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로 세계 대통합 파고 넘는다

국내외 철강산업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세계 철강업계의 생산량은 전체 생산능력(10억t)에 못미치는 8억3천5백만t. 하지만 소비량은 그보다 적은 7억2천1백만t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에 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들이 최근 향후 9년간 최대 9천7백50만t 규모(조강 기준)의 생산설비를 감축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미 많은 세계 철강회사들이 파산하는 등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 등 수입철강회사들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이어서 세계 철강업계는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국내 철강업체들 중 몇이나 이 한파를 견뎌낼 수 있을까.국내 철강산업은 맏형격인 포스코(매출 11조6천억원, 2000년기준)를 중심으로 INI스틸(옛 인천제철, 2조6천억원), 동국제강(1조5천억원), 동부제강(1조4천억원), 현대하이스코(1조3천억원) 등 빅5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들을 제품생산별로 니눠 보면 포스코는 일관제철소이고, INI와 동국은 전기로, 동부와 현대는 냉연업체로 성격이 다소 다르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올 3분기까지 매출액 기준으로 철강업계 5위 현대(1조5백억원)가 동부(1조4백94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는 것. 이것이 올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세계철강업계 통합바람 거세문제는 이같은 순위 전쟁에 있지 않다. 세계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대통합 바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있다.미국 1위 철강업체인 US스틸은 최근 2위 업체인 베들레헴 스틸과 합병을 포함한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며 LTV, 휠링 피츠버그, 와이어톤, 이스패츠 인랜드 등도 암암리에 통합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가격폭락으로 미국 베들레헴 스틸 등 25개 철강사들이 기업회생절차 중 하나인 파산신청을 통해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유럽에서는 이미 통합 철강업체가 공식 출범했다. 프랑스의 유지노, 룩셈부르크의 아베드, 스페인의 아세랄리아 등 서유럽 3개 철강회사의 합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이름이 뉴코(Newco)로 잠정 결정된 합병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3백억달러, 조강생산량은 4천6백만t에 달해 일약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올라섰다.이에 대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미국의 고율관세 움직임이나 OECD의 감산압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98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조강설비 5백만t, 압연설비 5백만t을 감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게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실제 포스코는 비효율 설비감축 전략으로 광양제철소 제1미니밀의 경우 내후년부터 전기로 1, 2호(연산 1백80만t)를 가동 중단할 예정이고 제2미니밀(연산 2백만t)은 이미 건설 중단했다.INI스틸은 비효율 설비가 없어 별도로 감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고 동국제강은 지난 98년 연산 1백50만t 규모의 부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일찌감치 자체적으로 1차 구조조정을 마쳤다.한보철강은 해외 매각되면 폐쇄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미국의 관세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내 철강업체들은 “아예 수출물량을 줄이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럼에도 국내철강업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해외유수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로 바람막이를 설치했거나 준비중이다.포스코 동남아 철강벨트 구축포스코는 국내 업체 가운데 외국 철강사와의 제휴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신일본제철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올해 초 중국 최대 철강사인 상하이 바오산강철과도 지분을 맞교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최근에는 신일본제철과 태국(태국) 최대 강판회사인 사이엄유나이티드스틸(SUS) 인수를 공동 추진하는 등 동남아 철강벨트를 만들어가고 있다.동국제강은 최근 일본 가와사키제철에 상환우선주 7백40만주를 발행해주고, 35억엔(약 3백80억원)의 투자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상환우선주는 계약 기간이 지나면 발행회사가 다시 매입해야 하는 주식이어서 가와사키제철은 향후 2년 동안 동국제강 지분 12%를 보유하게 된다.반면 동국제강은 가와사키제철로부터 형강 제조 기술과 철강제품 원료인 슬래브를 공급 받는다.동부제강은 지난해 말 스미토모금속 계열사인 스미토모상사로부터 5백50억원을 투자받아 친교를 맺었다.현대하이스코도 지난해 10월 가와사키제철에 지분 13%를 넘기고, 냉연강판용 원료인 핫코일을 연간 50만t씩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현대 유인균 회장은 신일본제철, NKK, 스미토모금속 등과 자동차용 고급강판 개발을 위한 기술 제휴방안을 논의하고 있다.한편 법정관리중인 전기로 업체들은 새주인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낙찰 예정자가 결정된 한보철강과 환영철강, (주)한보 등 3개 전기로 업체는 이르면 내년 3월 이전에 주인을 찾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한보철강은 최근 권호성 중후산업 대표의 AK캐피털이 조건부 낙찰 예정자로 결정돼 법원의 인가가 나고 실사결과 큰 하자가 없을 경우 내년 초 매각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환영철강은 매각 주간사인 안건회계법인이 최근 인수 희망자들로부터 투자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철강과 구조조정 전문회사, 철강유통 업체 컨소시엄 등 3∼4개 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환영철강 당진공장은 연산 60만t 규모로 한국철강 마산공장(50만t)과 비슷하며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 교체가 시급한 한국철강이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철강업계는 이들 3개 업체의 매각이 완료되면 노후설비 퇴출 등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진행돼 철근 형강 등의 가격이 안정돼 하반기부터는 철강경기가 풀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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