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2억달러 수출 세계 ‘빅3’ 등극 … 2005년 매출 1조원 예상
입력 2006-08-31 11:55:53
수정 2006-08-31 11:55:53
“노키아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변대규(41) 휴맥스 사장의 일성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변사장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지난 11월 디지털 셋톱박스(STB) 수출이 2억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3천2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기세라면 2005년께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변사장은 기대하고 있다.휴맥스의 성공은 창업자인 변사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일궈낸 작품이다. 지난 89년 서울대 제어계측 공학박사였던 변사장은 89년 연구실 동기와 학생 등 7명으로 건인시스템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5년간 공장자동화와 PC주변기기를 생산했으나 직원들 월급도 못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94년 세계 최초로 CD반주기를 생산했고, 95년 비디오 CD플레이어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96년엔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셋톱박스를 내놓으면서 오늘의 성공을 일궈냈다.2005년 이후 성장엔진 고민중하지만 변사장은 오는 2005년께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셋톱박스의 뒤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혀있다. 2005년 이후 10년간을 먹고 살 신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년에 업종을 결정하고, 2∼3년 준비과정을 거쳐 2005년에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현재 브레인스토밍 단계입니다. 몇 가지 원칙만 정했을 뿐입니다. 지금은 틈새지만 시간이 지나면 큰 시장이 될 수 있거나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시작한다는 정도입니다.”변사장의 고민은 또 있다. 회사가 커 가면서 직원들이 갑자기 늘어난 탓에 기존의 기업문화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변사장은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사람이 최고 자산’이라는 경영철학은 변사장을 ‘성공한 경영인’으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이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은 휴맥스 전체직원 2백30명 중 R&D인력이 50%가 넘는 1백3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시아 최초로 유럽표준규격(DVB)의 디지털위성셋톱박스를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셋톱박스의 핵심기술인 수신제한장치(CAS)와 부가서비스 구동을 위한 미들웨어를 자체 개발해 필립스·RCA 등 세계 유력 셋톱박스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도 이런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변사장은 수첩에 노랑 파랑 등의 색종이를 붙여가며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직접 챙긴다. 노란색 색종이가 붙어있는 날은 팀장교육(월1회), 파란색은 CEO강연회(셋째주 목요일)를 갖는 날이다. 변사장은 이밖에 팀별 간담회(월 2회), 팀장 간담회(월 2회), 팀장 개인면담(월 4∼8회) 등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한다. 특히 25명의 팀장급 리더십 교육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팀장에 의사결정 권한을 많이 줘 그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는 변사장의 판단에서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기존의 자본집약적 산업에서는 사람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가령 포항제철은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지식기반 산업에서는 사람이 곧 공장입니다. 사람이 나가면 공장을 갖고 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직원역량이 커 가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성공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변사장은 투명경영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변사장은 “투명경영만이 CEO와 직원, 투자자,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직접 IR활동에 적극 나서는 편이다. 올해도 뉴욕 런던 홍콩 등을 다녀왔고 분기별로 국내 애널리스트와 미팅을 가졌다. 또 매달 해외투자자와 국내 애널리스트에게 경영실적을 공개하는 것도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변사장은 요즘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 노키아에 대한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수 시장이 작은 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노키아의 성공이 신화나 만화같은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메커니즘 때문에 계속 올바른 판단을 하는 거예요. 국내기업들도 지식기반 사회에서 어떻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나가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려면 투명해야 하고 각자 전문적인 역량이 있는 사람이나 혹은 기업들이 모여 동업하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또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해 “한국의 벤처기업이 기술만 잘 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해외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 높은 기술력, 자체 브랜드, 틈새시장 공략 등 3박자를 갖춰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변사장은 부드럽고 차분한 스타일이다. 말투에도 높낮이가 없다. 동네 축구클럽에서 매주 공을 차거나 책 읽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한달에 경영서적만 줄잡아 예닐곱 권을 읽는 변사장은 벤처업계에서 ‘공부하는 경영자’로 통한다. 책을 읽다가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노트에 정리한 후 CEO강연 때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게 이젠 그의 일과 중 하나가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