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명의 국내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2001 하반기 베스트 리서치팀·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삼성증권이 사실상 1위 증권사로 등극했다. 삼성은 리서치팀과 법인영업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7개 부문 중 7개 부문에 1위 애널리스트를 배출, 명실상부한 최우수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상반기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특별하게 베스트 증권사를 따로 뽑지는 않았지만 여러 부문의 결과로 볼 때 삼성이 ‘부동의 1위’로 불릴 만하다.삼성증권은 지난해 황영기 대표의 취임 이후 ‘내실 1위’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증권업계의 오랜 관행인 약정 위주의 영업 분위기도 바꾸려는 한편, 정확한 분석자료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황영기 대표는 이같은 노력이 호응을 얻어 지난 연말 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CEO’에 뽑히기도 했다.삼성이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베스트 증권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는 현대 대우 등 오랜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혼선을 빚은 일도 한몫 했다. 대우는 지속적으로 인력이 이탈하고 있는가 하면 현대는 금융계열사 매각문제가 맞물려 조직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 와중에 삼성은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시스템을 갖추는 등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국내의 펀드매니저들은 삼성 리서치팀의 신뢰도와 적시성, 프리젠테이션 및 마케팅 능력 등 조사대상 분야에 고루 33%대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2위인 현대증권과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렸다. 리서치팀에 대한 점수를 총합한 결과 삼성이 받은 점수는 2,387점. 2위인 현대는 1,650점을 받았다. 지난 상반기 때 대우 리서치팀이 2,344점을 받고 삼성이 2,106점을 받은 사실에 비춰보면 6개월 만에 비약적인 성과를 올렸다 할 수 있다.삼성증권 이남우 리서치 센터장은 “상반기에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고 시황이 틀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하반기 들어 독한 마음을 먹고 조직 마케팅 등 전 부문에 걸쳐 변화를 시도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자평했다.이남우 상무가 98년 영입되면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삼성증권은 인적, 물적 기초, 즉 리서치의 인프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데 비해, 업력이 짧다는 점에서 대우를 따라잡으려면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우가 3위로 추락하고 현대가 2위에 올라선 것이다. 현대는 하반기에 다른 증권사로 인력을 뺏기고 해외매각 문제로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리서치팀과 법인영업부문이 함께 2위 자리에 올랐다.현대증권은 우수한 인력도 많지만 정태욱 이사가 구축한 시스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이사는 현대그룹 계열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리서치 센터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벌 구조조정 문제나 현대 관계사 관련 자료 발표에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을 유지, 펀드매니저들의 호평을 받았다.정이사는 특히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 조사부서 성격에 머물던 기존의 리서치팀을 성장시켜 첨단산업 및 기술에 대한 분석은 물론 기존 메이저 증권사 리서치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계량분석까지 제공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현대는 법인영업부문의 주문 및 매매체결, 고객관리, 정보제공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점수를 받아 2위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다만 펀드수익률에 대한 기여도가 대우에 뒤졌다는 점은 숙제라 할 수 있다.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의 이같은 약진이 리서치팀과 법인영업본부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대형 증권사들에서 리서치팀과 법인영업팀간의 알력이 심한 현상이 일반적인데도 현대증권의 두 부서는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리서치와 법인영업이 호평을 받기까지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정태욱 이사(리서치 센터)와 공현무 이사(법인영업본부)의 보이지 않는 협력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대우는 소매영업 쪽의 위축과 함께 리서치팀과 법인영업 등 도매영업에서도 쇠락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우는 이와 함께 영어 프리젠테이션과 국제영업 측면의 약점이 남아 있다는 점도 올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대우리서치는 업종별 대표 애널리스트들의 ‘본가’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들을 만하다.법인영업 부문에서는 소형증권사인 한누리투자증권이 주문 및 매매체결에서 8위, 고객관리 능력에서 6위에 랭크돼 눈길을 끌었다. ‘종합증권사’를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에서 틈새시장을 잘 찾아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누리는 석유화학 부문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도 이번에 배출, 규모에 비해 성과가 좋았다.새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재도약을 꿈꾸는 LG투자증권은 리서치와 법인영업부문에서 ‘빅3’를 바짝 뒤쫓고 있다. 중위권 증권사 중에서는 리서치 부문에서 5위를 차지한 굿모닝과 6위인 대신증권 등이 견조한 모습이고, 외국계 증권사 중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가 10위 안에 들었다.이번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는 채권 시황 및 분석을 처음 포함시켰다. 국내 채권시장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해 시가평가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채권시장에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첫 조사에서 채권시황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는 굿모닝증권의 김일구 수석연구원(35)이다. 지난해 말 금리가 급등했을 때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더 오를것’이라며 주저하던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이만큼 올랐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살 시점’이라고 주장해 업계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에서는 27개 부문 중 9개 부문의 1위가 바뀌는 등 부침이 다소 심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조병문 현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상반기에 이어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수석은 특히 27개 부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상반기에 이어 현업 경험이 많은 애널리스트들의 점수가 좋았다. 또 한 분야에 오래 매달린 애널리스트들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보의 소비자인 펀드매니저들이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애널리스트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선정 ‘이렇게 했다’채권 펀드매니저 152명 포함 413명에 설문배포이번 조사는 지난 1월 3일부터 10일까지 6일에 걸쳐 국내 투신 자산운용 투자자문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펀드매니저 4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은 주식형펀드 운용규모에 따른 할당배분을 기본으로 은행과 연기금 등의 경우 실제 주식자산운용 여부를 감안해 배포했다. 연인원 32명의 조사원을 투입, 면접조사 및 당일회수를 원칙으로 하되 당일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배포 후 다음날 회수방식도 병행했다.배포된 413부의 설문지 가운데 390부가 회수됐으며, 이 가운데 설문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7부를 제외한 383부를 대상으로 전문조사기관인 ‘중앙리서치(주)’가 분석을 실시했다.지난 상반기 때와 달리 채권 애널리스트도 선정대상에 포함시켜 이번 조사에서는 채권담당 펀드매니저 152명에게도 설문지를 배포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설문회수 부수).■조사참여기관 및 회수부수:◇주식부문 = 국민은행(3) 서울은행(3) 한빛은행(3) 하나은행(2) 외환은행(3) 농협(5) 수협(1) 교보생명(6) 대한생명(3) 메트라이프(1) 삼성화재(2) LG화재(2) 쌍용화재(1) 대한화재보험(2) 흥국생명(1) 신한생명(2) 국민연금(4) 사학연금(4) 한국투신운용(14) 대한투신운용(11) 현대투신운용(13) LG투신운용(11) 삼성투신운용(8) 동양투신운용(7) 제일투신운용(5) 교보투신운용(6) 조흥투신운용(4) 주은투신운용(4) 태광투신운용(4) 동부투신운용(2) 국은투신운용(3) 미래에셋투신운용(4) 동원BNP투신운용(4) 신영투신운용(3) 대신투신운용(3) 한일투신운용(3) SK투신운용(2) 서울투신운용(2) 프랭클린 템플턴(2) 한화투신운용(4) 아이투신운용(2) 세종투신운용(2) 한빛투신운용(1) 외환코메르츠(2) 미래에셋자산운용(4) KTB자산운용(9)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6) 다임인베스트먼트(3) 와이즈에셋자산운용(5) 유리자산운용(8) 뉴스테이트월드자산운용(4) 마이에셋자산운용(3) 튜브투자자문(3) B&F투자자문(5) 피데스투자자문(3) 한셋투자자문(2)◇채권부문 = 서울은행(3) 한빛은행(5) 하나은행(2) 외환은행(4) 농협(7) 수협(3) 교보생명(4) 대한생명(2) 메트라이프(1) 삼성화재(2) 쌍용화재(1) 신한생명(2) 사학연금(2) 한국투신운용(5) 대한투신운용(6) 현대투신운용(7) LG투신운용(6) 삼성투신운용(6) SK투신운용(2) 동양투신운용(4) 제일투신운용(5) 교보투신운용(4) 조흥투신운용(5) 주은투신운용(4) 태광투신운용(2) 동부투신운용(2) 국은투신운용(2) 미래에셋투신운용(3) 동원BNP투신운용(5) 신영투신운용(4) 대신투신운용(3) 서울투신운용(4) 한화투신운용(5) 아이투신운용(4) 한빛투신운용(2) 외화코메르츠(3) 미래에셋자산운용(2) KTB자산운용(2)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2) 다임인베스트먼트(3) 와이즈에셋자산운용(3) 유리자산운용(1) 뉴스테이트월드자산운용(2) 마이에셋자산운용(3) 한셋투자자문(2)■조사내용◇베스트 리서치팀 =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증권사 리서치팀을 순서에 관계 없이 3곳씩 추천하도록 했다. 각 리서치팀에 대해 추천사유로 리포트 신뢰도와 정확성, 리포트의 적시성,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마케팅 능력 등 4개 분야를 기준으로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나온 점수를 합산해 총점의 오름차순으로 순위를 매겼다.◇베스트 애널리스트= 최근 산업변화와 거래소 시가 총액 비중을 반영해 22개 산업분야와 투자정보 및 전략 관련 4개 분야, 그리고 채권시황 분야를 합해 27개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애널리스트를 2명씩 추천받았다. 리서치팀에 대한 평가기준과 마찬가지로 리포트 신뢰도와 정확성, 리포트의 적시성, 프리젠테이션 및 마케팅 능력 등 4개 분야를 기준으로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베스트법인영업팀 = 매매체결능력, 고객관리능력, 정보제공능력, 펀드수익률 기여도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뛰어난 법인영업팀을 순서에 관계없이 3곳씩 추천받아 가장 빈도가 높은 순서로 절대총점을 구했다.■조사방식의 한계 = 베스트리서치팀과 베스트법인영업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원이 응답했으나 업종별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의 경우 추천 애널리스트 항목을 공란으로 비워두는 경우가 평균 5.6% 정도 나타났다. 이로 미뤄볼 때 펀드매니저 대부분이 전 산업분야에 높은 관심도를 지니고 있다고 해석된다.이번 조사에서 아쉬운 부분은 애널리스트 한 명이 여러 업종을 담당하는 경우, 일부 업종의 ‘애널리스트 보기’카드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일부 애널리스트의 상대적 불이익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또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면접조사 또는 ‘자기기입식 당일회수’를 원칙으로 했지만 조사시점이 연말연시와 겹쳐 일부 응답자의 경우 익일 또는 익영업일 회수가 병행되었다. 그러나 익영업일 회수된 설문지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상대적으로 신뢰가 낮은 7부의 응답설문지를 통계처리에 제외함으로써 조사의 신뢰도를 유지했다.응답 펀드매니저 현황펀드운용 경력 3년 이하가 절대다수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펀드매니저는 모두 383명이었다.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는 270명이 응답했으나 최근 시장규모가 커지고 장세가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 응답자 수를 100명 이상 늘렸다.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주식부문의 경우 1∼3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46.3%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6∼10년 경력자가 29%로 뒤를 이었다.연령별로는 36∼40세가 43.3%로 가장 많았고 31∼35세가 33.3%로 35세 이상의 노련한 매니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특이한 점은 주식운용 펀드매니저들의 연령구조가 양극화됐다는 것이다. 1∼3년 경력과 6∼10년 경력의 매니저들이 75%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유능한 매니저들은 계속 업계에서 명성을 날리는 가운데 신진 세력들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채권부문에서는 1∼3년의 경력자가 절반을 넘은 52.0%를 차지했다. 펀드매니저들의 변동이 채권시장이 활성화된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규모는 상반기조사 때보다 다소 늘었다. 주식부문은 1,000억∼1조원 대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전체의 절반쯤인 45.9%였다. 1조원 이상 대형펀드를 운용한다는 매니저도 3%나 됐다. 채권부문은 2,000억∼5,000억원을 운용한다는 응답자가 26.3%, 5,000억∼1조원이 21.1% 등이었다. 채권부문에서는 펀드가 대형화 추세여서 2조원 이상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비율이 19%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