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1 등단 작가인 심 모씨는 10년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 다듬어온 옥고 3만매를 한순간에 날렸다. 장안의 컴퓨터 전문가를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심씨는 결국 다시 작업을 해야 했고, 술로 아픔을 달래고 있다.케이스2 2000년 초 C그룹의 웹디자이너는 ‘멜리사’ 바이러스로 치명타를 입었다. 3년간 작업한 그림과 영상을 송두리째 날려야 했기 때문이다.케이스3 2000년 9월 동원증권 전산실에 물이 들이 닥쳤다. 원인은 스프링쿨러. 화재방지를 위해 설치한 스프링쿨러가 오히려 해가 된 셈. 동원증권은 이 수재사건으로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그동안 쌓아놓은 명예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케이스4 T, D인터넷 업체의 메일용 서버 컴퓨터 가운데 20∼30%는 항상 장애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전산요원들은 메일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말뚝근무’를 서고 있다.케이스5 필립모리스는 2만 2,000개가 넘는 메일 서버를 운영한다. 멈춤 없는 서비스를 위해 장애 발생시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거금을 주고 들여놓았다.위 사례들은 단순 사고에서부터 몇백억∼몇천억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컴퓨터 중단 상황과 대비책을 열거한 것이다. 특히 케이스1은 컴퓨터 사용자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단순 사고. 그러나 단순하다고 말하기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대형 컴퓨터사고다. 작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와 총명함을 앗아가는 재앙이기 때문이다.사실 개인용 컴퓨터(PC)로 작성한 문서는 손쉬운 백업(Backup) 작업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복사본을 충실히 다른 곳에 만들어두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5인치 디스켓이 백업을 위해 널리 사용됐지만, 지금은 제3의 인터넷 금고를 만들어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한다.CD 기록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CD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에서 문서를 날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약을 위해 틈틈이 백업을 한다. PC를 사용하는 비즈니스맨이나 작가 등도 백업을 하는 마당에 하물며 기업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PC를 넘어 기업 차원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단순치 않다. 왜냐하면 기업 데이터서비스의 중단은 곧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사고는 보상 및 수리 절차를 거쳐 다시 운행할 수 있지만, 기업 전산시스템의 중단은 기업활동을 멎게 만들기 때문이다.백업센터는 비즈니스 유지를 위한 보험예컨대 전세계를 연결하는 스타크래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MSN의 온라인 시스템 중단은 기업활동을 접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피 같은 돈을 다루는 금융과 증권은 더할 나위가 없다.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은 테러 및 전쟁 등과 같은 대형 재난 사건으로 주요 IT 시스템이 파괴될 경우 40% 가량의 기업들이 5년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특히 금융업의 경우 2일, 유통 없는 3.3일, 제조업은 5일 이상 동안 시스템 복구가 지연되면, 그중 25%는 즉시 파산하며 40%는 2년내 파산할 것이라고 미네소타 대학이 발표했다.이에 따라 해외 선진 금융기관과 증권거래소 등은 IT 시스템이 파괴됐을 경우에 대비해 백업센터를 가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IT시스템 파괴시 기업 40%가 5년내 파산90년대초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업무재구축 사업인 이른바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 경영시스템은 국내 SK, 삼성그룹을 통해 불길처럼 타올랐다. BPR은 다운사이징 즉 감원으로 귀결됐으며 부적격 부서와 기관, 과부하 요소는 제거됐다. 컴퓨터공룡 IBM은 34만명 인력을 94년께에 22만명까지 줄였다. 그리고 살아남았다.다음 과제는 이 기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전산화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업무를 멈추지 않는 것이 주요 과제로 등장했다.기업 측면에서 천재지변, 테러, 화재, 컴퓨터 장애 등의 사고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서는 기업활동을 하는 데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베 지진, 9·11 테러, 심지어 전산실 침수, 컴퓨터바이러스, 해킹까지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특히 정부기관과 금융, 증권 등 24시간 가용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절체 절명의 위협으로 등장했다.2000년 동원증권은 전산실 침수로 4일간 일부를 제외한 거래를 중단해야 했다. 이 일은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기업신뢰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E트레이드는 네 차례 5시간 서비스 중단으로 주가가 22%나 떨어졌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은 24시간 서비스 중단으로 8,000만달러를 새로 투자해야 했다.특히 9·11 테러 이후 국내외 기업들은 재난복구와 업무의 연속성 유지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WTC 빌딩내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을 통해 컴퓨터보험의 위력을 절감했기 때문이다.뉴욕은행은 재해복구 시스템을 가동해 테러 직후 업무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독일은행 등 25개사가 원격지의 백업센터를 이용해 바로 다음날 업무를 가동, 지속성을 유지했다.한 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에 생명력은 단순 전산투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비상시를 대비해 24시간 출동 서비스를 갖추는 것처럼 IT 인프라에대한 24시간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이는 선택 보험이 아니라 반드시 가입해야 할 보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