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열기 전국 집값 ‘쥐락펴락’

아파트 6개월 상승률 은행금리 8배 달해… 사업 본격화되면 ‘거품 소멸’ 전망도

날개 단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 수도권, 전국으로까지 덩달아 오르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의 기폭제가 강남권 재건축 열풍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지난해말 대기업 차장 김준영씨(가명, 45세)는 반포3단지에 16평형을 2억 3,000만원에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소 부담스런 가격에 계약을 미뤄왔던 김씨는 얼마 뒤 투자를 포기해야 했다. 아파트 값이 며칠 사이에 2,000만∼3,000만원이 오르고 급매물까지 자취를 감춰 엄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아파트 상승세가 눈에 띄고 있다. ‘자고 나면 올랐다’는 말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연일 상종가를 쳤다. 하루에 1,000만∼2,000만원이 오른 가격은 찾는 사람이 없어도 떨어질 줄 몰랐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건축 시장은 활기찬 편이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시장상황이 2001년 초까지 이어져, 재건축 투자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상황은 지난해 7월에 발표된 이 신규아파트 세제지원 정책 발표와 함께 한순간에 반전됐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데다 주식마저 맥을 못추자,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몰려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지난해 세제지원 발표 이후 ‘상황 반전’청약열기가 고조되고, 부동산 투자수요가 늘면서 재건축 아파트는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가 손꼽히는 투자대상으로 떠오르자 가격상승이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강남구의 경우 송파구보다 평당가가 훨씬 낮았지만 가격상승률은 송파구보다 극적이었다. 평당 1,180만원이었던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매달 20만원씩 오르다 7월에는 1,362만원이 됐다. 6개월 상승률이 16%로 은행금리의 8배에 이르렀다.‘전통의 강자’ 송파구도 예외일 수 없어 지난해초 평당 1,173만원이던 것이 12월말 1,662만원으로 평당 489만원이 올랐다. 15평형일 경우 무려 7,300만원이 오른 셈이다.특히 5개 저밀도 재건축은 소형 평형 의무비율, 지구 단위계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최적 투자처로 꼽히면서 가격은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도 5개 저밀도 아파트 평당가격은 1,396만원으로 강남구, 송파구와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11월부터 대폭 오르기 시작한 5개 저밀도 지구아파트 값은 다른 지역과 차이가 크게 벌어져 2월말 현재 평당가는 1,694만원으로 강남구(1,602만 원), 송파구(1,537만 원)보다 100만원 정도 더 높아졌다. 1월에만 5개 저밀도 지역은 11.4%가 올라 다른 지역에서 1년 동안 오를 가격만큼이 뛰었다.반포 주공3단지의 경우 11월 10일 LG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6평형의 경우 10월말 3억 5,000만원에서 12월 4억원으로, 1월에는 다시 4억 5,000만원까지 올라 2개월새 1억원이 올랐다. 3단지보다 투자여건이 뒤지는 반포 주공2단지도 지난해말 3억원대이던 18평형이 최근 7,000만원이 올라 3억 7,000만원이 됐다.그야말로 강남권을 비롯한 5개 저밀도 지역 등 재건축 인기지역의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였다. 저밀도 지구의 사업승인이 멀지 않아 수익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사업 불확실한 단지도 ‘덩달아 춤’이런 현상은 사업성이 불확실한 강남권 중층 아파트까지 일어나고 있다. 예를들어 개포시영은 인근 도곡동 삼성사이버아파트가 입주하면서 가격이 동반 상승한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지구 단위계획으로 용적률 200%를 적용받아 사업성이 불투명한데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13평형의 경우 최근까지도 일주일 만에 3,000만∼4,000만원이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졌다.중층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1개월 전 3억∼3억 2,500만원이었으나 한 달 만에 1억원 가까이 올라 지금은 3억 7,000만∼4억원에서 거래된다. 확정된 재건축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다.강남의 한 중개업자는 “얼마 전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건을 회수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호가가 턱없이 높아 찾는 사람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가격이 높은 상황은 변함이 없다”며 시장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했다.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배경에는 올 겨울 방학철을 맞아 강남권 이주수요가 늘어난 데다 투자세력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분양권 전매차익에 대한 세무조사 발표가 불난 데 기름 붓는 역할을 했다. 신규 아파트 투자자들까지 재건축으로 투자방향을 돌린 것이다. 부동산시장 진정대책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저밀도 지역 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 아파트의 기준시가를 현실화한다는 정부방침으로 지금은 거래 자체가 한산해지고 가격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단기간에 끝날지 예측할 순 없으나 올해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재건축 아파트 값의 고공비행은 강남권의 기존 아파트는 물론 그 여파가 강북으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상계동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강남권은 수요가 주춤해도 호가가 유지되는 양상이지만 이곳은 상승분위기에다 수요까지 형성돼 거래가격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지난해 신규 분양시장에서 시작된 부동산 붐은 재건축 아파트 열풍을 계기로 전체 아파트 시장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국 5개 저밀도 지역을 비롯한 재건축시장의 초강세가 서울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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