부동산을 제외하면 대비할 수단이 없다. 두 번째는 남편뿐 아니라 아내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남성 중심으로 설계하는 국내 관행상 남편의 기대수명에만 맞춰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세우지만 이는 반쪽짜리 계획에 불과하다. 우사장은 “아내의 경우 기대수명이 남편보다 길어 각별히 신경 써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번엔 서울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K사장(43)의 경우를 살펴보자. P부장이 현금 창출에 포커스를 맞춰 은퇴계획을 세웠다면, K사장은 현재 자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K사장은 현금과 주식 등 자산이 많아 은퇴 뒤에도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뜻대로 노후를 보낼 수 없을 것이다.제일 중요한 문제점은 K사장이 은퇴시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예상한 은퇴시기 65세는 그의 바람일 뿐 재무전문가(FP)들은 그의 은퇴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한다. 특히 순발력과 모험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나이든 사람이 오랫동안 운영하기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 따라서 K사장 역시 P부장처럼 은퇴시기를 55세로 잡고 일찌감치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회사 일을 그만두는 것보다 회사 고문으로, 대주주로 경영조언을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은퇴시기를 55세로 한다면 K사장도 P부장과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매월 1백20만원을 투자한다면 61세부터 1백50만원의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평소 여유 있게 생활한 K사장의 경우 이 액수로는 생활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좀더 여유 있는 자금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은퇴한 뒤 어떻게 노후를 보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야 필요한 생활비가 계산된다. 이에 따라 매월 얼마의 돈을 투자할 지 정해진다. 현재 돈벌이에 문제점이 없다고 해서 그때 가서도 순풍만 분다고 가정할 수 없다. 미래 소득이 불안하면 부자가 느끼는 중압감은 누구보다 심각하다. 지금부터라도 어느 곳에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 계획을 세워 차질 없이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한 다.좋은 펀드 고르는 요령추가 가입·해지 가능해야 유리매월 일정한 금액을 꾸준하게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은행이나 보험사 연금신탁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 채권형이나 주식편입비 10% 미만의 혼합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예컨대 고객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원한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상품은 국내에 딱히 없는 것이다.하나은행 연금신탁은 매월 1백만원 이하의 자금을 10년 동안 투자하는 상품이다. 연간 2백40만원 내에서 소득공제혜택(52만8천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펀드종류는 1백%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와 주식편입비 10%를 포함하는 혼합형 상품이 있다.삼성생명은 삼성연금보험을 내놓고 있는데, 5만~1백만원까지 매월 적립하는 상품이다. 특징은 7년 이상 납입했을 경우 차익에 대해 비과세 한다. 그리고 연금 수령 기간을 고객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소득공제는 안된다.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좋은 펀드는 항상 추가 가입하고 해지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운용 중인 것이 좋다. 그리고 과거 실적이 합리적인 펀드를 찾는 것이 좋고, 펀드매니저를 한 번 이상 만나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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