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 대만 등 동남아로 이동 중

요즘 들어 세계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토대로 본다면 세계 증시를 포함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하나는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엔론사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방지 차원에서 추진는 각종 제도 개선에 따른 변화다.특히 글로벌펀드들의 투자 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주목된다.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안전성을 중시해 왔던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을 찾아 적극 움직이고 있다.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 자금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주식시장 내에서는 미국과 한국 등 기존의 선호 지역보다는 투자기피 지역으로 여겨왔던 대만과 동남아 지역으로 많이 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둔화되고 시중금리가 오르는 것도 이같은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 변화와 무관치 않다. 미국 AMG데이터서비스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약 300억달러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이후 이탈했던 증시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지역별로는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와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펀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머징마켓 펀드의 경우 신규로 들어오는 자금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현재 이들 국가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국제 금융시장에서 이같은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경기침체 과정에서 ‘안전자산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에서 탈피해 ‘위험을 감수하는 쪽(Resort to risk)’으로 변하고 있다. 안전성보다 수익성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성향이다.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나타난 지 오래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과 시장은행의 예금에 몰려 있던 시중 유동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으로, 올해 들어서는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반면 국내 금융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채권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시중금리는 상승 추세다. 우리나라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는 이미 회복단계”라고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FRB) 의장이 지적했듯이, 향후 경기회복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채권투자 보유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앞으로 세계증시와 국내 증시의 향방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글로벌 펀드들의 위험자산과 위험지역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인 제이 펠로스키는 “위험자산과 위험지역에 대한 기피 성향이 낮아지면서 앞으로 국제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해외 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될수록 이런 추세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놓여 있을 땐 기피대상이었던 주식과 일본, 러시아 등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는 유망 투자자산 및 투자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으로 중립 또는 악재, 중장기적으로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일단 단기적으로 일본과 동남아 증시의 부상은 우리나라로서는 반드시 반가운 일이 아니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주식을 팔고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단기성 헤지펀드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은 주시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책기조가 변경되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다. 정책 당국자들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돌아설 뜻을 비쳐 ‘고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노리는 시장에 아무리 한국 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된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 전반에 대한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그렇다면 외국인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외국인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제공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대외적으로는 역시 미국증시가 호재를 제공할 소지가 높다. 비록 이달부터 발표되는 있는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분기 이후에는 크게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따라서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는 오는 6월 이후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다시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대내적으로는 우리가 언제 모건스탠리지수(MSCI)의 선진시장군에 편입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글로벌 펀드들이 MSCI의 선진시장군에 투자하는 약 2조달러는 우리가 속해 있는 개도국시장군에 투자하는 규모의 10배에 달한다.그런 만큼 우리가 MSCI의 선진시장군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들이 대거 한국 주식을 다시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결국 앞으로 새로운 모멘텀이 제공돼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다시 매입하게 될 경우 한국 증시는 재평가(Re-Rating)돼 본격적인 ‘종합주가지수─1000’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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