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토지 보상액 ‘시세 반영’ 요구, 장지·발산지구 호가 ‘껑충’
굵직굵직한 택지개발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다. 정부는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일컬어졌던 송파구 장지동, 강서구 발산동 일대 34만평을 택지로 개발키로 한 데 이어 그린벨트 해제지 18곳, 376만평에 주택 10만 가구를 건설하기로 발표했다.특히 이들 지역 상당 면적에 공공임대, 국민임대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어서 정부의 임대아파트 공급 확대 의도를 짐작게 한다. 여기엔 중·하위층 주택난 해소라는 기본 목적 외에 주택 공급 확대로 집값 급등세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말 지구지정으로 전격 개발 일정에 들어선 수도권 최고의 노른자위 성남 판교지구와 최근 이목이 집중된 서울 장지·발산지구를 찾았다. 현지 부동산시장 동향을 통해 이들 지역이 최근의 집값 동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성남 판교 지구건설교통부는 최근 지난해 9월 이후 성남· 판교에 전입한 가구를 대상으로 실제 거주 여부를 조사해 242가구, 368명의 주민등록을 직권말소했다. 이들은 거주자 우선 분양을 노려 위장 전입한 ‘준 투기 수요’로 분류돼 철퇴를 맞았다.판교지구는 개발이 진행 중인 택지개발지구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곳. 택지개발 방침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투자·투기 수요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98년 4월 개발예정용지로 바뀐 후엔 위장 전입자가 대거 몰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외부인 진입이 차단된 요즘엔 청약통장 1순위자를 중심으로 ‘당첨 가능성 높이기’가 화제일 정도로 인기다.하지만 정작 판교 내부는 조용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26일 판교 택지개발예정지구와 인근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 2003년 11월 30일까지 도시계획구역 내 주거지역 270㎡, 녹지지역 330㎡를 초과하는 면적을 매매할 때는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한 달에 열 건 미만의 허가 신청이 들어오는 상태”라고 전했다.게다가 보상문제가 완결되지 않아 거래 자체가 끊어진 상황이다. 이규락 동판교공인중개사 사장은 “택지개발예정지구 토지는 정부에 수용이 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없고 인접지역 토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평당 20만~30만원 선이던 인근 보존녹지가 최근 150만원을 웃돌고 있다”는 설명이다.한편 판교지역 2,237세대 주민들은 요즘 토지 수용시 보상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진 판교주민대책위원장은 “지난 26년간 재산권행사 제한으로 많은 불편을 겪었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선입주·후철거가 안 되면 60% 이상이 입주권을 팔고 나간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판교 거주민들이 주장하는 보상액은 공시지가의 250%선. 통상 택지지구에서 책정되는 120~130%와는 큰 차이가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수도권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공시지가를 약간 웃도는 보상액으로 만족할 주민은 아무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보상액이 정부 예상보다 높은 선에서 결정될 경우 향후 택지개발 비용과 아파트 분양가는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판교의 토지 보상 수준에 따라 인근지역 집값까지 조절될 소지가 높은 셈이다.서울 장지·발산동이동중개업소 ‘떴다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지난 2월 14일 정부가 서울 송파구 장지동과 강서구 발산동 일대 34만 4,000여평에 대한 택지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 이 지역 거래동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은 김씨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미 땅값이 많이 올랐고 정부 수용지역인 탓에 투자 이점도 많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정부가 올해 안으로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해 주택 1만 4,9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장지·발산지구는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공공임대 8,200가구와 6,700가구의 일반분양으로 나뉘게 될 이들 지역에는 입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입주권은 택지개발 지구 내에 건물과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장지지구는 38가구의 주택을 제외한 전 지역이, 발산지구는 발표지역 전체가 논밭이다. 특히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이 지역 세입자들에게서 지금 입주권리를 사더라도 명의변경을 할 수 없고 타지역 철거민과 함께 추첨 대상이 되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이같은 이유로 이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냉담한 반응이다. 투자 문의도 발표 직후에 비해 뜸해졌다. 발산동 현대공인중개사사무소 전석환 사장은 “발표 바로 다음날은 투자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나라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고 밝혔다.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이 지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전답은 농지법상 1,000㎡ 이상의 토지를 거래하고 이웃 2명의 동의가 있어야만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소자본 투자자들은 발을 들여놓을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그러나 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이들 지역 땅값은 크게 오른 상태다. 장지동 전답 시세는 평당 150만∼200만원, 주택은 250만∼300만원이었으나 발표 이후 전답은 200만∼250만원, 주택은 300만∼450만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매물이 없어 사실상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산지구 역시 평당 60만∼90만원이던 가격이 65만∼130만원으로 올랐지만 거래는 없는 상태다.개발 메리트가 희박하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오른 것은 주변지역 상권이 활발해지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발산지구 주변 원당사거리 상가는 평당 1,000만∼1,200만원 하던 것이 이번 발표 이후 평당 1,5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이들 지역 중개업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가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는 현 시점에서 장기 계획에 대한 발표 정도로는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지동 대호공인중개사사무소 이홍주 사장은 “개발계획 발표는 계속되지만 구체화된 것이 없어 괜한 기대감만 갖게 하는 상황”이라며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