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적시성ㆍ마케팅 탁월 … 대우, 3위로 '추락'
삼성증권이 ‘2001년 하반기 베스트 리서치’회사로 선정됐다.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는 신뢰도·정확성, 적시성, 프리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가지 분야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받아 업계 최정상에 섰다. 삼성증권은 또 분야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7명이나 배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상반기 리서치 평가에서 2위에 머물렀던 삼성증권이 하반기 1위로 올라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삼성증권은 팀제를 강화해 리서치 헤드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탈피하는 데 주력했다. 리서치 센터 수장을 맡고 있는 이남우 상무는 팀장에게 권한을 대폭 넘겨줘 팀장이 시장의 요구를 재빨리 수용하도록 했다.사실 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의 리포트는 다른 증권사의 리포트보다 늦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나가기 전 리서치 헤드의 방으로 몰려 일종의 ‘병목 현상’을 일으켰던 것. 게다가 애널리스트들이 맡고 있는 종목이 늘면서 규모가 커지자 팀별 책임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적시성 평가에서 삼성증권이 다른 증권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이렇듯 팀제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애널리스트들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시킨 점도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상무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보고서를 펴낸 뒤 펀드매니저 등 투자자들에게 통화하도록 했다. 보고서를 읽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에게는 2∼3분간 내용을 요약해 주기도 했다. LG투신운용의 펀드매니저는 “애널리스트가 보고서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전화까지 하는 것이 아니냐”고 평가했다.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해외영업의 강화다. 삼성증권은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로 초청, 투자한 기업의 경영자와 이들을 연결시켜 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탐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무는 “국내 증시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져 이들의 투자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널리스트들에게 해외 투자자들을 데리고 기업탐방을 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용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10∼20년 동안 투자한 전문가들”이라며 “이들과 함께 기업탐방을 가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전했다.애널리스트들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파견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애널리스트가 국내 전문가에만 머물러서는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적어도 아시아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국내 기업의 전략과 미래가 입체적으로 분석되기 때문.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대만·중국·일본 등에 애널리스트를 파견, 관련 산업의 흐름을 살피도록 했다.리서치 센터의 고유 업무인 종목 개발 또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20∼30개 투자유망 종목을 선별,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일종의 모델 포트폴리오인 이들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 평균 40% 올라, 일약 삼성증권의 종목선정 능력이 업계에 회자됐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증권에서 제공한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수익률 좋은 종목이 많아 계속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삼성증권의 뒤를 이어 현대증권 리서치팀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리서치 평가에서 3위였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한 계단 올라섰다. 현대증권 리서치팀의 강점은 적시성과 마케팅 능력으로 나타났다.리서치 센터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우증권은 3위로 떨어졌다. 신뢰도와 정확성 평가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적시성, 프리젠테이션, 마케팅에서 현대증권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이는 최근 일부 고참 애널리스트들이 회사를 떠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재 확보가 리서치 센터 경영의 가장 중요한 관건임을 보여주고 있다.LG투자증권과 굿모닝증권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고,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국내 증권사들을 제치고 6위로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다.INTERVIEW이남우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 상무“아시아 넘버원 리서치팀 되겠다”삼성증권 리서치 센터가 1위에 올랐다.지난해 상반기엔 우리가 좀 부진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고 시황이 틀리기도 했다. 그래서 하반기 들어 독한 마음을 먹고 조직, 마케팅, 영업 등 전 부문에 걸쳐 변화를 시도했다. 리서치 헤드 중심에서 팀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혁했다. 또 애널리스트들의 전화 통화량도 2∼3배 늘려놓았다. 보고서 쓰는 것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내용이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해당 애널리스트들과 기업탐방을 같이 가도록 주선하는 등 해외 영업을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삼성증권 리서치팀의 약점으로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애널리스트가 기업탐방을 다녀온 후 바로 종목 추천 보고서를 쓰지 않도록 했다. 감으로 추천하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보고서가 늦게 나온다는 평가를 듣는 것 같다.펀드매니저 등 투자자들이 해외 직접 투자에 관심이 많다. 삼성증권은 이같은 시장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아직 외국 기업의 보고서를 직접 쓸 계획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대만 등에 애널리스트들을 보내고 있다. 외국 기업의 현장을 보고 그곳에서 속보를 보내도록 주문한다. 또 외국 투자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들의 시각을 애널리스트들이 배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앞으로 애널리스트 중 10∼20%는 늘 외국에 출장을 보낼 생각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시아에서 넘버원 리서치 센터로 발돋움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