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천당으로” “온탕 냉탕을 번갈아 오갔다.”2001년을 회고해 보라는 질문에 대한 이같은 대답에서 올 한해가 펀드매니저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힘겨운 한 해란 사실을 알 수 있다.금융시장 완전개방 이후 올해만큼 금리나 주가가 급변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닥이 언제냐 하는 경기논쟁에 따라 주가와 금리가 춤을 추는가 하면 9월에는 갑자기 미증유의 테러까지 발생했다.주식시장의 경우 종합주가지수의 진폭이 300포인트에 육박했다. 연초 620선을 넘던 종합주가지수가 4월에는 490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금융시장 안정대책, 미국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5월29일 반짝 630선까지 오르던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 하반기들어서는 IMF 졸업에 이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600선 탈환에 나섰던 종합주가지수가 ‘9·11테러’라는 복병을 만나 연중 최저치인 468까지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주가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판단이 확산되기도 전인 10월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이 갑자기 ‘바이코리아’를 외치며 급격하게 주식을 매수하고 S&P와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 12월7일 종합주가지수는 드디어 700선에 올라선다.주가가 이렇게 하반기에 크게 올랐지만 국내 투자자들 중에서 수익을 올렸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기관투자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국고채금리 급등 투신권 한때 흔들시가평가제가 정착한 올해는 채권시장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연초 대부분 전문가들이 하반기 경기 반등을 예상하면서 갑자기 3월 들어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2월말 현재 5.43%였던 국고채 금리는 4월 6.80%를 고점으로 이후 3개월 동안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이 시기에는 MMF계정의 자금이 갑자기 이탈하면서 전체 투신권이 흔들리기도 했다. 시가평가제 도입 이후 정부와 투신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제대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었는데 4월 한달 동안 MMF계정에서 무려 12조6천억원이 빠져나가 투신사들은 대우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빠져나간 자금은 대부분 은행권의 저축성예금으로 옮아가 수신고가 한 달새 40조원 가까이 늘기도 했다.MMF환매 파동이 다소 진정된 여름 이후에는 국내외 금리인하 분위기를 타고 다시 4%대까지 국고채금리가 떨어졌다. 하지만 10월 초에 다시 ‘금리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금리가 들먹여 또 한번 펀드매니저들을 힘들게 했다.올해는 또 한국은행이 목표금리 공시제도를 채택한 이후 가장 많이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한 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특히 9·11테러 직후 새벽 임시회의를 열어 콜금리를 0.5%포인트(50bp) 인하하기도 했다. 이 때의 금리하락폭은 물론 새벽회의는 금통위 설립이후 처음 있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결국 콜금리는 지난 2월 5%대가 깨진 이후 네 번에 걸쳐 인하되면서 현재는 4%에서 멈췄다.그러나 이런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눈부신 수익률을 올린 운용사와 운용팀이 눈에 띈다.‘2001베스트 운용사’ 주식부문에서는 동양투자신탁운용이 평균 수익률 35.65%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LG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제일투신운용 동원BNP투신운용 등도 연평균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동양투신의 주식형펀드는 가 매주 게재하고 있는 펀드수익률 순위에서 평소에도 대부분 20위권 안에 드는 좋은 성적으로 ‘고득점’이 예견됐던 터이기도 하다. 동양투신 전상일 대표는 “팀간의 경쟁과 보완체제를 이룩,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5%포인트만 넘기자는 목표로 펀드를 운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양투신은 올 한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태평양 현대모비스 등 내수관련 종목을 집중매입했으며 LG홈쇼핑 SBS 등 코스닥종목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 좋은 성적을 거뒀다.‘2001 베스트 운용사’ 채권부문에서는 한화투자신탁운용이 단연 눈에 띄는 8.24%의 수익률로 1위에 올랐다. 한화투신 안창희 사장은 “1등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리스크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겸손해했다. 무조건 수익률 위주로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부합하는 운용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나름대로 안사장이 내린 1등의 이유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화투신이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을 먼저 봤으며 한 발 앞선 투자전략을 세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것이 1위에 등극한 진짜 이유라는 설명이다. 안사장이 지난해 현대그룹 내분사태 직전 현대그룹 물량을 줄이라고 지시를 내린 데서도 이같은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이어 채권부문에서는 신설투신사에 속하는 태광투신운용이 7.98%로 2위를, 신영투신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조흥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등이 역시 7%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2001 베스트펀드’의 일반형&성장형 주식펀드부문에서는 템플턴 투신운용의 ‘템플턴Growth주식1’이 누적 수익률 52.6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주식편입비율이 70% 이상인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연중고점대비 종합주가지수 상승폭이 27.69%, 주식형펀드의 전체 수익률 평균이 26.35%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다.템플턴은 특히 국내 투신사들이 모델로 삼을 정도의 시스템을 구축, 타사의 모범이 됐다는 점에서도 진정한 1위 자격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일반형&성장형 주식펀드부문에서는 이밖에도 평균 수익률이 35%가 넘는 ‘고수익펀드’가 속출했다. LG투신운용은 ‘MP2000스파크주식1’과 ‘MP프론티어주식B6’ 두 펀드가 각각 2, 3위에 올라 회사 전체로도 좋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일반채권 펀드 가운데서는 대한투신운용의 ‘우먼파워추가형단기채권S-1’이 9%가 넘는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올 한해 회사채 평균 금리가 7%를 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투신은 2%포인트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부문에서는 대한투신 외에도 한화 조흥 서울 미래투신 등이 고르게 8%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2001 베스트 펀드’ 국공채 부문에서는 삼성투신운용의 약진이 눈부시다. 삼성투신은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구사, ‘비과세추가형국공채H1’과 ‘믿고탁비과세국공채1’을 각각 1위와 3위에 올려 놓았다. 올 한해 3년만기 국고채의 평균금리가 5.6%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8.45%라는 누적수익률은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국공채부문에서는 특정 회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투신이 주은투신운용과 함께 1위부터 7위까지의 순위를 휩쓸어버렸다. 삼성투신은 규모에 걸맞게 1, 3위와 4, 5위를 차지했으며 주은투신은 작은 규모지만 치밀한 팀플레이로 ‘에이스국공채6-1’로 수익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다른 상품으로 6, 7위에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