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재석ㆍ현대 김학주 순위 급등… 1위 30% '물갈이'
‘영원한 강자는 없다.’이 당연한 진리는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굴지의 1위’로 우뚝 선 고수도 있었지만, 혜성처럼 새로 나타난 애널리스트가 모두 27명의 베스트 중에서 9명이나 됐다. 이 중에는 언제나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다퉜으나 아깝게 2, 3위권에 머물다가 이번에 ‘결국 해낸’ 애널리스트도 있다.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애널리스트는 가전 전기전자의 김남균(메리츠증권), SI·NI의 박재석(삼성증권), 도소매업종의 한영아(삼성증권), 운수창고의 송재학(대신경제연구소), 자동차 및 타이어의 김학주(현대증권), 제지 김기안(삼성증권), 섬유업종의 소용환(삼성증권), 계량 및 기술적 분석의 이기봉(삼성증권), 채권분석의 김일구(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 등 모두 9명이다. 30대 초중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학번이 대거 등장해 이들이 리서치 분야에서 무서운 주류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반면 반도체의 최석포(메리츠증권) 통신 초고속 인터넷의 정승교(LG투자증권) 통신장비의 노근창(신영증권) 인터넷 포털의 허도행(굿모닝증권) 증권 업종과 보험 카드 업종의 조병문(현대증권) 애널리스트, 거시경제의 신후식(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 등은 어김없이 1위 자리를 지켰다. 1위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혹시 밀려나면 얘깃거리가 되는 이들 ‘기라성’ 애널리스트들은 이 위치를 고수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도체의 경우 업종 자체의 중요도가 큰 만큼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최석포 구본준(모건스탠리) 임홍빈(삼성증권) 구희진(LG투자증권) 우동제(현대증권) 애널리스트 등 쟁쟁한 인물들이 선두 경쟁을 벌였다.굿모닝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박재석 연구원은 상반기 5위에서 이번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대신경제연구소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3위에서 1위로, 현대 김학주 연구원은 지난번 조사에서 4위로 뽑혔다가 이번에 순위가 급상승했다. 섬유업종의 소용환 연구원은 LG투자증권 송계선 연구원과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1위로 올라섰다.김일구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채권 시황 및 분석 부문 1위“채권시장 선진화는 시간 문제”채권 시황 및 분석은 올해 처음 조사에 포함시킨 분야다. 국내 채권시장 자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해 시가평가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채권시장에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첫 조사에서 채권시황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는 굿모닝증권의 김일구 수석연구원(35). 지난해 말 금리가 급등했을 때, 다른 시장참가자들이 ‘더 오를 것’이라며 겁내고 있었으나 과감하게 ‘이만큼 올랐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살 시점’이라고 주장한 것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연구원은 “2001년 4월 MMF가 크게 문제가 됐을 때, 그렇게 된 원인을 차근차근 분석했던 리포트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그는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마친 뒤 95년 장기신용은행 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경제연구소, LG선물, 미래에셋투신ㄴ운용 등을 거쳐 2001년 11월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로 왔다. 장은경제연구소에서는 주로 미국과 일본 경제에 대해 연구했다. 본격적으로 채권 쪽만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미래에셋에서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에서 분석도 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도 나섰다. 회사가 새로 생기면서 자산규모 2억원대에서 시작한 펀드를 2조원대까지 만들어놓기도 했다.김수석은 처음 채권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당장은 낙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봤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언제 어떤 모양이 될지 머릿속에 시간표가 착착 그려진다고 했다.김남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전자·전자부품 부문 1위한 차원 높은 데이터로 승부메리츠증권 김남균 연구위원(34)은 지난 2001년 상반기 조사에서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원에 밀려 2위에 그쳤으나 이번 하반기 조사에서는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여느 자료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차원이 다른 데이터’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2001년 하반기에는 상반기 침체에 빠져 있던 이동전화 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예고한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전기 해외영업담당자 등을 인터뷰해 보니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이동전화 장비 재고 물량이 하반기에는 소진될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장비업체인 유일전자 등을 사라고 주장한 것이 적중했다. 또 2001년 상반기 PDA 관련사도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하반기가 되면 실적 호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9·11테러로 인해 주가가 너무 떨어지는 바람에 강력하게 ‘바겐세일 중입니다, 빨리 사세요’를 외칠 수 있었고 그의 말을 들은 펀드매니저들은 수익률을 꽤 끌어올릴 수 있었다.메리츠증권 리서치팀이 대부분 그렇듯 그도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산업조사실에서 경력을 쌓아 99년말 메리츠증권으로 옮겼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산업조사를 하면서 삼성전기 등의 사람들과 깊은 인맥을 쌓아둔 게 지금까지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적시에 펀드매니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화 코멘트에 치중했다”면서 “올해는 리포트에 더욱 신경을 써서 말과 글의 균형을 맞출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는 물론 노력의 산물이다. 10시 넘겨 퇴근하기 일쑤라는 그의 말을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는 “날마다 늦게 들어가니까 심심해진 아내가 십자수를 놓는데, 지금은 거의 병풍 수준이 됐다”며 쓰게 웃었다.김남균 애널리스트가 2002년에 주목하는 분야는 포스트 PC관련 장비. 그는 “개인적으로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제조 업체가 주식시장에 있기만 하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가 사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이쪽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이밖에도 디지털 AV가전 기기주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영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도소매 1위발로 뛰는 ‘현장파’ 소신 빛났다삼성증권 한영아 수석 연구원(33)에게 2001년은 최고의 해였다. 도소매 업종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음식료 분야에서는 2위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하반기에 워낙 홈쇼핑 업체 등 업종 자체의 주가가 좋았던 편이라 그 덕을 본 것 같다”면서 “더구나 2001년 하반기에는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세일즈 한 것도 별로 없다. 그저 성심성의를 다하려 노력했을 뿐”이라며 극구 자신을 내세우기를 피했다.하지만 업계에서 그는 엄청난 성실함을 무기 삼아, 발로 뛰기를 마다 않는 ‘현장파’로 통한다. 예컨대 이마트 등의 할인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까지 꼼꼼하게 둘러보곤 한다. “단순히 기업 탐방만 하는 게 아니라 점포도 가보고, 요것조것 가능한 폭넓게 보려고 노력한다.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2001년 하반기에 쓴 리포트 중에는 ‘인천지역 할인점 방문기’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2001년 하반기 내내 홈쇼핑 할인점 등 업종은 전반적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 분위기가 좋았던 편이다. 한 해 동안 줄곧 ‘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해라 할 수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지난해 12월에서 1월 초까지 절대주가 기준으로 30∼40% 급격히 상승했지만 한수석은 이런 분위기가 2002년에도 계속 이어지며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대 비서학과와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삼성증권에서 어시스트부터 차근차근 밟아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