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은 수수료 정액제로 유혹 …약정고 초고속 증가 추세
‘0.025%’키움닷컴증권(이하 키움)의 주식매매 수수료다. 처음 이 수수료를 내세웠을 때 0.18% 내외였던 대형 증권사들은 의아해했다. 아무리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라지만 국내 최저인 이 수수료로는 서버 구입비와 마케팅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2000년 5월 출범 당시 키움의 전략은 ‘3년내 온라인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회사를 알리는 일에 주력했다. 키움이 저가전략을 들고 나온 이유는 분명했다. 회사 선전을 위해선 광고도 해야 했고 남들과 같은 수수료로는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그래서 초기에는 본사의 다른 영업부문에서 번 돈을 온라인 부문에 쏟아부었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져 영업개시 1년여만에 주식약정 점유율이 4%에 육박했다. 이는 증권업계의 평균 2%대를 두 배 가량 넘는 수치였다. 이 기조를 유지해 키움은 지난 2월말 현재 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그동안의 누적적자 76억원을 완전히 복구했다.키움의 조직은 가볍고 단순하다. 직원수가 180명밖에 안 되는 증권사다. 이는 일반 증권사 10개 정도의 지점인원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운 87명을 전산실과 콜센터에 집중배치했다. 60명은 ‘콜센터’의 고객상담원. 따라서 부서는 채권영업팀 등 8개에 불과했다. 낭비요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략이었다.그래서 키움의 조직 분위기는 자유롭다. 조직규모가 작다 보니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데도 적극적이다. 구성원들의 ‘출신’도 고급이다. 각 분야에서 수위를 다투던 직원들을 스카우트했다.공격적 마케팅으로 업계 9위권 달성키움이 첫발을 디딘 2000년 5월엔 이미 전체 거래 중 사이버 주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고 증가세도 폭발적이었다. 사이버로 주식매매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수수료 인하경쟁이 본격화됐다. 미래에셋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등의 온라인 증권사가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설립 직후 고전하던 회사를 먹여살린 건 채권영업과 차익거래였다. 2000년 하반기엔 금리가 안정세라 채권영업을 하기엔 적기였다. 이때는 100억원이 넘는 매매수수료를 올리기도 했다.차익거래로 올린 수익도 만만치 않았다. 류혁선 금융공학팀장은 “서두르지 않고 시스템 정비기간을 둔 것이 수익을 올린 비결”이라며 “2000년 1월 말엔 행사가격 35만원의 삼성전자 풋옵션에 외국인 주문실수를 시스템이 포착해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이 채권매매와 차익거래로 벌어들인 돈으로 한숨 돌린 덕에 주식매매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옵션시장에도 일찌감치 눈을 돌려 첫해 약정점유율이 3%를 넘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로 지난해 8월엔 5%를 돌파했고 미국 9·11테러로 옵션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땐 한 달에 8,000억원이 넘는 약정을 기록하는 등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증권전문방송 ‘한경와우TV’와 함께 ‘옵션영웅전’이라는 옵션수익률대회를 개최, ‘키움’이란 이름을 알리는 한편 현물약정증가라는 소득도 함께 얻었다.이에 반해 온라인 주식거래 부문은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키움의 HTS가 처음 선보였을 땐 투자자들 사이에 ‘분석은 대형증권사 시스템을, 주문은 싼 키움으로’란 얘기가 돌았다. 키움HTS의 기능이 불충분해 차트는 대형증권사를 이용하고 주문을 낼 때만 키움으로 낸다는 뜻이다. 회사측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보완책을 마련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난해 4월의 ‘영웅문’. 차트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고 주문을 한 화면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키움은 올 4월 시스템 트레이딩 기능이 강화된 ‘영웅문2002’를 출시할 예정이다.키움은 설립 초부터 매매를 많이 하는 ‘큰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1, 12월 두 달 동안은 수수료 정액제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 한 달 평균 1,000억원 이상 매매하는 고객은 수수료로 2,500만원을 내야 했지만 정액제로 200만원만 내면 됐다.키움은 이같은 전략 덕분에 시장침체기에 강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9·11테러 발생 직후인 10월엔 주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전월과 비교해 0.25%포인트 올랐고 약정액도 7,000억원 정도 증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주식약정순위가 차츰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0년 7월, 20위권에서 이듬해 3월엔 12위로 껑충 뛰었다.윤수영 e-Business팀 이사는 “온라인증권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더의 비중이 높아 시황이 안 좋을 때 오히려 점유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트레이더는 종목 위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황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것.키움은 현재 주식약정점유율 기준으로 45개 증권사 중 9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 1월엔 약정규모가 9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키움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