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파른 성장세 지속...현금결제로 중소기업과 파트너십 강화
“TV 홈쇼핑 습격사건’으로 부르면 어떨까요.”업계 한 관계자는 “TV 홈쇼핑 시장이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를 기존 유통에 대한‘습격사건’으로 표현했다.그만큼 TV 홈쇼핑 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뜻이다.지난 95년 CJ39쇼핑(당시 삼구쇼핑)과 LG 홈쇼핑이 개국한 다음해인 96년 시장규모는 33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97년 1,500억원, 99년 9,000억원으로 쑥쑥 컸다. 마침내 2000년 1조 3,000억원으로 1조원 시대를 연 뒤 지난해 1조 8,000억원(업계 추정)을 기록해 해마다 40∼50% 고속질주해 왔다.시장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홈쇼핑은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 TV 홈쇼핑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커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이같은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2003년 5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TV 홈쇼핑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저가제품 선호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쇼핑 트렌드의 변화가 주요인이다.TV 홈쇼핑은 백화점이나 일반 유통업체에 비해 다양한 상품을 20~30%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속형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중간 유통조직 줄여 20~30% 저렴TV 홈쇼핑이 물건을 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단계 방식의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붙은 유통 마진을 판매단가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V 홈쇼핑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중간유통 마진을 절감,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케이블TV 가구수가 늘어나고 지난 3월 디지털위성방송이 시작된 것도 앞으로 TV 홈쇼핑 성장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TV 홈쇼핑 고속성장이 끼친 파급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우선 홈쇼핑의 고속 성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서도 자본력 및 마케팅력의 열세로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홈쇼핑은 적은 비용으로 홍보와 판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다.TV 홈쇼핑이 판매하는 물건 중 중소기업 제품이 90% 정도라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결국 TV 홈쇼핑은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 제조업체는 이윤을 높이고 소비자는 싼값에 제품을 구입하는 ‘윈윈전략’을 실현한 새로운 유통 형태로 떠오른 것이다.이는 판로가 없어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TV 홈쇼핑으로 기사회생한 연수기 업체 (주)그린월드 그린워터 김동복 사장(44)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그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연수기는 일반 수돗물을 이온 교환수지를 통해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장치로, 가정에서도 온천수 효과를 누리게 해주는 상품이다.그러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사장될 뻔했다. 김사장은 방문판매를 통해 판로개척에 안간힘을 썼으나 연간 매출이 2억∼3억원대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그러던 것이 지난 98년부터 LG홈쇼핑으로 판매한 이후 매출이 30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히트를 치며 유망 중소기업 대열에 우뚝 섰다. 지난해 90억원의 연간 매출 중 80%를 TV 홈쇼핑을 통해 올리고 있다.김사장은 “판매가 잘 되는 것은 물론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어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상담이 들어올 정도”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TV 홈쇼핑이 구세주처럼 생각된다”고 말했다.사실 TV 홈쇼핑에서 효자로 대접받는 히트상품 또한 대다수 중소기업 제품이다.중소기업 ‘구세주’로 자리매김LG홈쇼핑의 2001년 히트상품 10위(판매수량순)까지 순위는 ‘파워 도깨비 방망이’(부원월드) ‘백운계곡 양념 특갈비’(원조이동갈비) ‘바비리스 차세대 스피드 헤어롤’(아인스인터내셔날) ‘헬스드림 원적외선 오골매트 퀸’(세코) ‘이불의류 압축팩 10장 세트’(기린엔터프라이즈) 등이다. 대부분 자금이 딸려 TV나 신문에 광고 한 줄 내지 못했던 제품들이었다.이같은 사정은 CJ39쇼핑을 비롯한 다른 TV 홈쇼핑 업체들도 마찬가지다.CJ39쇼핑의 연도별 1위 상품을 보면, ‘원적외선 오븐기’(96년) ‘돌침대’(97년) ‘녹즙기’(98년), ‘돌삿갓 요리박사’(99년) ‘오스카만능 녹즙기 요리손’(2000년) ‘황제보료 좋은아침’(2001년) 등이다. 의료기인 ‘황제보료 좋은아침’은 지난해 2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오프라인 소매점이 상품진열조차 거부했던 ‘고문관’ 상품들이 TV 홈쇼핑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이다.TV 홈쇼핑 업체들의 상품개발 및 판매전략은 한마디로 ‘질 좋은 상품을 발굴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물론 홈쇼핑 업체마다 조금씩 강조하는 바가 다르다.LG홈쇼핑은 매체간 상품전략의 시너지를 최대한 일으키기 위해 TV와 인터넷, 카탈로그 연계마케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TV 홈쇼핑은 사용방법이 복잡하거나 기능이 많아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이 미용 기구, 신상품 등에 중점을 둔다. 이에 비해 카탈로그는 TV 홈쇼핑에서 판매하기 힘든 희소성 있는 상품이나 수요가 많지 않은 아이디어 상품 위주로 가고 있다.인터넷쇼핑몰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처럼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CJ39쇼핑은 유망 신상품의 집중 발굴 및 PB상품, 독점상품 등 CJ39쇼핑만의 ‘유일한’ 상품을 늘려간다는 세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지난해 개발한 디자이너 PB 상품인 여성의류 이다(IIDA)는 올 3월 프랑스 파리의 한 패션쇼에 내보내 화제가 됐다. 올해는 남성 캐주얼 의류와 가전제품 등의 분야에서도 PB상품을 개발해 ‘PB’왕국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과의 유기적인 상품 개발시스템을 활용해 의류, 잡화의 경우 디자인 소재·컬러 등에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 공동기획상품’을 선보여,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우리홈쇼핑은 ‘안목있는 여성을 위한 채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구매력 있는 여성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여성을 위한 홈쇼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강화하기 위해 패션 및 소품 관련 상품 프로그램을 43% 선으로 편성하고 있다.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높은 농수산TV는 도지사 및 시장, 군수가 인증한 산지 특산물 추천상품과 지역별 투어마케팅 프로그램(여행상품)과 연계한 지역특산물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히트상품을 만드는 사람들 LG홈쇼핑 드림팀 (이진아 쇼핑호스트·송문준 MD)손만 대면 히트하는‘도깨비 방망이’팀LG홈쇼핑의 이진아 쇼핑호스트(32)와 송문준 MD(37)는 사내에서 ‘드림팀’으로 통한다.지난 98년부터 함께 일한 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오프라인에서 괄시받던 상품들이 히트상품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가령 중소형 가전제품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가장 애정을 느낀다는 가전 믹서기 ‘도깨비방망이’의 경우도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도깨비 방망이’는 TV 홈쇼핑 최대의 히트상품이다. LG홈쇼핑은 지난 한 해 동안 30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이 불멸의 히트상품도 자칫하면 사장될 뻔했다. 97년 방송에 올린 이 상품은 매출이 무척 부진했다.그래서 계속 방송에 내보낼 것인가를 놓고 사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송MD가 밀어붙였고, 송MD의 확신에 찬 설명을 듣고 이를 직접 써본 이 쇼호스트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멋지게’ 부활한 상품이다.TV 홈쇼핑 업계에서 쇼호스트와 MD의 호흡은 무척 중요하다. MD는 홈쇼핑에 적합하면서도 질이 뛰어나고 저렴한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 쇼 호스트는 상품의 장점을 정확하고 신뢰감 있게 소비자에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MD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가져와도 이를 쇼호스트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흙 속의 진주’일 뿐이다.마찬가지로 쇼호스트가 능력이 탁월해도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히트상품을 기대할 수 없다. 사내에서 두 사람을 ‘드림팀’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물론 두 사람이 ‘드림팀’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다.이진아씨는 주부답게 모든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품의 주요 포인트를 꼭 집어 설명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또 정확한 설명을 위해 형용사나 부사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라디오를 듣다가도 좋은 표현이 나오면 메모해 둔다고 한다.송문준씨는 기존에 있는 상품을 그대로 방송하기보다는 생산업체와 함께 상품 기능을 직접 개선해 홈쇼핑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주일에 4일은 용산전자랜드와 백화점, 할인점 등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발굴하거나 이미 발굴한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본다. 늘 손에 계산기를 들고 다녀 ‘계산기맨’으로 불릴 정도다.두 사람은 ‘드림팀’답게 서로에 대한 칭찬에 침이 마른다.“이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상품의 주요 포인트를 꼭꼭 집어 설명해 주는 쇼호스트입니다.”(송문준씨)“쇼호스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MD입니다. 그냥 제품을 툭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당연히 확신을 갖고 방송하게 됩니다.”(이진아씨)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