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름·상품 등 ‘파란색’으로 도배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중 미국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흔치 않다. 그중 하나가 문구용품인 ‘모닝글로리’다. 특히 뉴욕지역에선 현지 수입판매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모닝글로리가 문구용품 중에서는 가장 비싸고 잘 알려진 브랜드가 돼 있다.모닝글로리는 완구도 함께 파는데 ‘테디베어’라는 인형이 가장 잘 팔린다. 이 인형이 인기를 끈 이유가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인형의 ‘파란색’이다.블루-미국인들은 ‘블루’를 가장 좋아한다. 국기인 성조기도 하얀 바탕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져 있다. 기업들의 로고에도 파란색이 많이 들어간다. ‘빅 블루’라고 불리는 IBM을 위시해 이 선정하는 미국 1000대 기업 중 70%의 로고가 파란색이다. ‘블루’가 들어가는 웹사이트 이름이나 상호가 무려 2만 3,000개나 등록되어 있다. 미국시장을 공략할 때 어떤 색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답이 되는 셈이다.블루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무선기술업체인 블루카이트(Blue Kite) 블루소켓(Bluesocket) 블루린크스(Blue Linx),소프트웨어회사인 블루 마르티니(Blue Martini) 블루스쿼럴(Blue Squirrel) 블루문(Blue Moon) 블루슈(Blue Shoe). 소매판매업체엔 블루나일(Blue Nile) 블루 머큐리(Bluemercury) 등이 있고, 항공업계의 막내도 제트블루항공(Jet Blue Airways)이다.화장품소매업체인 블루머큐리의 말라 말콤 CEO는 “블루라는 이름의 회사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 됐든 나는 블루 중독자”라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방은 온통 블루였다”고 말한다.미국 기업들은 왜 파란색을 좋아할까. 우선 파란색은 ‘뿌리 깊은 든든한 관계’와 ‘대중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색채전문연구기관인 팬톤색상연구소의 리트리케 아이스만 소장은 “파란색은 하늘과 물의 변하지 않는 색깔”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늘은 결코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물은 결코 없어지지 않듯이, 둘은 각각 신뢰와 영원을 상징한다”며 “그것이 바로 블루의 의미”라고 강조한다.신뢰와 영원을 상징하는 ‘블루’파란색 로고를 가장 먼저 쓴 회사는 의료보험회사인 블루 크로스&블루 실드(Blue Cross & Blue Shield)로 19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아무도 우리의 역사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블루로고의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한다.블루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고대에 신들은 색으로 구별되기도 했는데, 블루는 바로 제우스를 상징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성모마리아의 복장은 진한 블루로 그리는 게 관행이었다. 블루는 충성의 색상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청바지 ‘리바이스’가 보여줬듯, 불황과 포르노그래피를 대변하는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브랜드컨설팅회사인 랜더어소시에이트의 앨랜 아담슨 뉴욕지사장은 “블루는 능력과 전문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색을 기업의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서는 “멋지고 젊고 상대적으로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경향까지 생기고 있다”고 덧붙인다.블루는 다른 어떤 색보다도 깨끗하게 보인다는 이론도 있다.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녹색맹으로 고생하는 남성들도 블루는 확실히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블루는 희미한 빛에서도 가장 가시적이고 밝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색상이론가인 크리스토퍼 윌리아드 헌터컬리지 교수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에 파란색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또 “블루는 천국의 색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블루의 유행은 미국만이 아니다. 브라질의 한 호텔체인은 최근 이름을 블루트리 호텔로 바꿨다. 이탈리아의 신생 이동전화회사 이름도 블루다. 영국 인터넷쇼핑포털은 블루캐롯츠닷컴(Blue Carrots.com).버진블루는 호주 항공사 이름이고, 블루폭스에어라인은 영국에서 올해 새로 취항 예정인 회사이다. 마이클 로스캐슬 블루폭스에어라인의 사장은 “영국에서도 블루가 들어가는 회사이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등록업체 온라인 명부를 보면 최소한 100개 이상”이라고 말한다.다람쥐(스쿼럴), 이빨(티스), 호박(펌프킨) 등 아주 뜻밖의 단어에 블루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한다. 블루라는 색과 그것을 꾸며주는 단어가 실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도 회사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보름달을 뜻하는 블루문은 아파트 빌딩관리용 소프트웨어회사이고, 블루나일은 인터넷에서 보석을 파는 회사이다.블루나일의 경우 2년 전까지 다소 직설적인 ‘인터넷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언어학자들과의 공동연구 이후 회사명을 바꿨다. 마크 바돈 CEO는 “인터넷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은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를 처음 얘기할 때 좋았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싸구려 이미지를 주는데다 판매상품이 다이아몬드에만 한정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게 이름을 바꾼 까닭이다.어떤 회사는 블루를 너무나 우연하게 발견해 잘 써먹고 있다. 지난 98년에 피곤에 지친 한 통신회사의 연구원들은 저녁식사 후 휴식을 취하면서 그들의 프로젝트 암호명을 무엇으로 할까 궁리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10세기 네덜란드의 모든 부족을 통일시키고 이 지역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던 해럴드 블루투스(Blue tooth)로 주제가 옮겨졌다. 한 연구원이 ‘블루투스!’ 하고 외쳤고 이는 회사 이름이 됐다. 이 자리에 있었던 연구원 중 한 명은 “블루투스가 무선통신기술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불루는 기술과 마케팅에서는 아주 강렬한 색상이다”고 만족해한다.일본태생 호텔리어인 아오키 치에코가 소유하고 있는 브라질의 블루트리 호텔은 주인 이름에서 따왔다. 아오키의 아오는 일본말로 블루이고, 키는 나무인 까닭이다. 블루문의 창업주인 재비어 곤잘레스는 회사 이름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낸시 그리피스 앤드 블루문 오케스트라에서 본떴다고 실토한다. 제트블루는 2년 전 비싼 값을 치르고 컨설팅회사에서 작명했던 ‘에어 호프(Air Hop)’란 이름을 쓰지 않고 한 종업원의 제안으로 ‘제트블루’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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