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심종목은 ‘금융주와 내수관련주’

외국인 주도로 800 도약,이후 기관이 장세 주도...시장수급상황.기업펀더멘털 99년보다 견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19개월 만에 종합주가지수(KOSPI)가 800선으로 올라서면서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코스피가 800을 넘어 1,000을 향해 질주할 때는 언제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번갈아 장세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과거 코스피가 1,000을 넘었을 때 외국인과 기관들은 어떤 투자패턴을 보였는지 비교하면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지난 99년 7월 종합주가지수는 94년 이후 5년 만에 1,000을 넘어섰다. 99년 6월 초부터 시작된 랠리로 두 달도 못 돼 800에서 1,000으로 직행했던 것. 이후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서울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으나 2000년초 1,059까지 상승했다. 이때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패턴을 지금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상승장서 개미투자자 소외 여전예컨대 외국인들이 코스피 800까지 끌어올리는 세력으로 첫 등장하고 이후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상승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코스닥시장으로 몰려가는 것 등은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다.삼성전자, 포철 등 대형 블루칩에서 시작된 랠리는 LG전자,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등과 중소형 실적 우량주 그리고 다시 금융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옮아가는 것도 비슷하다. 이를 통해 이들은 850까지 단숨에 지수를 밀어올린다.지수가 850을 넘어서면서 외국인들이 갑자기 매도세력으로 돌변하는 점도 지금과 엇비슷하다. 99년 당시 이들은 국민은행, 호텔신라, LG화학, 한전, 삼성전자 등을 대거 매도하면서 이익을 실현하기에 바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이들은 850 근처에서는 선뜻 매수하지 않았다.최근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도 유사하다. 삼성전자, 한전 등 대형주를 매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85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재열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은 “과거 10여년 동안 외국인이 지수 850선 넘어서까지 매수로 일관한 일은 없다”며 “미국 경기와 내년 국내 기업들의 실적 등에서 좋은 결과가 예상되지 않으면 올해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주가가 단기 급등해 지금은 팔아야 할 시기”라고 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99년 7월 850에서 주춤하던 증시가 900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 당시 수익증권잔고가 26조원을 넘어서 투신권의 매수세가 든든해졌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고, 1,000으로 직행한 원동력이 됐다. 기관이 사는 종목은 오른다는 이른바 ‘기관화 장세’를 연출했던 것. 99년 8월 대우사태가 터져 증시가 주춤할 때도 기관들이 다시 시장에 불을 지펴 불마켓(강세장)을 열었다.최근 은행의 신탁상품이나 투신권의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 역시 당시와 흡사하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하루에 500억원씩 투신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매수세력으로 등장할 경우 지수는 급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그러나 99년과 올해 증시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 99년은 기업 유상증자 물량이 대거 몰렸던 반면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점, 둘째 99년보다 올해 기업의 이익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점 등이다. 즉 시장의 수급상황과 기업 펀더멘털이 99년보다 훨씬 견고한 것이다. 외국인들이나 기관투자자들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도중영 한국투신운용 운용1본부 팀장은 “99년엔 지수가 올라가도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적어도 2년 동안은 좋은 장세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승훈 유비에스워버그(UBS Warburg) 상무도 “외국인들은 내년까지 한국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종목은 금융주와 내수관련주”라고 말했다.사실 지난 99년 지수가 1,000까지 간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99년 6월까지 7조 2,000억원의 유상증자 물량이 증권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와 공급초과 상태였기 때문.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였다.반면 요즘 상황은 이와 다르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이익 규모를 늘린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 이 때문에 유상증자 물량을 거의 찾을 수 없다.김영수 튜브투자자문 사장은 “지금까지 이렇게 수급상황이 좋은 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뒷심이 든든해 당분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김자혁 동양투신 상무는 “구조조정의 폭과 질이 과거와 다르게 좋아졌다”며 “국내 펀더멘털에도 문제가 없어 시장의 기반이 튼튼하다”고 분석했다. 김상무는 또 “개인과 기관이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99년과 올해를 비교했을 때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급등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개미들은 값싼 주식을 찾아 코스닥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코스닥시장이 급등한 것은 이같은 개미들의 매수세 때문이었는데, 이마저도 과실은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차지가 됐다.코스닥시장 역시 값비싼 우량 주식만 대거 상승하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개미들은 값싼 주식 매수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들은 종목의 질보다는 양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인들과 기관들이 매수하는 우량종목을 따라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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