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버그 핀커스(LG카드),칼라일(한미은행)도 시기만 엿봐
전 세계 투자가와 펀드들이 한국 땅에서, 수익률 경연대회라도 벌였다고 가정하자.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모여들었다. 하지만 1등의 영예는 이 쟁쟁한 선수들을 다 물리치고, 단연 골드만삭스가 차지했을 것이다.지난 99년 6월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한 골드만삭스는 3년 만에 거의 3배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평가익이 이 정도 되면, 이익을 실현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이달 중에 국민은행 지분을 처분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골드만삭스는 지난 99년 6월 해외전환사채와 신주인수 등으로 5억달러(2,070만주)를 투자했다. 출자 당시 국민은행의 주가는 1만 7,000원대였고, 신주인수가는 1만 2,000원이었다.현재 골드만삭스가 보유한 국민은행 주식은 2,072만 6,882주다. 보유주식 2,044만 9,650주(6.8%)에다 결산주총 후 받은 주식배당 6%를 합한 것. 국민은행의 합병 이후 환산가격은 주당 2만 260원이다.4월 11일 종가 5만 5,600원을 적용할 경우 이 신주발행분 3억달러에 대한 평가익은 9억달러 정도 된다. 3배의 대박 투자를 한 것이다.이 주식을 모두 매각한다 해도 만기 6년(2005년 6월)에 고정금리 3%로 인수한 전환사채(CB)도 2억달러어치 남는다. 해마다 600만달러의 이자를 받고 있다. 이 전환사채의 주식인수가는 2만 2,133원. 전환주식으로도 또 3만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의 3대 주주인 ING베어링과는 달리, 경영 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 때문에 초과 수익을 낸 지금 이들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차익실현을 위한 매각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계약 당시 출자 후 1년 뒤부터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므로 언제든 회수가 가능한 상태다.다만 장내에서 매각할 경우 물량이 워낙 많아 소화가 불가능한 데다 주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주식예탁증서DR을 발행해 불특정 일반 및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거나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한동안 국민은행의 3대주주인 ING 측에 매각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양측이 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일단 불발에 그쳤다.국내 기업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 중에서도 탈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외국계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다. 이들은 보통 일시적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되파는 방법을 사용한다.전문 금융기관이 아니고 투자수익을 노리기 때문에 목표수익을 초과달성할 경우 투자원리금을 회수해 이익을 실현하거나, 더 나은 수익처를 찾아가는 게 수순이다.일반적으로 살 때는 금융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경영권을 인수하고, 팔 때는 회사가 정상화된 이후여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다. 외부 경영인을 영입해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주도한다.LG카드의 지분 20%를 보유한 워버그 핀커스. LG카드가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어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핀커스는 지분의 일부를 해외 투자가에게 매각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 중이다.제일은행에 투자한 뉴브리지 캐피털은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지분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 하나 - 제일간 합병 논의가 양자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5월까지 입장을 정리한다는 원칙을 하나은행서 밝혔다.이에 따라 뉴브리지가 투자금을 어떻게 빼갈 수 있을지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뉴브리지 캐피털의 투자금은 모두 5,000억원으로 주당 5,000억원. 한 주당 1만~1만 5,000원을 받을 경우 최소 5,000억원의 차익을 내게 된다.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 펀드는 신한은행과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신한지주사의 최영휘 부사장은 칼라일 펀드측과 직접 합병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지주사는 칼라일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은행 지분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해 신한은행과 합병할 계획이다.JP모건을 자문사로 두고 양측이 협상 중이나 가격 문제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계속하고 있다. 칼라일과 JP모건 컨소시엄은 7,422만주(40.11%)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가격은 6,800원이다(4월 12일 종가 1만 2,200원).그러나 2002년 11월까지 지분 매각을 금지 협정, 한미은행의 DR발행계획 등과 맞물려 당장 계약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한미은행은 자본확충을 위해 6월 말까지 해외 DR(주식예탁증서) 2,200만주(약 2억달러)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미은행이 계획대로 GDR을 발행할 경우 자본금이 늘어나 한미은행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하고, 따라서 인수가격은 DR 발행 이후에 다시 산정해야 한다.국제금융공사(IFC)도 꾸준히 이익 실현을 했는데,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IFC는 하나은행의 2대 주주로, 지난해 12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 670만주를 만들어 올해 216만주를 매각했다.전환가는 6,236억원이고 평균 매각가격은 1만 6,180원. 주당 1만원(총 216억원)을 이미 실현했다. 하나은행 주가 상승 추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454만주를 추가 매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한편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98년 3,500억원 신규출자, 99년 4월 2,600만원(우선주 취득) 추가출자, 2001년 2,100억원 등을 통해 외환은행의 보통주 지분 14.18%를 보유하고 있다.코메르츠방크는 칼라일, 골드만삭스 등과 성격이 매우 다른 투자자다. 국내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 중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기 때문이다.금융전문가나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형 상업은행을 펀드보다는 은행계 금융기관이 경영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자금 투입을 통한 정상화와 선진 금융기법 전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서의 가치를 회복시키고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골드만삭스의 경우나, 오히려 투자금을 손해 보고 있는 코메르츠의 경우나 국내 금융산업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코메르츠방크의 경우에는 총 출자금액 6,024억원을 정리할 길이 없는 상태다. 2000년의 외환은행이 2:1로 감자해 7,848억원이던 자본금이 3,924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투자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용어설명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다. 공모펀드와는 달리 한 주식에 특정 비율을 투자할 수 없다는 등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이익이 될 만한 투자대상은 가리지 않고 언제든 투자할 수 있다.국내에서는 대기업의 계열 자금지원, 내부자금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외국계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대한생명 인수를 시도했던 파나콤의 경우와 같이 실체가 모호하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자금으로 둔갑할 경우도 있다.IMF 외환위기 당시 헐값에 매물로 나왔던 금융사들의 상당수를 이같은 사모펀드가 사들였다.사모펀드들은 단기유동성 문제에 빠진 회사를 사들이 정상화시킨 뒤 되파는 방법으로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인수된 회사가 선진금융기법을 이식받기는 어렵다.국내 금융사들이 이들의 외자유치를 함으로써 급한 불을 끄고 경영 정상화 일정을 앞당긴 측면이 있으나, 첨단 금융기법 전수 등의 목적은 퇴색하기 마련인 것. 툭 하면 헐값매각 논란을 불러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