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카드·맥도널드 깜짝 이벤트 준비 … 야후·어바이어 등 IT기업 처녀출전
지난 98년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던 프랑스 생드니 경기장. 코카콜라 한국지사의 홍보담당 이선경 차장은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을 직접 보기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갔다. 이차장의 시선은 게임이 벌어지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을 향해 꽂혀 있었다.코카콜라 이벤트로 선발된 한국 응원단 777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 시합이 아닌 경기장 주변 상황에 주목한 이유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월드컵 마케팅은 이미 4년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국가대표급 스폰서와 신인 스폰서의 경연’. 미국 기업의 2002 한일월드컵 마케팅전은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이번 대회의 공식 스폰서는 모두 15개사. 이 중 미국업체는 7개사로 절반에 이른다.지난 74년 독일월드컵에서부터 FIFA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가장 오랜 경험을 쌓은 코카콜라가 ‘주전급’이라면 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마케팅전에 뛰어든 마스터카드·맥도널드·야후·어바이어 등은 ‘신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월드컵에 8회째 ‘출전’하는 코카콜라는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스포츠 스폰서십 대표주자의 입지를 다져왔다. 2001년 6월 현재 690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코카콜라는 미국 기업이지만 철저하게 현지화를 추구한다.한국 내 월드컵 마케팅은 전적으로 한국지사의 몫. 한국코카콜라가 이번 대회 주제로 삼은 것은 ‘월드컵으로의 초대’다.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에 소비자를 초대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얘기다.한국코카콜라는 지난 98년 777명의 응원단을 프랑스에 파견했을 때 이 행사에만 20여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번 대회 이벤트는 응원단 모집을 포함해 모두 5가지. FIFA와의 스폰서 계약금은 밝히지 않는 게 관례지만 기업당 액수는 5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콜라가 이번 대회에 쏟아붓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볼 보이’로 더 잘 알려진 볼 키즈(Ball Kids) 청소년 스태프 프로그램과 기수단, 스타디움 아트, 월드 사이버컵, 응원단 모집이 주요 행사이다.이 가운데 2002년을 겨냥해 새로 만든 프로그램은 스타디움 아트와 월드 사이버컵이다.스타디움 아트는 경기장에 설치될 코카콜라 광고보드에 국내외 소비자가 그린 그림을 공모해 담는 방식. 예컨대 한·미전이 벌어진다면 양국의 소비자가 그린 그림을 광고보드에 실어 효과를 증대시키는 전략이다.월드 사이버컵은 본게임에 앞서 각국 예선을 거쳐 올라온 컴퓨터 축구게임 대표선수들이 대회장 전광판에서 사이버 게임을 치르는 것. 이는 경기를 기다리는 관중들의 시선을 한 곳, 즉 사이버게임으로 집중시켜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코카콜라의 월드컵팀 활동에는 92명 직원 모두가 동참한다. 직원 전체에 대한 현장교육 차원에서 지난해 6월에는 월드컵 전초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다같이 참관하기도 했다.4년 전부터 월드컵을 준비해온 코카콜라는 리서치에서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전에 돌입했다.지난 대회에 대한 평가와 함께 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리를 소비자에게서 직접 들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 한국이 출전하는 경기와 준결승전, 개막전의 티켓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 바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대회 도중이나 대회 후에 브랜드 이미지 평가를 하는 것은 기본.올림픽에도 꾸준히 파트너로 참여해온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38%가 올림픽 후원기업이기 때문에 코카콜라를 구매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마스터카드 현지 마케팅 전문가영입90년대 들어 월드컵에 발을 들여놓은 신진세력의 선두주자는 마스터카드. 90년부터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왔다. 한국 마스터카드 직원 3분의 1이 월드컵팀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팀을 위해 미국 현지에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가 긴급 투입됐다.디즈니 아이스쇼 등 이벤트와 스포츠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온 마이크 데인즈가 월드컵팀장을 맡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약 200만장 이상의 월드컵 카드가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94년부터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온 맥도널드는 아웃소싱 전략으로 마케팅전에 나섰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플레이어 에스코트 행사의 경우 모집과정을 아예 홍보대행사에 맡겼다. 아직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깜짝 이벤트를 위해 유명한 이벤트팀도 섭외해 놓았다.버드와이저는 FIFA가 경기장 내 맥주 판매를 허용케 해 말이 많았던 스폰서다. 월드컵 경기장 내에서 공식적으로 맥주 판매를 허용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 그런 만큼 버드와이저는 이번 대회를 큰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 버드와이저 직원 중 절반이 월드컵팀에 소속돼 있다.버드와이저 구장내 술판매 얻어내미국 기업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IT업체들의 첫 출전이다. 야후와 어바이어가 공식 스폰서로서 이번 대회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 제프 말렛 야후 사장과 이승일 야후코리아 사장은 축구선수를 지낸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사내 축구팀도 결성했다. 축구 관련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부의 요구가 있었던 터라 대회에 임하는 야후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한 야후는 FIFA 소유의 자료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를 스포츠 콘텐츠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다.역시 IT업체로 처음 참여하는 솔루션업체 어바이어는 지난해 조추첨식 인프라 구축으로 유명세를 탔다.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분사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인지도가 낮아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이번 스폰서십의 목적.어바이어 홍보담당 이은아 대리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기술력을 공식 스폰서가 된 뒤 인지도가 10%에서 40%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한편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마케팅전을 펼치는 회사도 있다. 질레트는 아직 현지화되지 않은 미국 기업. 인사를 비롯한 업무 전반에서 본사의 결정을 따르는 만큼 이번 월드컵 마케팅에서도 한국 직원들은 공식 파트너로서 특별한 감회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오는 3월에 내려올 본사의 지침을 조용히 따를 뿐. 월드컵이 치러지는 한국이지만 분위기는 미국의 모습 그대로다.INTERVIEW 한국코카콜라 CEO 거트 브루스“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 남길겁니다”“우리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원하는 목표는 소비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주는 것입니다”. 한국코카콜라 거트 브루스 지사장(42)은 월드컵 스포츠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증가의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월드컵은 스폰서와 관계없이 일생일대의 이벤트고 기억에 남을 사건이기 때문에 코카콜라가 조금이라도 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브루스 사장은 월드컵 마케팅에 참여하려는 한국기업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남겼다.“월드컵 스폰서라는 타이틀은 우리에게 바탕을 제공해줄 뿐이다. 그 토양에 어떻게 씨를 뿌리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소비자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이 원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그는 “ 아이디어와 실행, 이 모든 것이 결국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조직구성을 체계적으로 하고, 구성원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인 마케팅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