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채권 ‘지뢰’ 리스크 관리 낙제점

올해도 투신업계의 기상도는 밝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 99년 대우사태를 계기로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던 투신업계는 올 초 현대그룹 회사채에 투자 손실을 봄으로써 신뢰 회복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신업계가 말로만 신뢰 회복을 떠들었지 정작 필요한 운용의 투명성과 리스크관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태 발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현대유화 등 부실채권에 상당수의 투신사들이 물려 고객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 채권은 시장에서 위험하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울렸지만 대다수 투신사들은 애써 외면했다. 신용등급이 아직은 적격 등급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돼 전체 판세를 읽는 리서치 능력과 리스크 관리 모두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이와 달리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시장의 신호를 잘 감지, 자체 리서치 기능을 통해 부실채권을 관련펀드에 편입시키지 못하게 하는 등 주도면밀한 능력을 보여줬다.일반 투자자들 피해 최소화가 관건문제는 현대그룹 회사채를 다량 편입했던 한투 대투 등 대형투신사와 조흥 주은 등 일부 투신사는 수익률 만능 위주의 마케팅과 펀드운용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투신권은 전체적으로 1조5천억원 하이닉스 채권을, 현대건설은 5천4백억원, 현대유화는 4천4백억원 등 총 2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아직도 보유해 이를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게다가 이들 부실채권의 유동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마련 정도에 따라 투신사들의 회생이 결정됨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신뢰회복의 선결조건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체 리서치 능력 배양과 부실채권을 편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그리고 펀드매니저와 마케팅 등 회사 정책을 집행하는 라인에서 펀드 편출입 등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이닉스와 건설 등 올해 투신권을 짓눌렀던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련 회사들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따라 부실채 상각 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관련 투신사들은 20%정도 상각 했으나 향후 관련기업의 정상화 추이에 따라 상각비율이 최고 50%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이렇게 되면 해당 투신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투신 상품 기피 확산, 더 나아가 투신산업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관련산업의 침체는 물론이고 건전한 자산운용을 영위하는 토대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이에 따라 해당투신사들의 향후 과제는 자산 클린화에 역점을 두고, 투자자들도 단기적인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관행에서 탈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리스크관리 능력과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우량투신사에 투자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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