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정육점서 탄탄한 식당 체인 ‘변신’

인테리어 비용 없애 창업자금 최소화… ‘누구나 성공하는 사업’ 지향

‘퍼 주라, 절대 망하지 않는다.’지난 98년부터 고기 전문점 계경목장 체인 사업을 시작, 4년만에 전국 430개 가맹점을 확보한 최계경(38) 사장은 가맹점주들에게 곧잘 “아낌없이 퍼 주라”고 강조한다.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장사의 미덕은 저렴한 가격과 맛, 그리고 인심이라는 생각에서다. 눈 앞의 이익을 쫓지 않는 퍼주기 전략은 19년째 ‘고기 만지는 사업’을 하면서 터득한 그만의 성공 비법이기도 하다.“한국사람은 정(情)이 많아서 손 크고 인심 좋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더구나 장사꾼이 그렇다면 금상첨화지요. 이 비법 아닌 비법을 일찍 깨달은 덕분에 지금의 작은 성공을 일궜다고 생각합니다.”고기 공짜로 주는 특이한 정육점 ‘승승장구’최사장의 퍼주기 전략은 강원도 영월군 주천농고를 졸업한 후 구로구 독산동에서 시작한 정육점 사업에서부터 시도됐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7남매의 장남으로 가장 역할을 맡았던 그는 사촌이 하던 고기 도매업이 쏠쏠한 수익을 남기는 걸 보고 고향 선산을 팔아 홀로 상경, 가게를 차렸다.어린 나이에 사업 경험도 전무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선 우시장의 터줏대감 ‘대동(고기를 발라 파는 사람)’을 스카웃했다. 자신은 고기와 뼈를 바르는 일을 배우고 점포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다. 대신 고기 품질과 가격에 민감한 도매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푸짐한 서비스 전략을 폈다. 덕분에 20세 젊은 사장은 금새 도매시장 루키로 떠올랐다.정육점이 안정 기반을 잡은 후 90년 소매영업을 겸하면서부터는 알뜰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대부분의 정육점이 매출의 90%를 돼지고기 판매에 의존하던 그 때, 최사장은 최상질의 쇠고기만 판매했다. 그것도 다른 정육점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대신 돼지고기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무료로 주었다. 보다 높은 수익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렴한 돼지고기는 ‘당근’으로 사용한 것이다.“하루에 소 한 마리를 모두 팔 정도로 장사가 잘 됐습니다. 교회나 주부 모임에서 단체로 고기를 사러 올 정도로 소문이 났었어요. 오후 네 다섯시 정도가 되면 그 날 준비한 고기가 다 떨어져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지요.”주먹구구에 문어발 경영, 실패의 쓴 잔도정육점에서 번 돈은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밑천으로 썼다. 지난 95년 경기도 광주에 부지를 마련하고 육가공 공장을 세운 것. 강원도와 충북 영농회에서 공수한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를 가공해 기업체 구내식당, 대형 식당에 납품하면서 사업 볼륨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가 원한 건 ‘종합식품회사’였다.그러나 생각만큼 일이 순조롭진 않았다. 배추, 무 등 농산물과 고등어, 삼치 등 수산물 납품에까지 손을 댔지만 수월찮았다. 기존 영업망에 품목만 추가하면 될 줄 알았던 게 오산이었다.어려움은 또 있었다. 9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식당 프랜차이즈 ‘계경목장’을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관련 업종에 손을 뻗은 게 문제였다. ‘싼 고기를 싼 값에 공급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고기부페 프랜차이즈가 시작 3개월만에 문을 닫았는가 하면, 건강식품이 돈 된다는 소리에 식품영양학 박사까지 초빙해 다슬기·오가피 액기스 제조 판매했지만 막대한 손해만 남긴 채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입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고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면서 좌절은 극에 달했다.“일곱 번이나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모두 시장 생리를 모른 채 막무가내로 밀어 부쳐 생긴 화였어요. 이 때부터 술 담배 모두 끊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지요. 생각해보면 인생의 전환기였던 셈입니다.”앞 뒤 재지 않고 저돌적으로 사업을 밀어부친 덕분에 남보다 일찍 성공을 바라봤지만, 일정 궤도에 오른 다음부터는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이 때 깨달은 것이다.올해 800개 가맹점 돌파 목표99년~2000년에 걸친 위기는 계경목장 프랜차이즈 사업에 전념토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지부진하던 가맹점 계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 때부터다.최사장은 계경목장을 ‘이상한’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본사 대부분이 인테리어 비용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이를 무시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는 체인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소자본 창업 희망자에게는 환호를,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따돌림을 받는 입장이 됐다.“인테리어 할 돈으로 더 좋은 입지를 구하라고 당부합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원칙이지요. 모든 집기류 구입도 가맹점주 의사에 맡깁니다. 중고품도 소개해 주고요. 이유요? 두말할 필요 없이 가맹점이 잘 돼야 본사가 잘 되기 때문이죠.”한마디로 빠듯한 자본으로 새 출발하는 창업자들의 주머니를 털진 않겠다는 얘기다. 대신 좋은 입지에 점포를 얻어 손님을 끌고 더불어 직영공장에서 공급하는 고기를 더 많이 팔아 달라는 주문이다. 계경목장의 돼지고기는 1㎏ 4,180원에 가맹점에 공급되는데, 이는 국내 최저 가격인 동시에 최고 품질이라는 자랑이다.가맹점을 하나라도 더 모집하려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최사장은 몇 가지 ‘가맹점 심사 기준’을 갖고 있다. 첫째, 50대 이상에겐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나이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받지만, 식당업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사업인데다 점주가 직접 일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사람을 부리면 되지 않느냐’는 요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묵살한다.둘째, 동업은 절대 안된다. 하루 매출을 결산하면서 계산이 맞지 않아 의리가 상하고 결국 갈라서는 경우를 여러번 봐 온 까닭이다. 이밖에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 창업하는 경우, 식당 운영 경험이 많은 사람 등도 최사장에겐 요주의 인물로 통한다.“간혹 너무 독선적이지 않느냐고 말들 하지만, 5년째 가맹점을 관리하면서 쌓은 산 경험입니다. 무조건 가맹점부터 확장하고 보자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최사장은 최근 또 하나의 모험을 감행했다. 소자본 창업 희망자를 위한 창업정보 사이트 ‘kk114’를 개설한 것. ‘일 대 일 맞춤창업’을 지향하는 이 사이트를 통해 전문 창업 컨설팅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이와 함께 계경목장은 올해 800개 가맹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 베이징에 한식당을 차려 한국의 맛을 세계로 전파하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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