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건강식품 개발 소비자 유혹

24시간 문을 열어놓는 편의점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이유는 ‘편리하다’는 것이다.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어지간한 상품은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편안한 쇼핑 장소를 만나기 힘들다.그러나 편의점에도 약점은 적지 않다. 가격 경쟁력과 한정된 상품 가짓수가 대표적 핸디캡이다. 상품 중에서도 채소, 과일 등 신선도가 생명인 자연식품은 편의점의 사각지대다. 점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집중 배송이 불가능한데다 소량 판매에 의존하다보니 생겨난 태생적 한계다. 공산품과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단한 한끼 식사류를 중심으로 한 영업 스타일과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이용 고객 분포 또한 야채와 같은 신선식품을 멀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일본 편의점업계에서는 하지만 이같은 한계를 비켜가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편의점 고유의 장점인 ‘편리’에 ‘자연’과 ‘건강’을 접목시키는 작업이다.로손은 2001년 7월부터 청과 판매 비중을 높인 편의점 사업을 ‘내추럴 로손’이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했다. 내추럴 로손은 사업 방식은 기존 편의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4시간 연중 무휴인 점도 같고 일반 공산품도 취급한다. 하지만 슈퍼마켓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야채나 과일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의 슈퍼마켓과 차이가 있다면 취급하는 청과가 무농약이거나 농약의 양을 줄여 재배했다는 점이다. 판매하는 청과의 가격표에는 모두 생산자 이름과 최종 농약 살포일이 명기돼 있다.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심어주고 가장 신선한 상태의 상품만 취급한다는 신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다. 도시락, 반찬 등의 상품은 현미와 산지에서 직송해온 채소를 재료로 사용해 선보이고 있다. 자체 상표 이외의 일반 내셔널 브랜드(NB)상품도 매출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건강에 좋은 것을 집중 진열해 놓고 있다.내추럴 로손의 실험은 일단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장 면적이 90제곱미터로 일반 편의점들보다 약간 작지만 하루 매출은 대등하게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성과를 좀더 지켜본 후 내추럴 로손의 점포를 가맹점 방식으로 일본 전역에 확대 보급할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내추럴 로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난 상품은 일반 로손 편의점에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건강에 좋은 상품만 골라 집중진열자연, 신선 혁명의 또 다른 기수는 세븐 일레븐이다. 세븐 일레븐은 2001년 10월부터 보존료, 합성료 등과의 절교를 선언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밥, 반찬, 면류 등에 맛을 내거나 제품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화학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세븐 일레븐은 절교 선언 전에도 일본 정부가 안전성을 확인해준 허가 첨가제에 한해서만 최소한의 필요량을 사용할 만큼 엄격한 자세를 취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첨가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자 아예 판매 상품에서 첨가제를 몰아내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 회사는 납품업체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4년 전부터 안전, 위생관리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오고 있다.일본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계 선두주자인 세븐 일레븐과 로손에서 시작된 바람이 다른 업체로 어떻게 퍼져갈지 주목하면서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매장 구성과 취급상품의 종류가 닮아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데다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을 특정 편의점이 계속 외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슈퍼마켓, 할인점업체들이 가격파괴 싸움으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편의점들의 승부는 가격이 아닌 틈새상품과, 서비스에서 판가름 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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