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금고 지방공략 맞서 지방업체 수성 안간힘 … 일본 대금업체도 상륙 러시
금고업계의 무보증 소액대출 시장을 연 현대스위스금고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거래한 모든 고객들의 금융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 앞으로 영업수익을 높이는 데 이용키로 했다. 이미 시스템 개발은 끝났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김광진 현대스위스금고 회장은 “내년 1월부터 연체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 소액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수많은 연체자를 양산해 낼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회장은 콜센터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연체관리를 보강할 예정이다.현대스위스금고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전국에 지점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인 우량 금고를 대상으로 전국에 지점을 내도록 허가했다. 능력에 따라 전국적인 대형금고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준에 적합한 금고는 전국 7∼8개로 업계는 예상한다.금고업계 최대의 규모(수신 1조5천억원)를 자랑하는 한솔금고 역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초 스마트론(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상품)으로 고객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소액 대출시장에 진출했다. 아직 이 부문의 대출액이 2천억원에 불과하지만 내년 6천억원을 목표로 시스템과 인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이미 한솔은 올해 초 ‘소비자 금융부’를 독립시켜 독자적으로 사업하도록 했다. 또 내년 4월까지 CSS(신용평점제도)를 도입, 체계적으로 여신관리를 하기로 했다. 또 대출심사인력도 기존 2∼3명에서 10명으로 확충하는 등 인력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탈바꿈이렇듯 금고업체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 이유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금고가 개척한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예컨대 다국적 금융기관인 씨티은행은 국내 거대 사채업자와 손잡고 대금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다른 은행들도 이 시장을 곁눈질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내년에 가장 떠오를 시장은 ‘자영업자와 가계 대출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이 금고가 장악한 소액 대출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금리가 낮고 기업대출이 어려워지자 제도권 금융기관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계 대금업체들도 상법상 회사에서 이젠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지정 받아 향상된 신뢰도를 배경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이자율을 60% 이하로 묶어 둔 회사에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내 대표적인 일본 대금업체 프로그레스 관계자는 “2월부터 신규고객에게는 60% 이자를 적용하고, 전 고객들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부터 60% 금리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레스는 영업인력과 심사인력을 확충, 금고고객이나 은행고객까지도 흡수할 계획이다. 은행 금고 대금업체간의 사업 경계선이 없어지는 셈이다.지난 97년 IMF 직전 전국의 신용금고는 2백31개였다. 호황을 누리던 금고업계에 찬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IMF 이후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면서부터. 대기업이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하청기업인 중소기업의 파산으로 경기불황의 여파가 이어졌다. 금고는 대부분 은행권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틈새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부실은 금고의 부실로 도미노 현상처럼 번져갔다.이런 이유로 지방에선 금고업계의 인수합병이 줄을 이었다. 부산지역에선 4개 금고사가 통합돼 한일과 부일금고를 인수, 지금의 한마음금고가 됐다. 중부지역을 커버하던 하나로금고는 3개사를 합병했고, 대구 근일금고는 6개사를 인수했다. 강원도 역시 동해 원주 등 5개 금고가 합병, 금강금고가 됐다.아예 초토화된 지역도 있다. 대구 경북지역과 대전 충남지역은 70∼80%의 금고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부실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주 전남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금 살아남은 금고는 혹독한 세월을 견뎌낸 우량금고인 셈이다.합병바람과 함께 금고업계의 재편을 촉진시킨 사건은 금고자금과 검은 손과의 유착관계였다. 진승현 이경자 등 귀에 익은 이들을 통해 동방금고 열린금고 등이 퇴출당했다. 이를 통해 금고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요즘에도 금고가 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신뢰도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바꾸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03년 3월까지 모든 신용금고는 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꿀 수 있다. 과거 각종 금융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던 금고업계로서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은행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대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사외이사 준법감시인 소수주주권행사제도 등 제도권 금융기관처럼 정비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통해 금고는 공신력과 고객들의 신뢰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준비하지 않으면 시어머니만 늘 뿐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김준현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 팀장은 “금고가 신뢰도를 높이고 과거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지역밀착 경영만이 생존보장지방의 금고들은 서울지역 금고에 빼앗긴 지역 고객들을 되찾아 오는 것이 급선무다. 지방금고는 그동안 서울지역 금고들의 딜러들 때문에 고객 유치에 애를 먹었다. 소액대출 시장은 있었지만 지역금고가 이들 고객을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 이와 함께 지역 고객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우려도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강원도 금강금고는 동해 원주 등 5개 지역 금고가 합병된 곳이다. 금강금고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서울지역 금고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 오는 것과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 등 두 가지. 이를 위해 금강금고는 소액무보증대출시장에 진출했다.조용근 금강금고 여신팀장은 “소액무보증대출 시장을 잡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영업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주지역은 직업 군인을 대상으로, 동해는 냉동수산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수산물대출, 춘천 사북지역은 개인택시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회의소 등과 연계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금강금고는 소액무보증 대출 금리를 18.25%로 확정, 대출처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는 서울지역 금고에서 내놓는 상품금리가 60%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다.광주 창업금고는 일수 전문으로 지역에서 튼튼하게 성장하는 금고다. 문병식 창업금고 사장은 직원 10명에게 모두 오토바이를 지급, 매일 수금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일수는 말 그대로 매일 이자를 받는 것. 이같은 영업방식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지역정보에 정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오토바이 특공대’가 매일 수금을 하다 보면 어느 상점, 어느 업종이 요즘 돈벌이가 괜찮은지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출처를 신규 발굴하기도 하고, 우량고객을 선별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생기는 것이다.제주도 미래금고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해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뱅킹은 말 그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40대 이상 고객들은 인터넷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 미래금고는 직원들이 직접 소형 봉고차를 몰고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며 고객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른바 이동 금고인 셈이다. 직원들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즉석에서 대출해준다. 올해 2백5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이 금고는 또 미용사 협회, 음식업 협회 회장 등 업종별 회장들 39명의 모임을 만들어 ‘소상공지원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들에게 우량한 자영업자들을 소개받아 대출해준다. 대출금리는 14∼26%. 또 정기회의를 주선해 이들 협회장에게 대출상품 등 정보를 주고 있다.미래금고는 내년 평화은행과 제휴, 론카드(Loan Card)를 고객들에게 발급해줄 계획이다. 평화은행은 미래금고의 우량 고객을 흡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미래금고는 론카드 한 장이면 전국 어디서나 1백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제도권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