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MS 등과 전략적 제휴로 미래 예약 … 인재양성·IR 강화로 성장 채찍질
입력 2006-08-31 11:55:53
수정 2006-08-31 11:55:53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전자업계의 거두다. 그의 경영능력은 삼성전자를 일으킨 강진구 전 회장에 이어 세계 전자산업의 한 획을 긋고 있다.윤부회장의 눈빛은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마쓰시다전기 도시바 소니 필립스 인텔 마이크론 등 세계로 향하고 있다. CEO뿐만 아니라 사업부 임원들의 변화, 기술 설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참여연대와의 주총싸움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기식 참여연대 간사와 설전을 벌이는 CEO 윤종용 부회장의 모습은 삼성전자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주주총회 단상에 선 그는 어눌한 듯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언변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윤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스피드와 단순함’이다.“경영은 프로세스(과정, Process)의 관리이며 프로세스 혁신의 연속이어야 한다. 따라서 프로세스는 단순(Simple)하며 빠르고(Speedy) 자율적인 의사결정 및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과 체제 구축이 중요하다.”윤부회장이 정의한 ‘경영’이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그의 결단은 신속했다. 인텔과의 제휴, 페어차일드로의 공장 매각, 자동차 지분 처리 등 단순하면서 과감했다. 특히 올해 미국 델사와 1백60억달러 장기계약과 전략적 제휴,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인텔사 등과의 제휴 협력으로 미래 성장 분야의 도약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윤부회장은 인재 양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창의성과 진취성,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인재가 기업경영에 최고의 경영요소라는 점을 중시해 임직원 해외연수, 대학 위탁교육, 사내 반도체 공과대학과 첨단기술연구소 등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과 신기술·신지식 교육 강화 등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인재 양성관을 밝혔다.삼성전자는 국내 기업체로는 드물게 사내에 대학원 수준의 반도체 단과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즘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재와 테크놀로지를 육성키 위한 것이다. 그는 “특히 임직원 스스로 디지털 사회의 준비된 인재, 미래 글로벌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경영자 육성에 대한 관심도 표시했다.윤부회장은 해외 기업과의 제휴, 참여연대와의 주총을 거치면서 주주를 위한 경영, 투명한 경영에도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투자가들도 직접 만나는 등 IR도 직접 챙기고 있다.“1년을 기준으로 분기, 반기마다 국내외 주주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경영 내용과 향후 경영방향을 설명하는 현장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투자가를 직접 만나는 자리를 통해 주주들의 관심 사항과 새로운 희망사항을 파악하고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주주통신문도 보낸다. 주주들에게 경영성과와 기업의 투자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기업가치 향상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노력 이외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업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21세기 생존 키워드는 ‘변화’윤부회장의 21세기 관건은 기업의 생존. 생존의 키워드는 ‘변화’다.“디지털 사회 환경에서 기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커다란 변화와 격동의 21세기에는 업계를 리드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세계 표준을 주도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제 변화하는 일류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과거의 타성을 타파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신속한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부회장은 글로벌 경영인. 따라서 해외 체류 일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올해에만 14번 해외로 나갔다. 약 3개월, 1년의 25%를 해외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윤부회장의 2002년 화두는 ‘디지털-e컴퍼니’.“e컴퍼니 실현을 위한 경영혁신의 가속화와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셋트 사업의 디지털 융합화·복합화를 강화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이를 통해 부가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기업가치와 주주들의 투자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신년 목표를 설정했다.국내 경기 회복의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부회장은 내년 사업의 걸림돌로 수요 침체를 지적했다.“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세계 IT산업, 신경제 분야의 수요 침체 조정국면 지속 여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잉재고와 높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수요공급의 불균형 지속 현상은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야 균형찾기 과정으로 돌입할 것”이라고 봤다.그는 최근 가장 어려웠던 일로 9.11 뉴욕 테러사건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았다.“9.11 테러 사건 여파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이사진의 의견을 존중하고 무엇보다 고객이 만족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99년 비즈니스위크 ‘세계 25인의 경영인’에 선정된 바 있는 그의 경영 성적표는 삼성전자의 매출이 증명해 준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1~9월) 동안 매출 23조8천9백75억원, 수출액 16조1천9백82억원, 당기순이익 2조5천4백43억원을 달성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66%에서 46%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