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재원·창원 ‘오너 3인방’그룹 장악 중

최종건 창업주 장·차남 경영권 양보…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실력 갖췄다는 평가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SK만큼 ‘잡음’없이 매끄럽게 경영권을 이양한 기업은 드물다.SK그룹은 최종건, 종현 두 형제가 일으킨 기업이다. 지난 53년 선경물산을 인수해 SK그룹의 문을 연 최종건 창업주는 3남4녀를, 형의 뒤를 이어 73년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고 최종현 회장은 2남1녀를 뒀다.98년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자 두 형제의 아들 5명은 밤샘 토론 끝에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로 합의했다. 이는 창업주 장남과 차남인 최윤원, 신원 형제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창업주의 장남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전 회장(2000년 8월 작고)은 88년 선경인더스트리(98년 SK 케미칼) 부사장에 올랐으나 “나는 경영에 자질이 없다”며 경영에서 손을 떼고 93년 부회장으로 물러났다.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SKC 회장은 경희대 법학과와 미 브랜다이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81년 선경인더스트리 대리로 입사했다. 그후 98년 SK유통 부회장을 거쳐 99년 12월 SKC 회장에 취임했다. 형과 성격이 비슷한 그도 전문경영인에게 대부분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따라서 5형제 중 나머지 3명인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 등 ‘오너가문 3인방’이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급부상하고 있다.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 시카고대에서 경제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최태원 회장은 91년 그룹 미주 경영기획실에서 경영수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98년 9월 SK(주) 회장에 취임했다.유학시절 미국에서 정보통신사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을 본 그가 최종현 회장과 협의해 그룹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정보통신사업을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차기 회장’인 최회장은 업무스타일이나 성격면에서 선친을 빼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최종현 회장 차남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은 미 브라운대 물리학과를 나와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석사와 하버드 경영학 석사 출신의 재원. 94년 SKC에서 사업개발팀장으로 출발한 그는 SKC의 해외사업 담당과 구조조정추진본부를 거쳐 SK텔레콤에 합류, IMT-2000 사업권 획득과 신세기통신 인수를 주도했다.이때 주식스와핑 방식을 활용해 자금부담을 줄이면서 포항제철을 주주로 영입해 회사 안팎에서 ‘파이낸싱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울러 “오너 티를 내지 않는 겸손함을 지녔다”는 평.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했다. 94년 그룹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 96년 선경인더스트리 기획관리실장(이사), 98년 SK상사 기획조정실장(상무), 99년 SK글로벌 기획조정실장(전무)를 거친 기획통이다.96년 선경인더스트리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 인력을 3분의 1이나 줄였다. 그로부터 2년 뒤 IMF 외환위기가 터져 그의 선견이 빛을 발했고, 이 때문에 그는 ‘구조조정의 리베로’라는 별명을 얻었다.세 형제의 우애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도 재산을 둘러싼 알력은 없을 것으로 SK 안팎에서 예측한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말고는 개인지분이 거의 없어 싸우려야 싸울 꼬투리가 없다”고 말했다.한편 최종건 창업주의 장녀 정원, 차녀 예원, 삼녀 지원, 사녀 예정씨와 최종현 회장의 외동딸인 기원씨는 SK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SK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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