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지배는 전복될 수 있다”

● 프랑수아 셰네 엮음/서익진 옮김/한울/2002년/316쪽/1만 6,000원

금융이 세계화 하고 있다는 것, 아니 세계화의 선두에 금융이 서 있다는 것. 어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프랑스의 말 많은 교수들은 무슨 어려운 용어를 이렇듯 잔뜩 동원해 한가득 ‘설’을 풀어놓았더란 말인가?어쩌면 이들은 보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게 됐는지도 모른다. 단지 금융이 세계화 하고 있다는 사실 너머에 또는 그 이면에, 짚고 넘어가야만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는 파리8대학의 프랑수아 셰네 교수 등 프랑스 학자 7명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본문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인 총론과 7편의 논문을 차례로 실어 구성했다.각 교수들의 논문 주제를 보면, 우선 브뤼노프는 변동환율제 도입이 세계 금융과 통화의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71년 브레턴우즈 체제 하의 고정환율제가 종식되고 73년 변동환율 채택이 이뤄지자 각국 통화 상거래 방식의 중심을 잡는 수단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구트만과 플리옹은 최근 경제 불안정의 원인이 금융제도들의 위계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구트만은 미국을 중심으로, 플리옹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논지를 펼친다. 세르파티와 파르네티는 금융 세계화 속의 대산업 그룹의 행동을 묘사한다. 변동환율제 이후 금융시장의 자율화가 촉진되면서 연기금과 뮤추얼펀드가 새로운 금융지배자로 부상했다는 시각이다. 이들 논문들 중 살라마 교수의 시각은 연봉제가 유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금융의 사회 지배가 노동 유연성의 강화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종속경제가 거대자본의 대표인 미국 모델을 따라갔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97년 이후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들이 겪은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이 책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딱딱한 내용이다. 책의 서문에서도 금융종사자나 경제학 전공자가 읽어주기를 바란다는 대목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논문들을 ‘금융세계화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묶어 정리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을 엮고 서문을 적은 셰네 교수는 여러 논문의 주장에 자신의 논지를 덧붙여 또 하나의 논문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이러한 요약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이 8장이다. 셰네는 금융세계화가 역사상 각종 폐단을 낳았다는 외부의 시각을 전제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금융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지녔기 때문에 우리가 부딪치는 문제점들은 피할 수 없고 계속될 것이라는 일부 시각을 그는 강력하게 부인한다. 그러나 시원스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목표는 대안 제시라기보다는 많은 사실들을 보여줘 이를 통한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금융세계화로 빚어진 세 가지 큰 역사상 사건들을 그 해결과정과 함께 보여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것을 종용한다. 87년 월스트리트 주가 대폭락과 미연방준비제도의 대응, 부동산 위기와 90년대초 불황의 특징, 그리고 94년 멕시코 위기가 바로 그 세 가지다.이렇듯 가까스로 경제와 세계역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난해한 표현의 숲을 헤쳐나가보면, 뜻밖에 명료한 주제가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셰네가 인용한 부아예와 드라슈 두 사람의 의 말에서 드러난다. 그는 이 인용구를 통해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금융시장의 지배 과정은 전복될 수 있으며 또 전복되어야 한다.”미국 서평굴뚝 기업의 장밋빛 미래혁신이 굴뚝 기업을 어떻게 바꿨는가?● 아나우드 드 메이어 외 지음 / 프렌티스 홀 / 2002년 / 224쪽“클릭 & 모르타르.”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 말은 세계 경제의 화두였다. 클릭으로 대변되는 신생 인터넷 기업의 출현과 그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 그리고 그들이 보여줄 잠재력. 그에 비해 회반죽으로 대변되는 굴뚝 기업들의 지지부진한 실적과 고만고만한 잠재력, 구태의연한 경영방식과 사고는 이제 한 시대의 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사회적 동의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다.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어떤가?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인터넷 기업들은 정체되어 있으며, 늘어난 매출에 비해 아직까지 순수익은 형편없다. 튼튼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대할수록 더 열악한 실적만 보여줄 뿐이다.인터넷 거품이 빠지면서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인터넷 기업과 그렇지 못한 인터넷 기업으로 극명하게 양분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굴뚝 기업들은 어떠한가?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과 기술을 통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전통 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혁신과 그 혁신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 시대의 종국적인 승리자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기회를 움켜쥐고 그 가능성을 실질적인 기존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전통 굴뚝 기업들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저자는 GM, 월마트, 그리고 메릴린치 등과 같은 전통 기업들이 어떤 혁신을 도입했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경쟁자들과 어떻게 싸웠는지를 소개한다. 그것은 맘모스가 날렵한 영양처럼 운영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예를 들어 잭 웰치는 인터넷과 혁신을 적절하게 기업에 적용했다. 구매, 제조, 판매 과정을 모두 인터넷으로 통제가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인터넷이 가져다 주는 가장 근본적인 강점을 취했다. 동시에 근 1세기 동안 이어져온 GE의 브랜드 파워와 선도적인 기술력, 그리고 최상의 상품에 식스 시그마를 적용해 강력한 혁신을 가했다. 그 결과 GE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인터넷 시대에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이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는 클릭과 모르타르가 아니다. 저자는 모든 산업 분야가 극렬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과 기술력만이 생존의 필수요소라고 말한다.이 책은 기존 인프라를 갖췄으면서도 혁신과 기술력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성공한 기존 굴뚝 기업들의 사례, 즉 그들의 혁신과 기술에 대한 기초 토대와 활동 지침을 소개한다. 또 그것을 통해 21세기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 담담히 토로하고 있다.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이사 jochoi@bookcosmos.com신간 안내할아버지는 산에 돈벌러 가시고무라카미 류 지음/김경희 옮김/사람과 책/216쪽/1만 1,000원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경제 우화집을 냈다. 일본의 대표적 전래동화 11편을 ‘투자 지침 11개 조항’에 맞춰 각색, 소개하고 있다. 그는 정직한 쪽과 탐욕스런 쪽으로 인물을 대립시킨 옛 동화들이 경제적 약자를 무지 상태에 놓아두는 도구로 쓰였다고 말한다. 감언이설로 개인 자산을 주식에 끌어들여 투자 붐을 조성하려는 현대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이에 속지 않으려면 ‘투자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초일류기업 현장 리포트장유상 외 지음/삼성경제연구소/288쪽/1만원3인의 저자가 10여년간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혁신 노하우’를 탐구한 책이다. 이들은 일류 기업의 혁신 비결이 ‘프로세스 노하우’라 전제하고, 이를 고객 의견, 프로세스 관리, 종업원 의견 등 세 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GE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일류기업을 분석한 책은 많지만, 대개 번역서라 국내 실정에 적용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적잖다. 이 책은 이런 아쉬움을 덜어주는 미덕이 있다.내재가치로 고르는 좋은 주식 나쁜 주식김 헌 외 지음/한국경제신문/288쪽/9,500원주식 투자에 왕도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가 필수. 전문 지식 없이도 재무제표를 이해하도록 돕는 가이드북이다. 대차대조표 등 실제 양식과 각 항목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실었다. 연결재무제표는 ‘식구’로, 결합재무제표는 ‘친척’으로 묘사하는 등 비유와 예시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미래의 지배스탠 데이비스 지음/김승욱 옮김/경영정신/297쪽/1만 2,000원교수이자 경영 컨설턴트, 등을 쓴 저명한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의 연구 업적을 망라한 책이다. 전작을 요약하는 데 책의 3분의 2를 할애했고, 나머지 3분의 1에는 새로운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이제 정보경제를 거쳐 바이오경제로 진입할 것이라 전망한다. 2020년이 되면 바이오경제는 성장 단계에, 2025년 되면 벌써 성숙 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숫자의 횡포데이비드 보일 지음/이종인 옮김/대산출판사 /384쪽/1만 2,000원‘손톱에 낀 때만큼’을 숫자로 하면 얼마일까. 1813년에 영국에서 제안된 측정단위 ‘그라이(Gry)’의 문자적 의미는 바로 ‘손톱 밑에 낀 때’. 0.008333인치를 나타내는 단위다. 부제에서 보듯 ‘숫자는 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가?’하는 물음을 던져 현대인들의 숫자에 대한 맹신을 꼬집는다. 케인즈 등 숫자와 관련이 깊은 역사적 인물 5명의 생애를 추적해 숫자의 딜레마를 설명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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