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구 피버노바·축구화 프레테터 등 공급 … 필립스, 아마추어에서 프로팀까지 지원
‘원더플 러브스토리’.2000년 12월 블래터 피파(FIFA) 회장이 아디다스가 제작한 2002 월드컵 공식구인 ‘피버노바(Fevernova™)’를 건네받으면서 터뜨린 감탄사다. 바로 FIFA와 아디다스의 반 세기 가까이 맺어온 파트너십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나이키의 게릴라 마케팅 공세를 막아냈던 것도 이런 FIFA와의 ‘끈적한’ 인연 덕분이었다.월드컵 경기에서 관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지점은 축구공과 선수, 그리고 스태프다. 아디다스는 공과 유니폼을 협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월드컵 스폰서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2002년 월드컵의 공식 용품 공급업체로 우선 공식구인 피버노바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의 2만 5,000명이 넘는 직원, 안전요원, 자원 봉사자들에게 유니폼 세트를 지원한다. 주심과 선심 64명, 볼보이 768명, 1,408명의 선수 안내자와 경기장 내에서 활동하는 1,152명의 기수 전원도 아디다스 유니폼을 착용하게 된다.또 한국과 일본의 20개 개최 도시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는다. 적어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디다스의 상징인 ‘3선’ 마크를 달게 되는 것이다. 유니폼만 몇억 원어치를 쏟아붓는 셈이다.아디다스는 이번 2002 월드컵 우승 후보 국가들과 모두 계약한 상태다. 4강팀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을 비롯해 중국, 일본, 터키, 스웨덴, 남아공에 이르기까지 손을 뻗쳐놓았다. 세계 최고 실력의 미드필더로 불리는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프리키커 데이비드 베컴, 골잡이 라울 곤잘레스, 델 피에로, 파비앙 바르테즈 등도 아디다스가 스포츠 마케팅으로 활용할 대표 선수들이다.아디다스는 2002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축구용품 시장을 장악한다는 목표다. 유럽 축구용품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미국에서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아디다스는 2002 월드컵을 겨냥한 축구용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피버노바에 이어 첨단 축구화와 유니폼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여기에 골키퍼 장비까지 선보일 참이다. 아디다스는 2002년 월드컵의 공식 라이선스 사용권을 획득했다.이번 월드컵에 맞춰 현재 아디다스가 FIFA와 출시키로 계약한 라이선스 제품만 700종이 넘는다. 모두 월드컵 로고와 그래픽으로 디자인된 제품들이다.아디다스가 월드컵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우승한 독일팀이 착탈식 봉을 가진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었던 게 계기가 됐다. 그후 58년 스웨덴월드컵 땐 거의 모든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이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뛰었다. 이에 FIFA가 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월드컵 공식구 사용제도를 마련하고 아디다스의 축구공을 지금까지 채택해온 것이다.아디다스는 세계 축구 지도자들과의 유대를 유지하는 한편 FIFA의 재정이 어려울 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94년 미국월드컵에선 공식 마케팅 파트너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선 공식 파트너가 됐다. 이어2006년 독일월드컵 공식 파트너 권리까지 확보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스포츠 용품 회사로는 유일하다.아디다스가 기획하는 또 다른 비밀 무기가 있다. 축구화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를 지난해 2월 선보인 것이다.아디다스코리아의 강형근 브랜드 PR팀장은 “이 축구화는 선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낼 수 있도록 제작된 최첨단 축구화”라며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것이 특징이며 발의 근육과 혈관의 흐름까지 섬세하게 연구,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단, 베컴, 피에로, 라울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이 축구화를 신고 출전한다.3월부터 미니월드컵인 ‘2002년 아디다스컵 4 대 4 세계 유소년 축구대회’와 ‘2002 아디다스컵 프로축구리그’를 진행하는 등 월드컵 리허설도 직접 주도한다. 이와 함께 월드컵 경기장에서 활약할 ‘FIFA 페어 플레이 어린이 기수단’ 192명을 선발하는 행사도 벌인다. 아디다스는 올해 한국의 유소년 스포츠 활성을 위해 네덜란드의 ‘코어버 코칭’을 도입, 유소년 지도자도 육성할 계획이다.필립스, ‘경기장 조명은 우리몫’아디다스 못지않은 유럽의 월드컵 마케팅 강자는 필립스다. 역시 2002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인 필립스는 86년 멕시코월드컵, 90년 이탈리아월드컵, 94년 미국월드컵, 98년 프랑스월드컵 등 현재까지 4개 월드컵과 3개 유로컵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해 왔다.전자업체인 필립스가 월드컵 스폰서로 주력한 곳은 다름아닌 ‘조명’이었다. 필립스의 2002 월드컵 마케팅의 모토도 ‘필립스의 기술이 게임에 더욱 가깝게 있도록 해주는 것(Philips gets you close to the game)’이다. 경기장 조명으로 시청자들이 한층 더 선명한 화질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필립스는 서울 상암동 주경기장을 비롯한 7곳의 월드컵 경기장 조명사업을 맡았다. 이미 90년 로마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한 6개 구장, 94년 시카고 월드컵 경기장, 98년 프랑스월드컵 6개 구장, 유로 2000 경기장과 2002 일본 오사카 월드컵 경기장의 등을 밝혀 야간 경기 시청을 지원한 것이다.특히 이번 2002 월드컵은 고화질의 디지털 방송으로 경기가 중계될 예정인 만큼 조명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은 “필립스의 조명은 HDTV(고화질 TV) 방송에 가장 적합한 조명시스템으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이 나 있다”며 “필립스는 월드컵 같은 국제 대회용 조명 시설을 개발해 현재 전세계 대형 경기장의 55%에 이르는 곳에 이미 구축해 놓았다”고 밝혔다.필립스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열린 부산전시컨벤션센터 홍보관에서 월드컵 경기장에 쓰인 첨단 필립스 조명기술과 소형 가전제품들을 집중 홍보했다. 자사 부스에 가상 조추첨판도 운영했다. 필립스전자는 지난 설 연휴에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교통방송과 함께 ‘월드컵 퀴즈 익스프레스 대행진’을 벌였다.이밖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와 톨게이트에서 귀성객을 대상으로 퀴즈를 진행, 자사 형광등을 증정했다. 4월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포함한 조명설비를 맡은 전국 7개 구장의 1등석 티켓 등을 주는 경품 이벤트를 실시한다.필립스는 축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반적인 축구 영역에서 스폰서 활동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각급 학교와 아마추어팀은 물론 대학리그와 프로팀까지 지원해 왔다. 네덜란드의 명문축구팀인 PSV아인트호벤도 필립스 소속이고 미국·중국·스페인·포르투갈 대표팀과도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은 상태다. 최근엔 USSF(미국축구연맹)의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기까지 한다.유럽의 대표적인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와 필립스가 월드컵에 쏟아붓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는 극비 사항. 그러나 베일에 가려진 지원금은 빼고라도 실제 각종 행사와 현물 공급만 봐도 몇백억 원은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