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벤트로 ‘이미지 업그레이드’ 혼신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한 호텔에서 젊은이들이 대거 참가한 이색 경연 대회가 벌어졌다. 월드컵 축구 응원 대회였다. 각 그룹별로 무대에 올라 응원전 시범을 보였다.실제 경기는 없었지만 응원전 열기는 뜨거웠다. 치어리더들은 현란한 몸 동작으로 응원을 주도했다. 행사장은 300여명 젊은이들이 지르는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한국의 ‘붉은 악마’가 베이징에 온 듯했다. 무대 뒤 커다란 영문 글자 두 개가 있었다. ‘LG’였다.이번 행사는 LG전자가 개최한 ‘2002 LG 전국 축구 팬 총출동’ 이벤트. 한국 기업인 LG가 중국 축구 응원단 치어리더를 조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LG는 선발한 치어리더를 한국에서 열리는 중국 축구팀 월드컵 경기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축구협회와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했다.이 회사는 응원단 명칭 및 응원단 구호 공모전도 열었다. 이를 통해 결정된 응원단 명칭은 ‘룽훈(龍魂:용의 혼)’, 응원구호는 ‘비성(必勝) 비성(必勝) 중궈두이비성(中國勝必勝)’이었다. 룽훈 응원단은 4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 ‘출전’, 우리나라 ‘붉은 악마’와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LG전자가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은 월드컵을 계기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LG’이미지를 심어주자는 뜻에서다. ‘월드컵 마케팅’인 셈이다. 이를 위해 3개월 동안 상하이, 광저우등 10개 주요 도시를 돌며 응원 예선전을 벌였다. LG응원단이 전국 ‘세몰이’에 나섰던 것이다.LG전자 중국법인 노용악 부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에 한국의 축구 응원문화를 심어주고 있다”며 “중국에서 일고 있는 월드컵 열기와 맞물려 LG전자의 시장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월드컵→한국→LG’라는 인식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LG뿐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대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더욱 열성적이다.로고 새긴 대형 PDP 모니터도 설치삼성전자 역시 유사한 월드컵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국가 응원단을 공식 후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월드컵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 체육총국과 약 80만달러에 달하는 후원계약을 체결했다.삼성전자는 5,000여명에 달하는 중국 ‘국가 대표 응원단’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중국 월드컵 경기에 투입시킬 계획이다. 응원단 공식 명칭은 ‘삼성 중국 응원단’으로 정했다. 5,000명 응원단에게는 삼성로고가 박힌 유니폼과 모자 등이 주어진다.삼성전자는 5,000여명의 젊은 응원단 인력을 ‘삼성 매니아’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응원단의 한국 체류 일정에서 ‘삼성 알리기’에 나선다. 삼성의 주요 시설을 견학하는 한편 에버랜드로 이들을 초청할 예정이다.삼성전자는 또 베이징, 상하이, 텐진 등 중국 3대 도시 거리에서 ‘월드컵 생중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베이징의 시단, 상하이의 난징, 텐진의 빈장다오 등에 대형 TV 모니터를 설치, 시민들에게 중국 팀의 월드컵 게임을 보여주는 행사다. 삼성로고가 선명한 대형 PDP 모니터가 주요 거리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중국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노리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CDMA 이동통신 서비스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다.SK텔레콤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 ‘CDMA 이동통신 중계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월드컵 경기를 핸드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중국 CDMA 이동통신 사업자인 중국연통과 이번 이벤트를 기획, 중국연통과의 협력체제를 과시했다. 이 회사는 또 월드컵 기간에 예상되는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에 맞춰 양국 이동전화 로밍서비스 체제를 마련해 놓고 있다.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협력 파트너 또는 주요 거래선 초청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고객 사은회’를 갖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에서 굴삭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우중공업은 입장권 약 70장을 확보, 영업실적이 뛰어난 대리상을 서울로 초청할 계획이다.또 종합상사인 한화(주) 역시 100여명의 고객을 선발, 초청 수속을 밟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제품 판매 때 월드컵 경기 참관 당첨권을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각 기업들의 이같은 월드컵 마케팅은 중국내 월드컵 붐 조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여행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은숙 GMC코리아 사장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중국내 월드컵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며 “중국 진출 기업들의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관광공사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막바지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베이징, 상하이, 총칭(重慶) 등을 돌며 ‘월드컵 홍보’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전국 유명 여행사들에게 ‘월드컵 방한’ 책자를 제공했다. 축구 기념품 제공 등의 행사도 벌이고 있다.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및 정부기관의 ‘월드컵 마케팅’도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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