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상품으로 올해 ‘흑자원년’ 기대

20만~30만원대 중저가 의류.가구 상품으로 집중 클릭돼

맞벌이 주부인 황경수씨(37)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쇼파와 거실장, 식탁세트를 새로 장만했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예전과 달리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구의 재질이나 색깔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지난 99년 닷컴바람이 불면서 한 언론매체가 ‘인터넷만으로 생존하기’라는 이름의 실험을 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인터넷 쇼핑몰이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쇼핑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판 규모는 모두 3조 3,471억원이었다. 이 중 기업-고객간 거래, 이른바 B2C는 2조 5,801억원에 달했다.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의류나 가구처럼 인터넷에서 안 팔릴 것 같은 상품들이 뜻밖에 잘 나가고 있는 것. 인터파크에 따르면 2001년 12월 9,000만원에 불과하던 가구 매출이 올 1월 들어서는 2억 5,000만원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인터파크 쇼핑몰사업본부 이경수 팀장은 “아직까지는 소파, 싱글침대, 책장세트, 거실장, 식탁 등 20만∼30만원대 중저가 가구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100만원 이상의 혼수장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온라인에서는 옷장사가 안 된다는 통념도 지난해 말부터 깨지고 있다. 라이코스쇼핑의 지난해 10월 월평균 의류제품 판매량은 1만 3,000점.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했다. 1년 전의 월 판매량 500점에 비춰볼 때 비약적인 증가다. 인터파크도 1년새 의류매출이 20배나 늘었다고 밝혔다.이처럼 팔릴 것 같지 않던 상품이 잘 나가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이 일반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이용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 여기에다 여성고객이 2000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의류나 가구 판매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또 패션상품이나 가구상품이 예전보다는 비교적 규격화되는 추세여서 직접 눈으로 보거나 만지지 않아도 제품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이유다.온라인의 구매형태가 변화하면서 생산자들의 대응도 많이 달라졌다.롯데닷컴 마케팅팀 탁수현 대리는 “홈쇼핑 채널이 늘어나면서 의류나 가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구업체들이 인프라 투자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돌리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말했다.오프라인 매장을 바꾸거나 새로 설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온라인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의류, 가구 외에 서비스 상품의 매출 증대도 눈에 띈다. 삼성몰이 3월 한 달의 베스트셀러 5대 상품을 조사한 결과, ‘컴퓨터’와 ‘푸켓 여행패키지 3박5일’ 상품이 각각 1, 2위에 올랐다. 삼성몰 마케팅팀 최우석 대리는 “삼성몰의 경우 일종의 PB상품이랄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이 잘 팔리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재구매율이 높은 식품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상품구매 패턴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각 쇼핑몰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부심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뜨는 이른바 ‘팝업’ 광고에 신경을 써 상품 컨셉에 맞게 광고문구를 잘 꾸미는 한편, 경품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채택했다.삼성몰은 결혼관련 상품을 팔면서 호응이 좋자 결혼식 피로연, 백일 또는 돌 상품 등을 이벤트성으로 다루고 있다. 또 올 들어 먹거리 문제가 관심을 끌면서 유기농 코너를 급조, 인기를 모았다.서비스 관련 상품도 인기인터파크, 롯데닷컴, 한솔CSN 등 주요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를 ‘흑자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수익률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회사별로 1,500억∼1,800억원 수준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웹인프라는 갖춰진 만큼 투자를 줄이는 한편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상품들을 제대로 선정하기 위해 MD들을 확충하고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었다.인터파크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 25세 안팎의 캐주얼 중심 트렌드에 맞춰 홈페이지를 새로 개편했다. 브랜드를 보강하고 특가 상품 위주의 기획전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 이같은 분위기 덕에 인터파크는 주식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아 각 애널리스트로부터 이른바 ‘코스닥 닷컴 3인방’으로 거론되며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적자 요인이 대부분 시스템 구축 등 선투자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이미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인터넷 쇼핑몰의 흑자가 올해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아이디어 제조기 인터파크 마케팅팀 김성준 과장‘도로교통분담금 환급 도우미’ 히트쳐“도로교통안전협회 홈페이지가 먹통이 돼 짜증을 내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 거란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먹힌 거죠.”인터파크 김성준 마케팅팀 과장(34)은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 제조기’로 불린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과장이 인터파크로 이적한 뒤 대박을 터뜨린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업적으로 올해초 도로교통안전협회에서 운전면허소지자나 면허세를 납부한 사람들에게 일정금액을 환급해 주기 시작했을 때 재빨리 대행업무를 시작한 일을 꼽을 수 있다.예상 외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브랜드 인지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회사 내의 평가다. 김과장은 “환급소식을 듣고 접속을 시도했지만 서버가 마비된 것을 알고 저 같은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라며 “하루에 1,000명 이상 신청하는 등 대히트였다”고 말했다.또 지난해에 ‘공동구매하시면 공구세트를 드립니다’란 이름으로 기획했던 할인행사가 예상 외로 호응이 좋아 당초 예상했던 경품의 3배를 긴급 주문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김과장은 “그 행사 한 번으로 인터파크의 공동구매 행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에서 8%로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회상했다.김과장의 정식 직함은 마케팅팀 콘텐츠 MD다. 직접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지만 홈페이지를 어떻게 단장할 것인지, 어떤 상품을 앞페이지로 놓고, 또 어떤 상품을 팝업에 포함시킬지 등등, 마케팅 전략 수립은 물론 백화점에서라면 상품을 진열하는 역할을 온라인에서 하고 있는 인물이다.김과장은 “상품이 택배로 고객한테 도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슨 ‘∼데이’나 기념일에 앞서 기획행사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고객들의 수준이 높아져 단순한 팝업보다는 게임성 이벤트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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