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경영 혼신, 세계무대 소비자 만족도 1위 올라 … 글로벌 시대 ‘비전 2010’ 시동 박차
입력 2006-08-31 11:55:53
수정 2006-08-31 11:55:53
‘올해의 CEO’로 선정된 정몽구(63)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정회장은 요즘 10년 후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10년 전인 91년 9월 정회장은 현대정공(지금의 현대모비스)을 통해 지프차 ‘갤로퍼’를 선보이면서 자동차사업 석권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의 꿈은 지난 98년 국내 자동차업계 1위 현대자동차와 3위 기아자동차의 대표이사로 등극하면서 실현됐다. 이제 그는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 회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정회장의 이같은 대야망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세운 21세기 경영전략 ‘비전 2010’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전략은 2010년께 21세기 세계 자동차업계 지도가 현재 10대 메이커에서 5대 메이커의 경쟁구도로 좁혀진다는 시나리오 아래 짜여진 것으로 현대자동차가 세계 5대 생존리스트에 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현대가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토요타 폴크스바겐 르노 푸조 혼다 BMW 등 세계 굴지의 9개 메이커들 중 5개를 제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이들 모두가 현대보다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과연 정회장은 이들을 굴복시킬 묘책을 갖고 있는 것일까.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은 정회장을 가리켜 ‘품질 전도사’라 부른다. 정회장이 입만 열면 품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정회장은 지난해부터 직원들에 대한 품질교육을 강화시켰는가 하면 올해 자동차부품 협력사들에 품질향상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특히 한 개 부품을 여러 부품업체들에 납품케 했던 기존 시스템을 품질이 뛰어난 업체에 몰아주는 완전경쟁체제로 바꾸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 부품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정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왜 품질인가.자동차전문가들은 기술력, 든든한 재무구조, 노사화합 등 3박자가 제대로 갖춰져야 품질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느 것 하나 삐걱거리기만 해도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회장은 바로 이것을 꿰뚫은 것이다.하지만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잡지 않고서는 10년 안에 펼쳐질 치열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정회장의 절박한 심정도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정회장의 품질개선 노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지난해 현대차가 인도(소형 및 중형승용차) 및 스페인(티뷰론) 시장을 석권했고 영국에선 소형승용차 베르나가 소비자 만족도 1위에 올랐다. 올들어서는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SUV차량인 싼타페가 소비자 만족도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준중형승용차 아반떼 XD의 측면충돌 최우수판정, 캐나다 판매고 톱5위 진입 등 희소식이 국내로 연달아 날아들었다.더욱이 정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자동차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받았다. 이 상은 자동차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것으로 동양인으로는 정회장이 일본 혼다자동차의 히로유키 요시노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받은 의미있는 상이다.정회장의 행보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글로벌화 작업이다. 정회장은 지난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터키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등으로의 진출을 가속화시켰다. 올해 정회장의 행보를 보면 지난해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정회장은 올해 미국 일본 중국 3개국을 마치 집중 공략대상국으로 정한 듯 각국을 세 차례 씩이나 찾았다.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선 3대 자동차 집단인 둥펑자동차집단과의 자본제휴로 승용차사업에 본격 뛰어드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이어서 정회장에게 의미가 각별하다.현대·기아차 상반기 매출 16조9천억원정회장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는 올들어 매달 사상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반기 중 각 80만대, 44만대 등 모두 1백24만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두 회사의 매출은 상반기 중 16조9천억원, 순이익은 9천5백여억원에 달했다.정회장은 경영철학으로 신뢰경영 현장경영 투명경영 등 세 가지를 강조한다. 이중 신뢰와 현장경영은 정회장의 품질향상 및 글로벌화와 맥을 같이 한다.정회장은 투명경영을 위해서도 꽤 신경을 쓰고 있다. 정회장은 직접 IR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주들의 관심사항을 챙기고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현대차 홈페이지에 만들어진 IR코너를 가끔 들여다 보는 것 또한 잊지 않기 때문이다.정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들 중 또다른 하나는 인재관리다. 정회장은 선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신입사원들과의 체육대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물론 인재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단기 국내외연수프로그램을 비롯해 사이버직무교육, 국내 우수대학 교수진과의 간담회, 산학공동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정회장이 내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뭘까. 글로벌 톱 5에 진입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내년 12월에 있을 세계 박람회 유치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정회장은 이를 위해 11월에만 바하마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국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정회장이 세계 박람회를 유치할 경우 선친의 88서울올림픽, 동생 정몽준 국회의원의 월드컵 축구대회에 이어 국가적 대행사를 정씨 3부자가 실현시키는 큰 업적을 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