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 소니 시가총액 앞질러 … 최근 외국인 매도로 주가 반락, 자사주 소각 등 호재 기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집중매도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지난 4월 3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일본 소니를 앞지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격주간 경제주간지 와의 인터뷰에서 “5년내 일본 소니보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뒤 1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40만원대를 돌파하면서 시가총액 500억달러 선에 올라선 것이다. 요 며칠 새 주가가 35만원대로 추락하면서 소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지만 제너럴모터스(336억달러)와 휴렛팩커드(339억달러)의 시가총액은 이미 오래 전에 넘어섰다. 소니와 삼성전자의 실적을 비교할 경우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익성은 영업이익률만 따져봐도 삼성전자가 20.82%인 반면 소니는 1.68%에 불과하다.삼성전자가 서울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러 가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상한가를 치면 종합주가지수는 21포인트 상승한다. 올 1월 문을 연 개별주식옵션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 4월 3일 콜옵션에서 10배의 대박이 터지기도 했다. 주가지수옵션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위력은 막강하다. 같은날 주가지수옵션시장에서 행사가격 122.5 콜옵션의 프리미엄은 한 시간 만에 3배 이상 급등했다. 오후 1시50분께 1만 8,000원까지 하락했던 프리미엄은 이후 삼성전자의 급등에 힘입어 오후 2시50분에는 5만 6,000원까지 치솟았다.반면 반대 포지션을 취한 풋옵션 투자자는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장 막판 1시간 만에 날려버렸다. 이에 따라 요즘 옵션투자자들은 오후 2시30분부터는 삼성전자 한 종목의 현물주가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4월 19일 기업설명회에 관심삼성전자가 시가총액 500억달러 수준을 넘나드는 기업이 되면서 글로벌 펀드들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의견을 ‘강력매수(strong buy)’로 유지하는 한편 목표주가도 5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주당이익(EPS) 전망치를 당초 3만 9,998원에서 5만 3,497원으로 올렸다.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와 관련해서도 증시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증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일정한 시기를 택해 깜짝쇼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1조 4,000여억원 어치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스톡옵션용 등으로 보유하되 2000년에 사들인 9,600억원대의 자사주는 소각할 것이란 추측이다.자사주 소각은 대주주나 일반투자자들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주가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에 즐겁고 대주주에게는 지분확대 효과가 있어 좋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보유 자사주를 모두 소각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주식가치를 5.57% 정도 높이게 되며 이건희 회장 등 가족 보유지분이 3.48%에서 3.67%로 확대되고 액수로는 1,100억여원을 벌고 들어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따라 조만간 신용등급이 두 단계 이상 오를 전망이다.관례상 기업의 신용등급은 국가 신용등급보다 두 단계 아래에 두는 게 상례인데, 최근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조정한 만큼 삼성전자도 혜택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또 오는 7월 한국이 모건스탠리지수(MSCI)의 선진국 증시로 편입될 예정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글로벌 펀드들이 삼성전자를 예전보다 더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올릴 것이 확실하다. 다만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가총액 증가에 부담스러워하면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4월 9일까지 무려 2조 3,0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인 2조 2,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지난 1월 60%대에서 현재 55%대로 떨어져 최근 1년 중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지만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상 적정규모 이상 보유할 수 없다”며 “최근에 주식 수는 줄었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상태여서 외국인들이 앞으로도 더 매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량매도로 주식 수는 줄었지만 주가상승으로 외국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보유금액이 30조원을 넘어서면 매도공세를 강화하고 26조원 근처까지 떨어지면 매수로 돌아서는 패턴을 보였다.한편 삼성전자의 올해 당기순익이 6조원대로 나온다면 주당순이익이 4만원대에 이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PER를 10배로 잡았을 때 ‘적정주가 40만원’이란 산출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삼성전자가 지금 수준의 이익을 내 연말에 6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때만 실현가능한 수치다. 최석포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력품목인 128메가D램 가격이 6.5달러 수준으로 잡았을 때 그만한 수익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올 한 해 평균 D램가격은 3~4달러 선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해 수익을 낮춰 잡아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삼성전자는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를 4월 19일에 연다. 삼성전자가 이날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실적과 반가운 뉴스를 발표할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