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펑펑 써대는 깜찍한 10대 소비족

서민들이 지갑 끈을 단단히 동여맨 탓에 디플레형 산업만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일본 시장에서 ‘버블 주니어’가 소비재 업체들의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했다.버블 주니어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교 신입생 또래에 이르는 연령대의 소녀들 중 왕성한 구매력을 자랑하는 집단을 빗대어 일본 언론이 만들어낸 신조어.12~16세의 어린 나이인데도 어른 뺨칠 정도로 돈을 펑펑 써대며 자신이 갖고 싶은 것에 주저 없이 매달리는 소녀들을 가리킨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블 주니어들이 쓰는 돈은 이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집안 어른들의 호주머니에서 쏟아진다.하지만 소비재 업체 전문가들과 일본 언론은 버블 주니어야말로 6개의 지갑을 가진 큰손 고객임에 틀림없다며, 이들이 그동안 얼어붙어 있던 일본의 소비를 상당 부분 녹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승패가 바뀌게 돼 있다고 지적, 버블 주니어의 소비 심리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버블 주니어의 거침없는 소비 파워는 지난 3월말 도쿄 시부야의 한 고층 빌딩 옥상에서 열린 패션 쇼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시부야역 바로 앞의 109 빌딩 옥상에서 치러진 패션 쇼는 10대 버블 주니어들을 위한 잔치나 마찬가지였다.무대는 깜찍하면서도 울긋불긋한 옷으로 잔뜩 멋을 낸 10대 초반의 소녀 모델들이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소녀 모델들은 만화와 영화의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당겼고 주위에서는 ‘기레이(예쁘다는 뜻의 일본말)…’라는 부러움 섞인 찬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이날 패션 쇼를 7층의 10대 주니어복 매장 기념 오픈 행사로 준비했던 주최측의 얼굴에서는 줄곧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120평 크기의 공간에 입점한 4개의 주니어복 업체는 몰려드는 고객들로 온종일 바쁜 일손을 올려야 했다.상품을 고른 후 돈을 내려고 계산대 앞에 늘어선 고객들의 행렬은 점포 밖으로 끝없이 이어졌으며 4개 업체는 개점초 이틀 동안 2,800만엔의 매출을 가뿐하게 올렸다.6명의 지갑을 거머쥔 ‘큰손’매장을 운영하는 어패럴업체 ‘나미얀 인터내셔널’은 버블 주니어가 거대 소비집단으로 떠오른 이유를 가족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하고 있다.이 회사는 우선 버블 주니어의 패션과 옷치장에 1차적 영향을 주고, 돈을 지불하는 모친들의 연령이 35~40세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50대에 해당하는 이들의 조모 또한 패션잡지를 읽으며 자란 세대임을 환기시키고 있다.즉 버블 주니어의 어머니들이야말로 80년대 후반 버블경제 시기의 소비거품을 경험한 일이 있는 데다 할머니들도 패션에 민감해 자식, 손주의 멋내기에 우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자신의 구매력은 보잘것없지만 버블 주니어들로서는 어머니, 할머니가 옷과 액세서리에 관심이 큰 이상 갖고 싶은 소비재를 쉽게 얻어낼 수 있다고 이들은 분석하고 있다.또 자신의 옷에는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면서 자식에게는 좋고 예쁜 것을 사주려는 어머니들의 모성애가 버블 주니어를 더욱 큰손으로 부각시킨다고 이들은 밝히고 있다.초·중학생 대상의 월간잡지 를 발행하는 신초샤의 미야모토 카즈히데 편집장은 “버블 주니어는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 외조모 등 6명의 지갑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이들의 잠재적 용돈은 고교생보다 더 많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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