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경영’유지 계승 작업 ‘활발’

‘한국적 경영’ 학문적 조망 세미나 열려 … 경영활동 비사담은 책도 발간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타계 1주기를 맞아 추모열기가 뜨겁다.먼저 현대경제연구원은 서울대학교 후원으로 1주기(3월 21일) 하루 전인 20일 고 정 전명예회장 업적에 대해 학문적으로 조망하는 세미나를 열었다.이번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고인이 유교적 가치를 실천에 옮긴 인물이었다고 평가하고, 그가 간직하며 살아온 창조적 사고방식과 나눔의 정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특히 송병락 교수는 ‘한국경제와 사회선진화에 대한 기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경제가 크게 성장한 데는 고 정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며 “현대가 건설한 경부고속도로 등의 각종 간접자본 시설이나 생산 시설, 그리고 고인이 일으킨 자동차, 조선, 소양강댐, 원자력발전소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또 송교수는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모방해서는 외국기업을 결코 앞설 수 없다”며 “이런 점에서 고인이야말로 스스로 한국식 기업경영 이론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며, 한국적 경영 이론만으로도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이인호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정 명예회장 타계 후 현대가 어려움에 처한 배경에 대해 “정 명예회장이 국제금융의 거대한 흐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이사장은 “무엇인가를 생산해 냄으로써 돈을 벌어야지 돈 놓고 돈 버는 장사를 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고인의) 생각으로 인해 아마도 세계화 시대 국제금융의 거대한 흐름의 의미에 관해서는 충분한 이해를 가질 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 그가 일궈놓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적절한 구조조정을 하는 데 실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남북정상회담 이끈 숨은 주역이규행 한배달 회장은 “아산(고 정명예회장의 아호)회장의 정치참여와 후퇴는 개인적으로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아산회장은 오히려 큰 정치의 꿈을 키우면서 역사적인 거보를 옮겨나가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한 것은 물론, 북한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소개했다.고 정 명예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개설한 ‘정주영 경영(www.hri.co.kr/chung)’ 사이트는 일일 접속 건수가 몇천 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한편 현대그룹은 고 정 명예회장의 경영활동 비사를 담은 (FKI미디어 발행)을 중국과 일본에서 출간키로 하고 현재 번역작업을 벌이고 있다.현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경제를 수출주도형 경제와 중공업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로 정 전회장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이 책은 지난 74년부터 87년까지 고 정 명예회장의 통역과 해외출장을 수행한 박정웅 시너렉스 사장이 통역메모와 사례를 중심으로 정회장의 일화를 소개한 책이다.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추도식“그 경륜 영원히 …” 추도시비 제막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1주기 추도식이 3월 21일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에서 유족과 각계 인사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이날 추도식은 오전 10시 50분에 시작돼 약 1시간 만에 끝났다.유창순 전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이 땅에 살아온, 살아갈 모든 사람이 추도의 정을 함께 하고 있다”며 “아산의 선견지명과 개척정신을 받들어 인류평화와 경제도약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유족 대표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인사말에서 “선친의 유지를 계승해 항상 검소하고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일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이날 추도식은 유족으로 아들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몽준 국회의원, 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몽일 현대기업 금융회장이 참석했다.또 고인의 형제인 순영, 상영(KCC 회장)씨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도했으나 동생인 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정계 인사로는 채문식 전 국회의장, 노신영·이홍구 전 국무총리, 심완구 울산시장, 신낙균·장영달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재계에서는 손길승 SK 회장, 최종환 삼환기업 명예회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한승희 산업통신 비서관을 통해 조화를 보낸 김대중 대통령은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의 1주기 추도식을 맞아 “소떼를 몰고 분단의 벽을 넘었던 고인의 의지와 충정은 후손들에게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한편 추도식에 이어 평소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구상 시인이 시를 짓고, 서예가인 초정 권창윤 선생의 글씨로 시문을 새긴 추도시비 제막식을 가졌다.구시인은 ‘계례의 뭇 가슴에 그 유지와 그 경륜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하늘의 부르심을 어느 누가 피하랴만 천하를 경륜하신 그 웅지 떠올리니 겨례의 모든 가슴이 허전하기 그지없네”라며 고인을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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