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원동력은 사람 … 철저한 개인 존중으로 창의력 극대화
노키아는 핀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장비 기업 중 하나다. 유렵형 이동통신 단말기인 GSM 폰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유럽계의 특성을 반영하듯 노키아는 세계에 대한 개방성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기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개방적인 분위기는 직원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 5만 4,000명의 인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핀란드인을 제외한 외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숫자에 핀란드 근무자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때문에 노키아의 비즈니스 공용어도 당연히 영어다. 심지어 핀란드 본사에서조차 영어를 사용한다.다음으로 기술력에 대한 자존심이다. 단적인 예가 CDMA 단말기. 노키아는 독자적인 CDMA 칩을 개발해 한국 시장을 노크했다. 노키아만의 독자적인 칩이 있는데 굳이 퀄컴칩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유럽인의 자존심을 반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자존심으로 인해 퀄컴칩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통신환경을 갖춘 한국 시장 진출에는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다국적 기업 노키아의 특징은 전세계 문화의 수용이다.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에로 라이티넨은 “글로벌과 로컬문화의 융합을 통해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노키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진출국가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84년 한국에 설립된 노키아TMC이다. 이동단말기의 생산공장인 노키아TMC는 미국 탠디그룹과 합작으로 마산에 설립된 다국적기업이다.현재 100% 노키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8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난해 연간 수출 27억달러 돌파, 누계 생산 1억대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 생산법인은 GSM, CDMA, TDMA 방식의 이동전화를 생산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미주, 유럽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색채를 띠면서도 고용창출, 수출 공헌 등으로 진출국 경제와 융합하는 전략이다.마산 노키아TMC로 국내 첫발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국노키아 사무실에는 80여명의 직원이 연구개발 및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동통신 단말기 네트워크장비 및 인터넷보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한국 내에서는 텔슨전자와 제휴를 맺고 CDMA 단말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1년 한국 시장에 첫 CDMA 제품인 ‘노키아 8887/8877’을 출시했다. 노키아는 모든 휴대전화 설계와 디자인 등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으며 생산은 텔슨전자가 맡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으로 한국 휴대폰 시장의 맹주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한국노키아의 국내 시장 성적은 대외비다. 워낙 경쟁이 심한 시장특성상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밝히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동통신 분야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고 향후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리딩 업체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최근 주력 사업으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분야는 CDMA 분야 연구개발과 KT아이컴의 IMT-2000 서비스를 위한 수주전. 이를 위해 한국노키아는 99년 3월 서울에 연구개발(R&D) 시설을 갖췄다. 노키아모바일폰(NMP)의 R&D 엔지니어들은 샌디애고의 제품 개발 센터와 협력해 다양한 CDMA 제품들을 개발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노키아 인프라의 중추인 노키아 네트워크도 서울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외국기업으로는 드물게 봉사활동과 이벤트에도 열심이다. 지난 1월 베어스타운에서 제1회 노키아배 스키 스노보드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 스노보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Connecting People)’는 노키아의 기업 가치를 실현하고자 준비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평등한 기업문화미국기업와 유럽기업의 분위기에는 분명한 차별이 있다. 미국기업이 실적 중심의 보너스를 강조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데 비해 유럽기업은 실적보다는 개인의 가치 공유, 자유 그리고 창의를 강조한다.이에 대해 김지원 마케팅 부장은 “노키아 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항공기 이용시이코노미 등급의 좌석을 이용한다.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이 비즈니스 등급이라는 사치를 부릴 수 없다. 특히 함께 출장을 가면서도 지위에 따라 좌석 등급을 다르게 하는 미국기업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한국노키아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입사자에게는 누구에게나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지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할당된다. 동등한 복지의 공유라고 할까. 한국노키아 사무실은 각 사원의 직원 스페이스가 동일하다. 일반 직원과 간부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한다. 직원 한 명당 점유 면적을 15㎥로 설정해 직급과 관계없이 모두 쾌적한 사무 공간의 확보에 주력했다. 고위직이라고 특별한 대우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노키아의 문화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출퇴근도 자유롭다. 최대한의 자유를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반면 실적평과와 이에 대한 보상은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다. 직속 상사와 평가표를 놓고 상호합의가 있을 때까지 협상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미국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연봉 20% 이상의 인상은 없다. 연봉 조정에 관한 한 파격적인 대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해고관행도 독특하다. 정리해고시 생활보조비까지 지급하며 재취업을 지원한다. 실례로 지난해 국내 대상인력 가운데 대부분을 해외와 국내 단말기업체에 전원 재취업시켰다. 특히 이력서에 “이 사람은 노키아가 보증하는 우수한 인력”이라는 문구까지 집어넣고 물론 재취업 과정에 드는 비용은 노키아가 전액 부담한 것이다. 노키아는 이를 두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Interview 에로 라이티넨 사장“치열한 경쟁 통해 노키아 성장할 것”“한국노키아는 단·중·장기적인 계획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단말기 사업을 국내에서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노키아는 성장할 것이다.”한국노키아의 에로 라이티넨(Eero Laitinen) 사장은 한국 시장의 마케팅, 판매, 생산, 물류 등의 모든 전략적인 운영상의 문제를 총괄 담당하고 있다.2000년 2월 한국노키아에 부임한 라이티넨 사장은 핀란드 무역 산업부의 도쿄 주재 참사관, 노키아 자회사의 매니저로 홍콩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의 목표는 노키아를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메이저로 키우는 것.“한국 시장은 경쟁이 심한 곳이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노키아는 이에 못지않은 기술과 마케팅을 갖고 있으며 신제품과 경쟁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는 또 “이동통신 시장은 3세대로 접어들고 있다. 노키아는 이 분야에서 첨단을 걷고 있는 한국시장을 통해 표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친한 한국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쉽게도 한국 비즈니스에서 아직 이렇다 할 한국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하지만 핀란드인은 한 번 사귄 친구는 오래간다. 유대를 통해 우의를 다져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라이티넨 사장은 핀란드의 라핀란타 공대에서 재료 공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