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3대 광역경제 재편 점화

최근 다우지수 등 주가흐름도 미국경기가 저점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2001년 세계경제는 동반침체 속에서도 2002년 이후 세계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들이 많이 타결됐다. 그 중에서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된 점을 들 수 있다. 2002년부터 개별협상이 들어가는 뉴라운드는 종래에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됐던 정책과 기준, 관행, 의식수준까지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현재 계획대로 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오는 2005년부터는 세계인들은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를 실감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대에서는 미국 한국과 같은 국명만 다를 뿐이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이다.물론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어서는 인접국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간의 통합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WTO가입으로 향후 세계경제질서는 소위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급속히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다시 말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경제권,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그리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간의 견제와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21세기의 세계경제질서’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국제통화질서도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하는 3극 통화체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가 3대 광역경제권으로 재편되고 통합단계가 높아질수록 각 권역별로 단일통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운용체계는 3극 통화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제한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세계산업구조에 있어서는 이미 정보, 통신,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 세계 국부창출의 주력산업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노동과 자본에서 지식과 정보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통적인 제조업을 첨단업종과 동일하게 중시하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2002년 세계 각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제는 2001년 말을 고비로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경제를 정보통신기술(IT)과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으로 구분할 때 제조업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주가흐름도 미국경기가 저점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70년 이후 경기저점 전후로 한 3개월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저점 이전 4~6개월 사이에는 주가가 크게 폭락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지표들이 주가에 누적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그후 경기저점 이전 1~3개월 사이에는 3개월 주가수익률이 대부분 8% 이상 급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저점에 이르기 전에 경기회복을 예상한 선취매수세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70년 이후 경기침체기에 3개월 주가수익률이 8% 이상 상승할 경우 예외없이 1~3개월 후에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경험적 확률로 미국경기의 저점을 추정해 보더라도 미국경기의 저점이 2002년 1분기로 추정된다. 이번 미국경기 순환상의 정점(Peak)은 2001년 3월로 보고 있다. 1858년 이후 미국경기는 정점을 통과한 후 평균 17.7개월만에 저점을 맞았다.이같은 결과를 이용해 이번 미국경기의 저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를 경험적 확률(정점 이후 11개월 전후에 저점이 형성된 회수/총저점 회수)로 구해보면 “2002년 1분기에 저점이 통과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을 확률이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문제는 IT분야의 추가재고 조정과 대표적인 경기후행 지표인 고용사정 악화에 따른 추가 불안요인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002년에도 미국이 테러집단을 응징하기 위한 전쟁이 이라크 등 여타국가로 확전될 경우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와 투자가 감소될 가능성도 미국경기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다행인 것은 미국 테러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금리인하, 재정지출 증대, 자본이득세 감면 등 현 시점에서 쓸 수 있는 경기부양 대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물론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6∼9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경기의 회복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일본 경제 회복 시나리오도 눈여겨 봐야국제금융시장은 향후 일본경제가 지금의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해서 크게 세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위정자들이 일본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에 대한 주도력을 갖고 있느냐 여부다.다른 하나는 총수요 항목별 국민소득(GDP) 기여도에서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소비가 살아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통화와 재정정책면에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느냐에 따라 일본경기의 회복여부가 달려 있다.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인 통화정책은 무력화 단계에 빠진지 오래다. 재정정책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GDP의 각각 11%, 1백32%에 달함에 따라 경기부양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외환정책 측면에서 수출증대를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일본내 자금이탈에 따른 경기침체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주요 예측기관들도 일본경제는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마이너스 성장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IMF의 경우 2002년 일본경제는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야말로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잃어버린 10년’의 오명이 씌워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바로 일본경제다.유럽경제도 2001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유럽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럽중앙은행(ECB)이 세운 목표치인 2.0%를 상회함에 따라 금리인하와 같은 부양수단을 쉽게 추진할 수 없게 하는 점이다.다행히 2002년 3월부터는 유일한 법화로서 유로화만 통용된다. 현재 예상대로 2002년 상반기에 영국 스웨덴 덴마크가 유로랜드에 가입할 경우 유로화 사용범위(Euro Zone)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이 경우 역내교역 증가와 같은 자체적인 성장요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에 따르면 유로화 도입과 유로존의 확대로 유로랜드의 성장률을 최대 1% 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002년에는 중국경제가 더욱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중국처럼 배후 시장규모가 큰 국가들이 WTO에 가입하게 될 경우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국가가 가입하는 것보다 개방에 따른 경제적 효과(Open Effect)가 크게 나타난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중국이 WTO에 가입함에 따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1∼2%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200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8% 수준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WTO 가입으로 매년 경제성장률이 1∼2% 포인트 추가 상승할 경우 오는 2025년에 가서는 미국경제를 앞서는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결국 2002년 세계경제는 2001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 테러 이후 증대된 불확실한 요인이 해소될 2002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말해 세계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경기 회복세는 2002년 하반기나 가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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