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 문화계 .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 유치전 맹활약...탤런트 박상원씨는 홍보대사로 활동
평소 조용하던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 5층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사무처 직원들이 밤낮없이 사무실을 오가며 향후 일정, 전략 등을 논의하다보니 마치 최전선의 작전상황실을 방불케 한다.이곳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와 여수시 공무원 40명이 파견돼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초 EXPO 유치라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뛰고 있는 일선 실무자들이다.이들을 총지휘하는 위원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정위원장은 아예 유치위원회 사무처에 안건희 현대자동차 이사를 파견, 물밑에서 조용하게 위원회를 돕고 있다.안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확보하고 있는 해외영업망을 통해 한국이 EXPO를 유치하도록 힘쓰고 있다.위원장은 82명의 유치위원을 대표한다. 회사의 이사회 성격을 띠는 유치위원회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손길승 SK 회장 등 재계 대표들과 김각중 전경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 그리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학계 대표들이 참가하고 있다.세계박람회가 경제 문화 정치 등을 총망라하는 행사여서 각계 인사들이 대거 유치위원으로 활약한다.정위원장이 총사령관이라면 김대성 사무총장은 야전사령관이다. 전 세네갈대사 출신인 김총장은 30여 년간 노르웨이, 모로코 등지에서 외교관생활을 한 해외통. 김총장 밑에는 캐나다와 남미를 담당하는 미주 1·2팀, 유럽을 커버하는 구주팀, 아시아·중동팀, 아프리카팀, 세계박람회기구가 들어서 있는 파리의 세계박람회사무국(BIE·Bureau of International Exposition)팀과 기획홍보팀, 총무예산팀이 포진해 있다.이들의 임무는 세계 박람회 회원국들의 사정을 살펴, 한국측에 한 표를 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연영진 기획홍보팀장은 “엑스포는 경제·문화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각국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당장 시급한 일은 오는 7월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총회 준비다. 이날 한국 유치위원회는 30분 동안 한국이 EXPO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세계박람회 회원국들은 이날 총회에 참가, 각국의 발표내용을 듣고 12월 최종 투표할 때 참고한다. 한 번의 프리젠테이션이 향후 유치 국가 선정 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어서 사무처 직원들은 초긴장 상태다.총회준비를 맡고 있는 안일환 BIE 팀장은 “한국이 조그마한 여수시를 개최지로 택한 것은 세계박람회 취지와 맞는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며 “우리가 성공하면 개발도상국들도 박람회를 열 수 있는 희망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아시아·중동팀은 최근 라오스와 방글라데시 등에 대통령특사를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사는 경제협력방안 등을 담은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오로지 EXPO가 한국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유럽지역은 이번 유치국 경쟁상대인 러시아와 폴란드가 있는 곳이어서 한국이 좋은 점수를 얻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러시아와 폴란드는 유럽 회원국가들에 같은 대륙의 국가들이라는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박경철 구주팀장은 “각개격파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씩 설득할 계획”이라며 “현지 대사관의 직원들이 한국과 맺은 정치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이들 실무진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팀으로는 홍보자문위원그룹과 명예홍보대사들이 있다. 김명식 해외홍보원장, 신호창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 등 10명의 전문가들이 홍보를 자문해주고 있다.신호창 교수는 “국민들이 EXPO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국민의 통합을 이뤄내고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홍보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탤런트 박상원씨와 가수 이문세씨는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이들은 각종 박람회 행사에서 사회를 보거나 캠페인 사진 모델로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을 홍보하고 있다.국회에도 지원특위가 설치돼 있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국회 특위를 지원하고 있는데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참여한다.이렇듯 정부 부처, 재계, 정계, 학계가 함께 EXPO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이 알려져 최근 세계박람회기구 실사팀이 한국을 다녀간 뒤 ‘훌륭하다’(Excellent)는 평가를 내놓았다.INTERVIEW / 김대성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사무총장‘마지막 봉사’… 반드시 유치할겁니다“한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주기적으로 세계적인 행사를 치러야 합니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93년 대전EXPO, 그리고 올해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 경제가 발전했잖아요. 2010년 EXPO만 한국에서 유치한다면 우리는 올림픽, 월드컵, EXPO 등 세계 3대 행사를 치러낸 6번째 국가로 기록될 겁니다.”김대성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사무총장(58)은 EXPO 유치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세네갈 대사와 본부대사를 역임한 그는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라며 밤낮없이 집과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김총장에게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96년 외교관 신분으로 한국의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한 일화가 있어서다. 당시 그는 튀니지 한국대사관의 참사관으로 재직했고, 튀니지 축구협회에 한국정부 이름으로 축구공을 기증했다.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튀지니 피파(FIFA) 집행위원과 친분을 쌓았다. 한국에 우호적인 인사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당시 김총장의 노력은 월드컵 유치위원회 안에서 훈훈한 얘깃거리가 되었다.“여수시에서 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면 환경친화적인 행사가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이런 점을 세계인들이 알아줄 겁니다. 세계박람회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