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주는 효녀.’ 인터넷 기업 네오위즈가 운영하는 채팅사이트 세이클럽(sayclub)의 아바타 MD 김수연씨(26)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지난 2000년 11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한 세이클럽 아바타(Avatar) 관련 상품 판매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네오위즈의 ‘베스트 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김씨가 하는 일은 아바타 관련 상품을 기획·조사·개발·판매하는 것. 유통업계의 머천다이저(Merchandiser)와 같이 상품기획에서 시장조사, 사용자 트렌드 파악, 디자인,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 그래서 김씨의 하루는 짧다. 10대는 물론 20~30대까지 분포돼 있는 세이클럽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아바타 관련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아바타 관련 상품은 2,000가지. 90% 이상이 김씨의 머리 속에서 탄생한 것들이다.네오위즈 아바타 비즈니스는 유료 서비스 첫 달에 1억 7,500만원을 올렸다. 서비스 넉 달 만인 2001년 3월에 1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2월까지 매달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이클럽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네오위즈측은 2001년은 세이클럽 매출(143억원)이 네오위즈의 전체 매출(313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네오위즈의 주력 사업이 2000년 매출 96%를 점유했던 원클릭에서 아바타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해였다고 밝혔다. 네오위즈는 올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세이클럽 아바타 비즈니스에서 올릴 계획이다.원클릭서비스, 디지털 캐릭터로 전환코스닥 등록 기업인 네오위즈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게 된 것은 분당 20원씩 받는 원클릭이란 수익모델이 가격적인 측면에서 ADSL을 이용한 초고속망에 서서히 밀리면서부터다. 이때 대안으로 나온 것이 1999년 7월 오픈한 채팅 사이트 세이클럽을 어떤 식으로든 수익모델로 만드는 것이었다.하지만 무슨 수로 돈을 벌 것인가. 회의는 날마다 계속됐다. 팀 부서단위 경영진 모두 수익모델 개발에 밤샘을 밥 먹듯 했다. 당시 세이클럽 디자인팀에 소속돼 있던 김씨도 여기서 빠지지 않았다. 사용자가 돈을 내줄 만한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나온 것이 디지털 캐릭터, 바로 아바타 꾸미기 서비스다.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두고 헤어스타일, 의상, 액세서리 등을 구입해 꾸미는 이 서비스는 세이클럽 회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받으면서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았다.아바타 꾸미기 서비스(이하 아바타 비즈니스)가 네오위즈의 확실한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분야에 탄탄한 실력을 가진 김씨의 공이 컸다. 그가 히트시킨 아바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영화 의 스님과 건달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판매 이틀 만에 6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영화 가 흥행할 때는 교복을 입은 아바타로 2001년 5월 총 매출(13억 7,000만원)의 15%인 2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대학 때부터 디자이너로 실력 인정받아이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회사 매출을 쑥쑥 올려주는 ‘베스트 사원’이 된 김씨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디자이너로서의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프리랜서로 뛰었다. 이 시기에 대웅제약, 대교 등 기업체 상품 디자인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감각 있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여기에 사용자의 트렌드를 잡는 그만의 노하우가 가미됐다. 김씨는 “사용자에게 팔릴 만한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선 사용자 트렌드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틈나는 대로 영화, 음악회는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백화점 등 쇼핑가도 돌면서 정보를 취득했다”고 말했다.네오위즈 ‘효녀’가 되기까지 김씨에게도 말못할 고민이 많았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사이버 캐릭터는 크기가 작아서 표현에 제한이 많다”며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적어 다양한 스타일 개발이 어려웠다”고 귀띔했다.아바타 MD란 좀 이색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김씨의 또 다른 고민은 자신이 싫어하는 스타일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는 스타일만 고집할 수 없어서다. 개인적으로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김씨는 “서비스를 모든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때문에 만들어진 상품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버릴 수 없다”며 “내가 싫어하는 캐릭터를 다른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집적 고안해 내고 있지만 영화, 만화, 음악, 패션 등 관련 업체나 세이클럽 동호회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번은 ‘백수모임’의 한 회원이 ‘싸고 너저분한’ 옷이 필요하다고 해 만든 ‘백수 운동복’은 백수(?)뿐 아니라 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았다.“사실 저만의 공이 아니라 함께 노력한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뒤에서 애쓰고 있는 개발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동료의 도움이 컸기 때문에 네오위즈의 ‘효녀’가 될 수 있었다는 김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유일하게 한 달간의 리프레시 휴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아바타 비즈니스 활용사례“온-오프 제휴 마케팅 수단 각광”아바타가 닷컴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등 온-오프 제휴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바타에 특정 브랜드의 의류를 입히거나 신발을 신기는 형태의 광고를 하는 것이다. 이는 해당 브랜드 제품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고, 신제품 반응을 체크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세이클럽은 의류업체 스포트리플레이, 휠라와 제휴해 의상을 아바타에 입히고 있다. 지난해 말 ‘스포트리플레이와 함께하는 아바타 스노보드 의상전’에선 스포트리플레이 아바타 의상을 구매한 사용자에게 실제 오프라인의 스노보드 의상을 제공하기도 했다.오프라인 업체와의 제휴 마케팅은 음반, 영화 쪽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이클럽은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3집 음반 출시에 맞춰 브리트니의 실제 의상을 아바타 유료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아바타를 통한 온라인상의 음반 프로모션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음반을 구매하면 세이클럽 아바타 상품권을 제공했다. 또 영화 는 개봉 전 아바타 캐릭터를 내세워 관객몰이에 사용하기도 했다.용어설명 아바타아바타(Avatar)는 ‘내려오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Ava’와 땅, 아래를 나타내는 ‘terr’의 합성어다. 고대 인도에서는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 분신을 뜻하는 말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3차원이나 가상현실 게임 또는 웹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사이버 인형)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