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이 덤벼도) 난 한 놈만 팬다.” 99년 흥행한 영화 에서 유오성이 한 말로 한 때 장안에 화제가 됐다. 좀 확대 해석하면 ‘선택과 집중’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명품 마케팅에 이 개념이 적용되면서 다시 한번 ‘주유소 습격’ 신드롬이 일고 있다.수입차는 물론이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제 가방을 비롯해 수천만원이 넘는 호피, 구슬만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고급시계 같은 값비싼 명품들은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게 판매업자들의 얘기다. 살 사람이 누구인지 정해져 있는데 살 생각이 없거나 살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서울 청담동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한 명품 매장의 관리자는 “명품시장은 ‘8대2 마케팅(매출의 80%는 상위 20%의 고객들에서 나온다는 이론)’이 아닌 ‘99대1’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매출의 99%를 채워줄 1%의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물건을 사 간 손님이라면 개인적 친분을 쌓아두는 건 기본이다. “휴대폰 번호는 기본이고 가족들 생일, 남편의 직업까지 모두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재력가 ‘사모님’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수입의류 브랜드 콜렉션에서 만난 책임디자이너는 “옷로비 사건 이후 고위직 부인들이 이런 1대1 마케팅을 더 선호한다”고 전한다. 고급 매장을 드나들다 혹 ‘사치’ 시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해 전화주문이나 직원들이 방문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로열층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한국샤넬 역시 VIP고객들을 ‘특별관리’한다. 물품을 사간 손님들 중 구매 횟수, 총 구매액 등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매장관리자만 알고 있고 철처하게 비밀에 부치는 게 원칙이다. 샤넬 관계자는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들을 찾아내 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제품을 소개한다”며 “여기엔 고객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관리자들의 실적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까르티에 구찌 티파니 버버리 겐조 등 귀족브랜드들이라면 저마다 ‘로열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두고 밀착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관이나 재벌 부인들 말고도 이런 리스트에 올라오는 부류가 또 있다. 바로 인기 연예인들이다. CF 출연 등으로 고수입을 올리거나 중년층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들 중엔 이들 명품브랜드측으로부터 대접받는 이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연예인의 의상을 담당하는 한 코디네이터는 “같은 또래의 연예인에게 팔았다는 얘기만 듣고도 제품을 구입하는 돈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실제로 업체들이 이를 고객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수입차 마케팅에서 연예인 타깃마케팅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한 예로 연예인들이 BMW를 많이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자 매출이 뛰기도 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특별 대우한 것이 효과를 본 케이스다.새로운 로열 고객을 찾아 나선 업체들도 있다. 여성 포털 인터넷 명품쇼핑몰을 운영하는 해피올닷컴의 경우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의 코디들을 활용한 명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으로 방문하는 코디들이 명품을 살 만큼 ‘돈 있는’ 주부들의 리스트를 확보해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 “인터넷 메일이나 카탈로그 형태의 판매방식보다 얼굴을 맞대고 실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해피올닷컴측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