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고배당으로 두번 웃었다

삼성전자·포철 등 총배당의 50% 넘어 … 조지 소로스, 올해만 565억원 이익 올려

최근 증권거래소는 올해 주주총회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375개사(관리대상 제외).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가 올린 당기순이익은 14조원으로 이 중 3조 4,632억원은 주주에게 배당될 예정이다.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99년 이후 주주에 대한 배당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에 육박할 정도”라며 “배당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기보다 장기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단기매매를 하는 헤지펀드의 비율은 2001년말 현재 전체 외국인 투자자 중 2.6%에 지나지 않았다.이에 따라 올해 총 배당금 가운데 외국인의 몫은 1조 1,36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00년에 비해 700억원 정도가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이 받을 배당금이 늘어난 이유는 분명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고배당이 많았기 때문이다.포항제철은 총 배당금 2,000억원 가운데 1,450억원을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했다. 국민은행도 총 배당금 1,200억원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850억원을 외국인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배당할 금액도 총 배당금 3,385억원 중 1,800억원에 이른다.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연말이 되면 증권사마다 ‘배당유망주’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몇 년 동안 단골로 등장한 기업은 S-OIL. 이 회사는 시가배당률이 다른 회사들보다 평균 7%포인트가 높다.지난해 2월 S-OIL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주주이익을 중요시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간 높은 액면배당(박스 기사 참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시점의 회사 주가는 1만 1,000원대였다(액면가 2,500원 기준). 그러나 발표 후 주가는 수직 상승, 올해 4월 초에는 2만 4,000원대를 기록했다. 1년여 동안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2001 회계연도엔 중간배당 25%(액면가 5,000원 기준)와 결산배당 50%(액면가 2,500원 기준) 등 모두 75%의 액면배당을 했다.이를 시가배당으로 환산하면 8.48%(2001년말 종가 기준)에 이른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많은 삼성전자(시가배당률 0.78%), SK텔레콤(0.28%), 포스코(2.2%)보다 크게 많은 수치다.이에 따라 S-OIL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지분율 35%)는 총 배당금 1,528억원 중 738억원을 받게 됐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로 지난 91년부터 S-OIL에 투자하고 있다.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은 배당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가 돈이 생기면 바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의 주주들은 회사가 고유 업무 이외의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회사가 고유 업무외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거뒀을 때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줘왔다.우영호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기업들이 남는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이익을 올리기 힘들다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올 들어 자체예상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금으로 책정한 증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증권이 바로 그곳. 세계적인 헤지펀드(용어정리 참조) 운영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 계열의 큐이인터내셔널이 최대주주인 서울증권은 올해 이사회에서 주당 1,500원을 2001사업연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안을 확정해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배당금은 액면가(2,500원)의 60%에 해당하며 총 금액은 836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큐이인터내셔널은 267억원쯤을 받을 예정이다.올해 서울증권이 자체 분석한 예상 당기순이익은 505억 5,000만원. 상법에 따르면 배당 가능 금액은 당기순이익에다 준비금 등을 제외한 이익잉여금(박스참조)을 합한 범위 안이기 때문에 서울증권의 배당금 책정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하지만 지금껏 기업들이 당기순이익 범위 내에서 배당해온 관행으로 볼 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대해 서울증권 측은 “주주가치 중시 차원에서 고배당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그뿐 아니라 큐이인터내셔널은 고배당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3월 11일 시간 외 매매를 통해 서울증권 주식 350만주를 8,530원에 팔아 298억원을 벌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배당발표를 통해 주가를 올린 후 주식을 처분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조지 소로스가 서울증권에 최초 투자한 금액은 675억원. 이 중 올해 배당금과 주식매각을 통해서만 565억원을 회수한 셈이다. 업계의 관심은 조지 소로스가 서울증권에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거두어 들일지에 몰리고 있다.아직 큐이인터내셔널은 1,431만주(25.68%)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다. 하지만 앞서 350만주의 주식을 처분한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언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할지 몰라 조지 소로스가 서울증권에 투자하며 밝힌 ‘선진 자본시장의 노하우 전수’란 말의 뜻을 무색케 하고 있다.주총장의 외국인외국인 투자자도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통상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회사 경영에 대한 의사를 표시한다.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나 국민·주택 은행(현 국민은행)의 주식을 대량으로 판 것처럼 주식 처분을 통해 잘못된 경영의 책임을 물을 뿐이다.그러나 지난해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타이거 펀드가 계열사간 자금지원 등을 문제 삼은 것을 시작으로 점차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급증하고 있다. 태광산업 주총에서 홍콩계 기관투자가인 오버룩 인베스트먼트는 주당 3만원의 현금배당과 100%의 주식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포항제철(현 포스코)도 지난해 주총 때 외국인 주주들의 고액배당 공세로 이미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올 주총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지난 2월 28일에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삼성전자의 우선주 주주인 엘리어트 펀드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사이먼 왁슬리(사진)가 눈에 띄었다.우선주 주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 참여나 발언이 인정되지 않지만 외국계 주주라서 특별히 참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온 것.엘리어트 펀드측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하는 것은 우선 주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조항은 표결 끝에 삭제하기로 결정됐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자기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총장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홍지연 기자 jiyeon@kbizweek.com용어정리액면배당 : 주권에 표시된 액면가격을 기준으로 배당률을 정해 배당하는 것. 한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 방식을 쓰고 있다. 가령 주식 액면가가 5,000원인 기업이 10% 배당을 한다면 1주당 500원씩 배당을 하는 셈.이익잉여금 :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직원 보너스 등의 형태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부분.헤지펀드 : 이익이 생길 만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일시에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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