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어린이 박물관 매년 40만명 방문...LG사이언스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80년대 일본 소니가 미국 시장에서 가전 왕국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 미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다름 아닌 소니가 미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였다. 결과적으로 미국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소니는 미국기업’이라고 대답했다.미국 어린이들에게 부담 없는 모습으로 다가간 이미지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 그 당시 소니를 미국 기업이라고 대답했던 그 어린이들이 지금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열어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을 향한 기업들의 이미지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어린이가 고객인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등의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뿐만 아니라 어린이 대상 소비재가 하나도 없는 기업들도 어린이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혈안이 됐다.먼저 어린이에게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대기업들의 광고가 돋보인다. 특히 ‘밀랍인형’을 등장시켜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장년층들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삼성의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가 초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삼성을 최고로 친근한 기업으로 꼽는 데는 삼성전자의 광고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답한 어린이들이 다수 있었다.삼성은 그룹 차원뿐만 아니라 계열사별로 다양하게 어린이들에게 삼성의 기업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어린이 관련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 어린이박물관. 개관한 지 6년이 지났지만 매년 40만명 가량의 어린이들이 찾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체험식 박물관’을 지향하고 있는 이곳은 박물관 내부에서도 삼성 로고를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는 교육만한 게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삼성생명은 5월 12일부터 ‘제22회 비추미 그림축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81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22회를 맞이하는 이 대회는 매년 30만~40만명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생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미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삼성생명의 이승철 대리는 “대회를 유치하는 데는 8억원 가량이 든다”며 “하지만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밝혔다.LG그룹은 각 계열사들이 지원하는 형식으로 LG 사이언스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발전을 체험하게 만들어놓은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학부모들과 일선교사들에게 많은 관심이 되고 있다. LG 사이언스홀 관계자는 “매년 LG의 각 계열사들을 통해서 40억 가량을 지원받고 있다”며 “하지만 LG그룹 자체로서는 오히려 훨씬 더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LG가 지난 96년 개설한 LG전래동화사이트(story.lg.co.kr)는 어린이 대상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월 평균 95여만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구연동화 형태로 제작해 한국어와 영어로 들려주고 있다.LG는 전래동화를 접한 국내외 네티즌들이 자연스럽게 LG홈페이지에도 접속하게 해 기업홍보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LG 고객정보센터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전래동화 등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의 고객들에게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심어주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LG를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포스코, 어린이들에게 ‘철강의 세계’ 알려포스코는 그동안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철강 홍보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를 다녀간 학생은 51만 6,000명(포항 33만명, 광양 18만 6,000명). 창업 이래 총 1,250만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인식될 만큼 교육현장으로 인기가 높다.4월 15일부터는 포항지역 42개 초등학교 5학년생 7,4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5월 31일까지 총 28회에 걸쳐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목에 수록되어 있는 ‘철의 생산과정’을 소개하면서 ‘한국경제 발전의 현장, 포스코’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제조업이 중요해요’ 등을 주요 테마로 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한국제조업의 위상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회사측은 밝혔다.한편 서울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센터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스틸 갤러리를 개방해 초등학생들에게 철강에 관련한 현장학습 프로그램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돋보기/ SK장학퀴즈 성공비결중국에도 진출 ‘패기 SK’ 이미지 심어최근 TV에서는 퀴즈프로그램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퀴즈프로그램의 원조는현재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장학퀴즈. 30년간 방영되면서 수많은 추억들이 지금도 청장년층들에게 아련하게 남아 있다. 지금까지 장학퀴즈로 누구보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은 바로 SK. 장학퀴즈를 후원했던 선경(지금 SK의 모기업)은 아직까지 청장년층들에게 장학퀴즈를 통한 패기 넘치는 이미지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당시 MBC 장학퀴즈를 연출했던 이화여대 언론홍보 대학원 주철환 교수(47)는 “선경의 경우 퀴즈 프로를 후원하면서도 상업적인 면이 덜했다”며 “아직까지도 SK에 대해서 패기 넘치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SK 장학퀴즈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SK의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장학퀴즈로 배출된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30년 동안 배출된 장학퀴즈 장원들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교수, 영화감독, 앵커 등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리고 있다. 장학퀴즈 모임인 ‘수람회’가 1982년 결성됐고 SK그룹은 수람회의 기금마련 및 후원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SK는 과거 장학퀴즈로 한국의 청소년들을 사로잡았던 효과를 중국에서 다시 한 번 일궈내고 있다. 현재 중국의 베이징 TV에는 ‘SK 짱웬방’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불러모으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주장원, 월장원, 기장원에 이어 연장원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한국의 장학퀴즈와 같은 형식이다. SK 관계자는 “중국 장학퀴즈는 1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적 투자전략에서 기획됐다”며 “향후 인재양성 이미지를 살릴 수 있고 중국의 문화적, 인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다”고 밝혔다.한편 삼성전자의 경우도 ‘삼성지력쾌차’라는 중국 퀴즈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런 퀴즈 프로그램 외에도 ‘삼성 디지털맨 선발대회’ 등을 개최해 중국의 미래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