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황에 수출도 ‘쾌청’ … “잘 나간다”

엔화환율.유가 향방 등이 변수, 전문가들 "경기 회복 이후 대응책 마련할 때"지적

당초 예상을 깨고 우리 경제가 지난해 3분기에 바닥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0일 한국은행은 ‘2001년 국민계정’을 발표하면서 “한국경제는 작년 3분기에 저점을 통과하고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이날 발표를 보면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3.7%의 성장률을 기록,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2001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르렀다.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2.8%를 웃도는 수치다.지난해 성장을 가능케 했던 내수경기의 쾌속질주는 올해도 성장엔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민간 소비가 4.2%, 서비스업이 4.1%, 건설이 5.6% 각각 증가했다. 경제활동별로 볼 때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율은 19.1%로 전년(55%)에 비해 크게 떨어진 반면, 건설업은 전년도 2.9%에서 14.5%로 대폭 높아졌다. 서비스업도 42.6%에서 56.8%로 비중이 커졌다.내수업종 중 통신업은 이동전화와 국제전화의 이용실적이 늘어 성장률 13.5%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재정의 조기집행과 부동산 경기 활황세가 지난해 국내경기를 살리고 올해에도 성장궤도에 진입시킨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내수 성장기여도는 77.2%로 수출(22.8%)을 압도했다.시중금리 들먹…가계부담 늘 듯하지만 올들어 수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월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던 수출이 이달 중에는 저점을 다질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자원부는 3월 19일까지 수출실적(통관기준)은 68억 5,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억 6,400만달러)에 비해 1.6%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수입도 74억 1,200만달러로 전년동기(76억 8,100만달러)보다 3.5% 감소, 무역수지는 5억 5,700만달러 적자를 냈다.산자부는 그러나 다음달엔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 호전에 따른 반도체 등 국내 IT(정보기술) 제품의 수출이 급속하게 회복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장관 겸 경제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 1분기 GDP 성장률을 3%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진부총리는 “일부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올랐지만 수출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 경기상황을 과열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당분간은 현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은 민간 부문에서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 1분기 중 내수만으로도 전년동기대비 6% 안팎의 성장을 예상할 정도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내놓은 GDP 성장률 전망치 3.5%를 5% 정도로 수정했다. 산업생산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재고가 크게 줄어 이미 경제회복 초입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5%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물론 상승궤도에 오른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환율이 ‘엔 동조’에 묶여 1,3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평균 환율을 1,270원대로 예상하고 짰던 올해 경제구도가 연초부터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원유가도 당초 기대와 달리 미국의 전쟁확대, 세계경기 회복 등으로 배럴당 25달러 선을 훌쩍 넘겼다. 원자재 중간재 가격도 올들어 두 달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금리도 심상찮다. 3년만기 국고채가 지난 3월 20일 연 6.5%로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 연동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등 최근 급증한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신한은행의 경우 이달초 연 6.0∼6.3%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CD(양도성 예금증서) 유통수익률 오름세로 연 6.2∼6.5%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의 CD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포인트 이상 올랐다. 3개월마다 변경 적용되는 대출금리의 오름세는 곧바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가계대출연체율이 이미 상승하고 있다.외환은행은 지난해말 0.81%에서 1월말 1.35%로, 한미은행은 1.33%에서 1.35% 등으로 연체자 비율이 늘었다. 지난 2월에는 은행 평균 연체율이 2%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돼 은행들이 대책마련에 나선 실정이다.여기에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금리는 오를 확률이 크다. 최근 한국은행이 주최한 ‘통화금융연구회’ 정례 토론회에서 금융연구원 정한영 연구위원은 올 GDP 성장률이 4.5% 이상을 기록할 경우 명목 콜금리는 현재 4%에서 5.1∼6.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통화당국이 저금리기조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22대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박 승 중앙대 교수는 최근 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과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내정자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뤄 성숙한 경제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종합해볼 때 한국경기가 내수활황과 수출회복을 바탕으로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86년 ‘3저 호황’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가수출품 위주의 경기회복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TFT-LCD 등 1등 상품이 주력 수출품이란 점에서 질적으로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부가 경기회복 이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정책 카드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