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 자본(華人資本)을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현재 중국 본토 밖에 거주하는 화인(華人)의 수는 세계 인구의 1% 정도인 약 6,0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시아 1,000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소유 또는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 경제와 아시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화인 자본의 규모는 약 2조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잘 알려진 대로 화인 자본은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해 이를 잘 지켜주는 국가를 투자처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최근 들어서는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리스크 분산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이익을 중시하는 생존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화인 자본의 유치와 관련해 예의 주시해야 할 변화다.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목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계 자금과 달리 화인 자본은 장기 투자의 성격이 짙다.이에 따라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해져 경제발전과 기업 자금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특히 개도국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상대적으로 값싼 엔화 자금보다는 화인 자금을 더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다른 하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화인경제권과의 경제활동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선진국 기업들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인 자본을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이런 목적으로 화인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화인경제권과의 협력도 절실우리 입장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화인경제권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과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점에도 원인이 있었던 만큼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화인 자본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앞으로 화인 자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인경제권이 21세기에는 세계 어느 경제권보다 빨리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WTO 가입에 따른 개방효과(Open Effect)가 본격화될 경우 오는 2025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동아시아의 경제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마찰이 불거진 지 오래됐고, 일본과 중국 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특히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일본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는 점이 향후 동북아 지역의 협력문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변수다. 현재 일본경제는 일부 경지지표에 있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때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꿈꿨고 무역흑자국의 상징이었던 일본이 악순환 국면에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시장잠식과 일본 내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중국 이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최근 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해외에 진출하지 않은 대기업 가운데 51%가 향후 3년 이내 해외진출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약 91%가 중국에 진출할 것으로 조사됐다.우리는 어떤가. 물론 중국의 WTO 가입으로 우리로서는 매년 8억~12억달러 정도의 대중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았던 ‘제3국으로의 수출의무 조항’과 ‘현지부품조달 의무조항’도 폐지된다.위안화가 절상되는 경우 환차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기업들의 ‘제2 중국진출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반면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 우리 농민들의 정서차원에서 보호해 온 농업 분야가 개방된다는 점이다. 현재 양국간 농업부문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중국의 값싼 농산물이 들어올 경우 농업 부문의 피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앞으로 화인 자본을 잘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새롭게 태두되는 질서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각국 경제와 기업들의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국내기업들이 혈연·지연·업연(業緣)을 중시하는 화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교들간에 구축돼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현재 화교조직으로 대표적인 것은 ‘국제화교협회’와 ‘세계화상대회’를 들 수 있다. 국제화교협회는 지난 81년 설립된 이후 150개의 소규모 화교협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2년마다 정기회의를 갖고 있다. 세계화상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상(華商) 네트워크로 회의 때마다 약 1,000명의 화상들이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들어 이들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기업들은 90년대까지 유지해 왔던 단순한 정공법에서 벗어나 화교기업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특히 과거 중국투자에 실패한 일본기업들이 기존의 중국에 대한 투자전략을 수정해 화교인맥과의 합작을 통한 연계진출 전략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은 국내기업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결과적으로 이같은 방법으로 일본기업들이 중국진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 일본 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우리 내부적으로도 화인 자본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물론 98년 4월 제1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 추진 이후 현재 모든 외국자본 거래가 자유로운 상태이긴 하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이 화인자본을 활용하는 데 있어 사회 및 경제적인 인프라를 포함해 많은 측면이 미흡한 실정이다.정부로서도 외자유치정책에 있어서 갈수록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본보다는 화인 자본이 유치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미국을 포함한 특정국 중심의 편향적 대외정책 성향에서 벗어나 균형감을 회복하는 데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schan@hankyung. com