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력량계로 세계시장 ‘노크’

집집마다 설치되는 전력 사용량 계측기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면 검침원이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취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를 개발해 6,000만대 규모의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옴니시스템(www.omnisystem.co.kr)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이 회사는 기계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의 전력량 계측기를 고안해 양산하고 있다.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측기만 연간 150만대 정도로 국내 전체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해, 현재 생산량의 60%를 동남아와 남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 2만 5,000대를 공급, 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자본금 17억원 규모로 4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은 ‘OMWH’라 불리는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다. 지금까지 몇십 종이 넘는 모델을 시리즈로 선보여왔다. 계측 방식이 디지털인 만큼 기존의 기계식 전력량 계측기보다 크기가 4배 이상 작고 무게도 5분의 1밖에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력량 계측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성능은 몇 곱절 뛰어나다. 이미 특허까지 받아놓은 상태다.지난 1998년 개발을 마치고 국내 건설회사에 납품하기 시작한 이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가 나오면서 상당량의 기계식 전력량 계측기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신축 아파트나 빌딩에 이 제품이 빠르게 설치된 것이다.신축 아파트·빌딩에 설치 ‘붐’우선 전력량 계측 업무를 혁신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다. 아파트의 경우만 해도 각 가정에 설치해 두기만 하면 집집마다 사용한 전력량이 자동으로 취합돼 관리실로 통합 데이터가 들어온다. 예전에는 관리실 직원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력 사용량을 확인해야 했다. 이런 불편을 없애고 인력과 시간을 줄인 것이 바로 이 회사의 제품이다. 제품 디자인이 뛰어나고 장소에 관계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파트에 이를 이용하면 각 층에 설치해야 했던 전기실을 없앨 수 있어 그만큼 건물의 공간 활용도도 커지게 된다. 5~80A로 용량도 다양하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직접회로(IC)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고장률이 그만큼 낮다. 단자가 제품의 상하좌우 4곳에 있어 전력량계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력선을 연결할 때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기계식 계량기를 원격으로 검침하기 위해서는 별도 장치(HCU)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따로 HCU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전력량 측정에 머물러 있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수도·온수·가스·난방 등 5가지를 모두 잴 수 있다.이 때문에 제품이 나오자마자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이 제품을 납품받았다. 이들 업체 입장에선 크기가 작고 사용이 간편한 전력량 계측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국내 30여개 건설회사, 250여개 아파트에 이 제품이 들어가 있다.현재 국내 전력량 계측기 시장은 크게 디지털 방식과 기계식 2종류로 나뉜다. 한국전력에서 몇십 년 전부터 취급해온 계측기는 거의 전량이 기계식이다. 대부분 단독주택 등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한전 직원이 하나하나 검침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고압 전력이 필요한 아파트나 빌딩의 경우엔 한전에서 관리실에 변압기만 달아두고,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되는 전력량 계측기는 모두 시공업체인 건설회사에서 구입해 설치하도록 돼 있다.이 회사는 바로 한전이 아닌 건설회사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한 것이 적중했던 것이다. 디지털 계측기의 수요가 한전이 아닌 건설회사였기 때문이다.하지만 한전도 여전히 이 회사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주택에 설치돼 있는 계측기가 디지털로 바뀔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수출용으로 본격 출시한 무선 방식의 전력량 계측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품을 주택에 달아두면 원격 검침이 가능하다.무선 전력량 계측기도 출시즉 검침원이 각 가정을 방문하지 않고도 휴대단말기로 검침 결과를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다. 반경 200m 안에 설치돼 있는 모든 계측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침원이 차를 타고 골목을 지나가면서 얼마든지 구역 내 각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량을 취합할 수 있게 된다.이미 이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 5곳을 비롯해 동남아 6곳, 남미 3곳 등 모두 2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시켰다. 지난해만 350만대(5,000만달러)가 넘은 수출물량을 수주했다.인도의 아게이트(AGATE)사와 합작회사인 옴니아게이트시스템을 설립하고 현지에 공장도 짓고 있다. 연간 200만개의 디지털 전력량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은 인도의 전력시장에 조달하고 다른 국가로도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지난 1992년 설립된 옴니시스템은 전력량 계측기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계속 새로운 제품을 선보여 왔다. 산업자원부에서 승인받은 32종의 전자식 전력량계를 비롯해 중계장치, 중앙처리장치 등 원격검침과 관련된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원격검침에 필요한 제품뿐 아니라 건물 등에 원격검침자동화시스템을 설계해 주고 직접 시공도 한다.지금까지 테크노마트를 비롯해 국제전자센터 두산타워 등에 원격검침 시스템을 공급했다. 여기선 통합고지 업무도 대행한다.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림산업 등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선불결제용 스마트카드가 들어 있는 인텔리젠트형 계측기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031)909-7550Interview강재석 사장중국에서 대량주문 멀지 않아강재석 옴니시스템 사장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계측기 전문가다. 한양대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로 20년 넘게 계측기 연구만 하다가 최첨단 초소형 디지털 계측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신제품을 들고 납품처를 찾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몇십 년간 설치해 온 기계식 전력량 계측기를 굳이 디지털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이 되돌아왔죠.”3년 넘게 구매 담당자들을 설득한 끝에 비로소 지난해부터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건설사에 독점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올렸다. 경영수업을 위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까지 다닌 그는 1999년엔 산업자원 분야 신지식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강사장의 목표는 국내시장이 아니다.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를 진출시킨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해외출장도 잦다. 동남아로, 남미로, 중동으로 입찰이 있다 하면 주저 없이 그곳으로 날아간다. 협상을 위해 방문한 나라만 30개국이 넘는다. 동남아 국가의 전력청장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특히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디지털 전력량 계측기를 대량으로 주문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전세계 집집마다 우리 제품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할 각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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