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화이팅’ … KOSPI 1000·KOSDAQ 100 간다

23월 20일, 뉴욕 인터컨티넨털 호텔. 우리 정부가 4년 전 외평채 발행을 위해 로드쇼를 가졌던 이곳에서 진념 경제 부총리는 외국인투자자를 상대로 “한국의 미래에 투자하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내수경기 회복에 힘입어 2001년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3%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수출경기도 호전되고 있다. 지난 14개월 동안 지속됐던 수출 감소세가 3월에는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산업자원부 전망도 나왔다. 바야흐로 한국경제는 순풍을 만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도 경기회복에 힘입어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미국발 춘풍’도 한몫국내증시는 당초 3월 14일 트리플위칭데이(3대 파생상품의 동시만기일)를 고비로 조정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런 비관론을 비웃듯 강세 행진을 펼치고 있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KOSPI)가 1,000 선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장세는 유동성장세와 실적장세가 섞여 있는 모습”이라며 “속도조절이 필요할 뿐 대세 상승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코스닥시장이 동반강세를 보여 희망을 더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에도 ‘실적’이 강력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닷컴기업’이라고 하면 무차별로 상승했으나 이제는 ‘돈이 되는’ 기업들만 선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스닥시장에서는 올 1, 2월 중 지난 한 해 매출보다 더 많은 실적을 올린 업체가 나타나는가 하면, 올해 매출이 전년의 40배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종목도 등장했다.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올들어 벌써 지난해와 맞먹는 4,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지수 100선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국내증시가 이처럼 ‘양수겹장의 강세장’을 지속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전망 △내수경기 쾌속 항진에 따른 경기회복 △수출경기 바닥 통과 △해외매각 협상 타결 임박 △시중 자금 증시 유입 △투명한 회계관행 확립 등을 꼽고 있다.우선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의구심이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에 대해 해외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은 좋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미국을 방문 중인 진부총리에게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방한 중인 미국 월가의 최고 애널리스트가 한국의 구조조정을 극찬하기도 했다. 미국 모건스탠리의 스테판 로치(Stephen Roach)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최근 만난 자리에서 “지난 3년간 한국의 발전은 아시아 구조조정의 모델”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한국을 본보기(Example)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금감위가 전했다.또 그동안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던 한보철강,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등 소위 ‘한국경제의 3대 악재’라고 불리던 굵직굵직한 해외매각 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경기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보철강은 최근 AK캐피털과 채권단간의 세부협상이 타결돼 조만간 양해각서가 체결될 전망이다.GM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던 대우차 또한 이달 들어 자산매각 가격과 우발채무 처리문제가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4월 중 본계약 체결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측과 아직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매각협상을 타결시킨다는 입장이다.이들 문제기업들은 헐값매각 등의 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주인을 맞나 정상궤도에 오르면 경기상승기에 또 하나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국내외 악재가 소멸되고 국내경기가 내수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3%대의 성장을 이룩하자 최근 들어 정부는 물론 각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나라 밖에서도 봄소식이 들려온다. 미국 경기의 본격 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유력 금융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이고 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5∼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메릴린치는 1분기 성장률을 당초 마이너스로 내다봤다가 이달초 3.5%로 높인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지난 2월말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5∼3%로 전망했다.오닐 재무장관은 올해 성장률이 5%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각 기관들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월가의 예상보다 높은 1.4%에 달한 데다 산업생산·소비심리 등의 지표도 크게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경기도 곧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0일 “지난해 2월 이후 지난 2월까지 수출감소세가 이어졌지만 4월부터는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기 호전에 따른 반도체 등 국내 IT(정보기술) 제품의 수출이 급속하게 회복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한편 최근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조치를 속속 내놓으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데 가속도를 붙여주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3월 15일 현재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54조 2,962억원을 기록, 지난 2월 말보다 10.8%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기관들은 연일 매수에 나서면서 ‘기관화장세’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부동자금이 대규모로 증시에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은 서울증시의 추가상승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증권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지난 89년 이후 세 차례의 1,000선 돌파 시기와 비교해 볼 때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부동자금의 GDP 비중 평균치가 25.2%, 107조원에 그쳤던 데 비해 지난 2월말 현재 이 비율은 69.9%, 372조원으로 추정됐다.수출 관련주에 주목‘KOSPI 1000 ─ KOSDAQ 100’ 시대가 언제 도래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약간씩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9·11테러 직후 바닥을 찍은 증시의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수출이 본격 회복되는 시점과 맞물려 ‘1000 ─ 100’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눈에 띈다.반면 월드컵과 지방선거가 줄줄이 대기, 증시 상승세가 장중조정에 그치고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란 낙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후자의 경우 월드컵이 열리는 5월 초에 ‘1000 ─ 100’ 지수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1000-100’ 시대에 접어들더라도 투자종목을 어떻게 고를 지에 대한 탐구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증시가 내수활황에 이은 수출회복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제는 내수관련주보다는 수출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LG투자증권 정성균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함께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미국의 정보통신산업의 경기호전 조짐 등으로 전기전자 업종의 수출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석유화학 업종도 중국의 양호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 과거 KOSPI 1,000 돌파 시점 분석89·94·99년에 비해 증시수급여건은 양호서울증시는 지난 89년, 94년, 99년에 KOSPI 네 자릿수 시대를 맞은 일이 있다. 89년 최초로 1,000선을 돌파했을 당시는 86년부터 시작된 ‘3저 호황’의 혜택으로 국내경기가 급팽창하던 마지막 시기였다. 시가총액은 100조원에도 못 미쳤지만 물량공급 규모는 14조 7,000억원으로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94년 1,000 선을 재돌파했을 당시의 시가 총액 151조원에 공급물량 6조원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99년 세 번째로 1,000선에 올라섰을 때는 이 비율이30%에 육박해 이듬해의 폭락을 예견할 수 있었다.올해 또다시 1,000선에 안착한다면 예전보다 수급환경은 훨씬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황장이었던 99년 증자물량이 40조원대에 달했던 데 비해 2001년에는 10조원대에 그쳤으며 2002년에도 예정된 물량이 7조원대에 불과한 상태다.또 우리나라는 지난 3월 21일 기준 ‘GDP 대비 시가총액(자본화율)’의 비율이 61%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화율은 보통 시장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데, 미국의 자본화율이 130%에 이르는 점에 비춰보면 아직도 국내 증시는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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